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문화재 답사> 전라북도 기념물 제78호 '내소사일원'

 

▲ 부안 백산성


내소사일원
종 목:전라북도 기념물 제78호  
명 칭:내소사일원(來蘇寺一圓)  
분 류:유적건조물 / 종교신앙/ 불교/ 사찰  
수량/면적:16,737㎡
지정(등록)일:1986.09.09
소 재 지: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268  
시 대:  
소유자(소유단체):내소사

가을 끝자락,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 있다. 바로 내소사 전나무 숲길이다. 이 숲길은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m에 이르는 공간을 평균수령 150년 된 전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길로 오대산 전나무 숲, 경기도 광릉수목원 전나무 숲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전나무 숲이다. 그런가하면 건설교통부는 이 숲길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했다.

내소사 전나무 숲은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봄이면 내소사 경내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한껏 운치를 더하고, 여름이면 햇살 가득 머금은 푸르름이 싱그럽기만 하다. 가을이면 전나무 숲 끝 지점부터 피안교를 건너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단풍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 단풍은 다른 곳에 비해 좀 늦게 물든다. 11월 중순경에 절정을 이루어 말경까지 가을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 그리고 겨울 눈 숲에서 맡는 전나무 향은 더욱 상쾌하기만 하다.

숲길을 걸어 천왕문을 지나 내소사 경내에 들어서면 1000살쯤 되었다는 이 마을 지킴이 할아버지 당산이 시야에 꽉 차게 들어온다. 이 할아버지 당산은 일주문 앞 700살쯤 되었다는 할머니 당산과 한 쌍을 이룬다. 절 안에 칠성각, 산신각 등의 민간신앙이 들어 와 있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나 당산나무가 절 마당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해마다 정월보름이 되면 내소사 스님들과 입암마을 주민들이 함께 당산제를 지낸다.

내소사(來蘇寺)는 백제 무왕 34년(633) 혜구두타가 세운 절이다. 무조건 화려해야하고 커야하는 시류에 물들지 않고, 작지만 오래된 절 분위기가 잘 살아 있어 정감이 가는 절이다. 이 절이 세워질 당시는 ‘소래사(蘇來寺)’라고 불렀다는데 언제부터인가 ‘내소사(來蘇寺)’로 부르고 있다. 신라와 함께 백제를 무너뜨린 당나라 장군 소정방(蘇定方)이 다녀간 까닭에 내소사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說)이 있으나, 그야말로 설일 뿐 근거는 없다. 이규보의 ;남행월일기‘, 최자의 ’보현집‘,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 소래사로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내소사로 부르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인 것 같다. 육당 최남선은 소정방 來往 운운은 역일무거(亦一無據)한 부회설(附會說)에 불과하다며, 내소사 뒷산 ‘취봉(鷲峰)’에서 유래를 찾았다. 즉 ‘鷲’는 우리말로 ‘솔개’로, ‘솔개’가 ‘솔애’ ‘소래’로 음이 변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전해오는 ‘내세에는 소생하라’,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이여! 소생하라!’는 뜻풀이가 더욱 의미 있어 보인다.

그 후 중건중수를 거듭하다 조선 인조 11년(1633) 청민선사가 중창하였는데 지금의 대웅보전은 그때 지어진 건물이다. 1902년 관해선사가 중수하고, 만허선사가 보수하였으며, 1983년 혜산스님의 중창으로 지금의 대가람을 이루었고, 1986년에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일원(一圓)이 문화재보호구역(내소사일원/전라북도 기념물 제78호)으로 지정됐다.

내소사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로는 먼저 대웅보전(부안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을 들 수 있는데 빼어난 단청솜씨와 연꽃을 연속문양으로 조각한 화사한 꽃살문, 국내 제일의 후불벽화인 백의관음보살좌상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형태의 아름다움이 고려 후기의 전형적인 특색을 잘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범종(梵鐘)(부안 내소사 동종/보물 제227호),

당대 최고의 불화승(佛畵僧) 천신(天信)이 석가모니불이 영산회상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를 그린 괘불(내소사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8호),

대웅보전이 중건될 무렵인 1640년(인조 18)에 청민선사에 의해 절 안의 승려들과 일반 신도들의 수학정진 장소로 사용하기 위하여 지어진 건물로 중앙내부에 마당과 우물을 두고 "回"자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특이한 건축양식인 설선당과 요사(내소사설선당과요사/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5호),

규모는 작지만 신라계 석탑의 형태를 취한 고려시대 작품 3층석탑(내소사3층석탑/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124호),

그리고 지금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법화경절본사본(法華經折本寫本) 등이 있다. 법화경절본사본은 조선 태종 15년(1415)에 이씨 부인이 그의 남편인 유근(柳謹)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1자1배(一字一拜)의 지극한 정성으로 총 7卷의 경을 7冊으로 필사하여 엮은 절본(折本)으로 가로 14㎝, 길이 36.2㎝의 크기로 권당 52편이며, 표지는 감지(紺紙)에 금니(金泥)를 사용했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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