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황포돛대와 삼포로 가는 길이 절절하다!
그곳, 황포돛대와 삼포로 가는 길이 절절하다!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5.11.20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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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여행스케치> 경남 진해

 

통합시(창원, 마산, 진해)로 거듭난 진해(창원시 진해구)는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없어진 웅천군의 한 작은 해안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는 진해땅을 일정 기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일본인들이 뻔질나게 들락거렸고 자연스레 도시가 형성됐다. 애초 일본은 조선시대 때 ‘진해현’에 속해있던 마산 외곽 지역의 진전· 진동· 진북 일대에 군항 배후도시를 계획했다가 지금의 자리(진해시)로 옮겼다고 한다. 진해에 벚나무가 유독 많은 것도 일제가 자기네 국화로 여기고 대량으로 심은 것이다. 진해 도심을 배회하다 보면 그 당시 일본인들이 지었던 경찰서, 문화원, 우체국, 역사(진해역) 등 관공서와 금융기관들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 내수면생태공원의 호수

 

살아 있는 환경체험 학습장

옛 마산에서 장복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진해다. 왼쪽은 장복산, 바로 앞은 여좌천 들머리다. 여좌천(동)은 여명리와 좌천리가 합쳐지면서 나온 이름으로, 양쪽으로 일본식 가옥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일직선으로 뻗은 실개천이다.

여좌천 맞은편,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5분쯤 오르면 작은 호수와 운동기구, 벤치, 탐조대, 실개천과 징검다리, 체험습지, 아름드리 나무들이 어우러진 내수면생태공원이 있다. 호수에 비친 숲이 정말 이름다운 곳이다.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청신한 기운에 매료돼 나오기 싫을 정도다. 나무, 습지, 새, 물고기 등을 두루 관찰할 수 있어 특히 청소년,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오전, 오후 시간대별로 생태해설사의 전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생태공원과 별도로 내수면 연구소에는 희귀어종인 고차동자개, 황쏘가리 등이 살고 있으며 실내, 실외 수조에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다.

 

▲ 장복산 공원의 청신한 나무숲길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숲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장복산. 여좌천에서 차로 5분 거리다. 수령 30-40년 된 편백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장복산(582m)은 진해 사람들의 치유의 숲이자 이방인들이 꼭 한번 가봐야 할 명산이다. 산길 곳곳에 산책로와 데크로드(4㎞), 조각공원, 명상의 공간, 야외쉼터 등 편의시설을 갖춰 놓아 한 나절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쉬어볼 만하다. 산 중턱의 삼밀사(三密寺)는 푸른 진해만과 진해 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장복산 공원에서 20분쯤 걸리는데 편백나무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윽한 산길이다.

 

▲ 진해드림파크의 목재문화체험장

 

장복산은 안민고개로 이어져 있다. 봄이면 ‘십리 벚꽃길’로 태어나는 안민고개는 나무 데크를 만들어 누구라도 쉽게 걸을 수 있게 했다. 길 중간 중간 드러나는 진해 전경이 무척 아름답다. 안민고개 초입에서 3㎞ 정도 떨어진 전망대에서 천자봉으로 오르는 이른바 해오름길(9.9km)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트레킹 코스다. 26.4km에 이르는 ‘진해드림로드’의 한 구간으로 산과 바다의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진해만

진해 서쪽에 장복산이 있다면 동쪽엔 제황산이 우뚝하다. 진해탑이 서 있어 ‘탑산’이라고도 불리는 제황산(해발 90미터)은 부엉이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해서 부엉산으로 불리다가 해방 후 제황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모노레일(길이 174미터, 편도 2천원)을 타고 올라가 바라보는 진해 시가지는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제황산은 주민들이 ‘1년 계단’으로 부르는 365개의 계단을 걸어 오를 수도 있는데 기혼여성들이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소원을 빌면 아기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1년 계단은 중간 중간 벤치에서 쉰다고 해도 15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진해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옛 지도 등이 전시된 진해탑 2층의 박물관을 둘러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 전망대로 올라가면 장쾌하게 뻗은 장복산 줄기와 시가지가 시원스레 바라보인다. 한편, 진해탑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라고 한다.

 

체험이 있는 가족 놀이터

이번엔 청정한 숲과 체험거리가 있는 진해드림파크로 가보자. 진해구 청사 뒤편, 155ha의 넓은 산림에 조성된 자연 생태학습공원으로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훌륭한 놀이터이자 산림휴양시설이다. 드림파크는 진해만생태숲, 목재문화체험장, 광석골쉼터로 나뉘어 있다. 진해만 생태숲으로 들어가면 벚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숲 등 다양한 숲이 반겨준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생태숲학습관이 나오는데 희귀식물을 관찰하고 자연 생태계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 실내 삼림욕장으로 올라가면 증기· 가열식 편백 체험실과 소나무 체험실에서 몸에 좋다는 시원한 소나무 향과 편백향을 코로 들이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목재문화체험전시관에서는 매주 주말 목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체험관은 쉬지만 숲과 공원은 항상 열려있다.

