<동무언론> 강우일·함세웅 신부 “용서, 신뢰가 열쇠”

 

앞뒤가 꽉 막힌 현재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5.24조치를 해제하는 등 대북정책이 전면 전환되어야 한다고 천주교 주요 지도자들이 주장했다.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가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연 민족화해 심포지엄에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와 함세웅 신부(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장)는 올해로 70년이 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 지난달 31일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가 연 심포지엄에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박기문)

 

강우일 주교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25년간 남북이 어려 차례 대화를 시도해 왔다면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을 언급했다. 강 주교는 2010년 천안함 폭발 사건으로 남북 관계를 얼어붙게 한 5.24 조치 이후 5년이 지났다면서, “분단 70주년을 맞아 대화를 재개하여 역사를 다음 페이지로 넘길 단계가 왔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남북 대화를 위해 강자의 자세가 아닌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먼저 해야 한다고 원칙을 제시하는 한편,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쌓아 가기 위해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관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적십자사 자료를 근거로 김대중 정부 때 2631억 원, 노무현 정부 때 6806억 원의 대북 지원이 있었던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176억 원을 지원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8월 긴급구호품 구입비용 1억 1300만 원 지원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 상황의 독일은 25년 동안 서독이 연평균 20억 달러를 동독에 지원했고, 이러한 노력이 통일을 이루어냈으며 통일 후유증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 주교는 ‘툭하면 무력도발을 하고, 포탄을 쏘고, 지뢰를 터뜨리는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진정한 용서는 용서를 청하지 않는 자를 용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주교는 십자가 위의 예수에게 용서를 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예수는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다고 루카 복음서를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로서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기도 한 함세웅 신부는 ‘통일을 향한 한반도의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단군신화부터 분단을 겪고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천주교의 역사와 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보았다. 함 신부는 “원죄의 결과이기도 한 남북 분단을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꼭 타파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를 위해 한국 교회공동체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때로는 묵인한 죄를 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특히 1960-70년대 독재정권이 지배하던 냉전 시대를 들어 “이 과정에서 교회공동체는 언제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이제는 민족사 앞에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도 “민족사적 관점에서 한국천주교회는 매우 부끄럽습니다”면서 “1937-1941년 <경향잡지>에 실린 이 모든 친일 행적은 부끄럽다기보다는 그야말로 하느님과 민족을 함께 배반한 이중적 큰 죄”라고 비판했다.

함세웅 신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기에 이룬 남북의 선언과 경제협력방안 합의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전면 부인되고 있다면서, “북의 처지에서 남쪽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불신감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서를 강조한 강우일 주교에 이어 함 신부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방법은 약속을 이행하는 일”이라고 원론을 내세웠다. 함 신부는 “평화 실현은 단순하다. 손을 내밀고 악수하고 서로 껴안고 사랑과 신뢰를 표현하면 된다”면서 “이미 남북이 공유하고 선언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하고 북, 미 수교, 북, 일 수교를 위해 우리 정부가 앞장선다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핵 폐기가 전제되어야 한다느니 뭐가 선행되어야 한다느니 사족이 붙으면 대화는 끊어진다”면서,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포지엄을 소개하는 글에서 권오희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장)는 “주님의 놀라운 은총의 역사가 온전히 펼쳐지지 못한 한반도의 현실에 대해 그분 안에서 깊이 성찰하며 우리의 갈 길을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권 수녀는 “70년이라는 기나긴 분단의 역사를 어떻게 종식하고 희망찬 통일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가슴에 새기며, 우리 각자가 나름대로 ‘행동하기’를 다짐한다면 이 심포지엄은 참으로 큰 기쁨이요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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