 

▲ 창원해양공원에 가면 전시한 군함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경치 아름다운 해변공원과 해안길

진해시가지를 벗어나 창원 쪽 해안길로 내닫다 보면 해변공원이 나온다. 공원 중앙에는 산과 바다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큰 정자(진해루)가 서 있다. 높이 15미터, 주심 삼포양식의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이 정자는 조명 시설이 갖춰져 야간에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해변공원에서 수치 해안길을 따라간다. 잔잔한 바다와 조그만 바닷가 마을이 인상적인 수치해안에서는 낚시도 즐길 수 있는데 도다리, 놀래미 등 어종이 풍부하다. 해안도로변에는 횟집과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황포돛대 노래비

수치해안을 뒤로 하고 조선소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명동 앞바다의 작은 섬, 음지도가 손짓한다. 해양공원으로 탈바꿈한 음지도엔 해전사체험관과 군함전시관, 어류생태학습관, 해양생물테마파크 등이 들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전사체험관은 세계의 주요 해전과 관련된 각종 체험·전시시설을 갖추고 있고, 군함전시관은 2500t 규모의 강원함 등 3척의 퇴역 군함을 통해 해군 장병의 함상생활과 군함 운항법 등을 보여준다. 해양생물을 소개한 전시공간과 바다체험실, 판매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해양생물테마파크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음지도 앞으로 보이는 소쿠리섬과 우도의 자태도 멋스럽다. 명동 해안과 연결되는 소쿠리섬은 경남 관내에서 드물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으로 유명하다. 명동선착장에서 우도와 소쿠리섬으로 떠나는 배가 있다. 뭍과 연결된 음지교의 뛰어난 조형미도 볼만하고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솔라타워(태양광 발전시설)도 모습을 드러냈다.

▲ 삼포마을에 있는 삼포로가는길 노래비

다시 해안길은 바다와 평야, 산을 두루 헤쳐 간다. 그렇게 얼마쯤 가면 해안도로 한쪽으로 ‘황포돛대 노래비’가 서 있다. 노래가사와 작품설명이 새겨져 있는 노래비 바닥의 버튼을 발로 누르면 황포돛대 노래가 흘러나와 아련한 향수에 취해볼 수 있다. 국민가수 이미자가 불러 대중가요로 널리 알려진 ‘황포돛대’는 작사가(본명: 이일윤, 필명: 용일)가 이곳 진해 출신으로 경기도 연천의 군부대 근무 당시 고향 바다인 영길만을 회상하며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근 삼포마을에는 ‘삼포로 가는 길(이혜민 작곡, 강은철 노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노래비 앞면에는 노래가사가, 뒷면에는 창작유래가 새겨져 있는데 이 역시 대리석에 있는 스위치를 손으로 누르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혜민 씨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여행길에 머물렀던 삼포마을의 추억을 담아 이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 김달진 생가

향수를 자극하는 옛 물건들

시인이자 승려이고 한학자였던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 선생의 생가도 근처에 있다. 웅동 소사마을에 있는 선생의 생가는 그 당시의 모습을 살려 흙과 돌담으로 마감한 본채와 아래채, 뒷간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문학관에서 선생의 문학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김달진은 1939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서정주, 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했다. 김달진 문학관 옆에는 진해 출신 김현철(60세)씨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물품들과 전국을 돌며 수집한 근대 생활용품, 기록물 등을 모아놓은 김씨박물관(055-552-8608)이 있다. 옛 학교생활용품, 엘피판, 장난감, 빛바랜 라디오, 영화포스터, 고물 카메라와 필름, 타자기, 각종 사진과 기록물들이 볼만하다. 박물관 앞의 마을 골목길도 향수를 자극한다. 낡은 집 담을 헐어 만든 옛 사진관과 옛 전파상, 옛 만화방 간판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 김씨박물관 앞의 옛 마을 골목길이 향수를 자아낸다.
▲ 굴껍데기들이 수북이 쌓인 안골포 굴강

 

진해 여행은 조선시대 군선이 정박했던 안골포의 굴강(기념물 제 143호)에서 마무리하자. 굴강은 선박의 수리와 보수, 군수 물자의 수송을 목적으로 만든 시설물로 지금의 방파제 또는 선착장과 같은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5∼6개의 굴강 유적은 대부분 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데 안골포 굴강은 자연석으로 쌓은 석축의 일부분이 허물어지긴 했지만 원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굴강이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 내서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갈아타고 서마산나들목으로 나와 2번국도 타고 부산·진해(창원) 방향으로 가다 양곡나들목(마창대교 분기점)과 장복터널을 통과해 우회전하면 진해 시가지로 접어들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나들목-남해고속도로 동마산나들목-2번국도-진해구.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까지 간 후 구마고속도로 갈아타고 서마산 나들목에서 나와 2번 국도를 따라 가도 된다. 서울, 부산, 울산, 진주에서 진해행 시외버스 수시 운행.

숙박=여좌천, 경화역 부근에 저렴하고 깔끔한 모텔들이 많다. 궁모텔(545-6690), 탑모텔(542-7773) 등

맛집=시내에 있는 선학곰탕(543-6969)은 푹 고운 사골 국물맛이 일품이다. 경화당제과(546-6339)의 진해콩과자와 진해제과(546-3131)의 벚꽃빵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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