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원센터 상담사례 통해 본 비정규직의 현실-1회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비정규직지원센터)가 2015년 비정규직 노동상담 사례를 발표했다. 비정규직지원센터는 올 한 해 동안 차별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동법률 상담 및 구제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발표회에선 지난 1년 동안의 상담 통계를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차별,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상담 내용별 통계 수치와 사례가 발표됐으며 상담자들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비정규직 노동상담은 총 758건(지난해 대비 50% 증가)이었으며 전화상담(77.57%)이 월등했고 출장 및 거리상담(11.61%)과 내방(10.42%) 순이었다. 분야별로 볼 때 임금과 관련된 내용이 45.98%로 월등히 높았으며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9.05%), 징계·해고(8.65%), 4대보험(6.1%), 근로시간(4.88%) 순이었다. 총 상담 중 40건이 사용주와의 조정으로 해결됐고 의견서 작성이 24건, 고용노동청 사건대리가 20건, 자료검토가 89건이었다.

노동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지원센터 상담실장 김세영 노무사는 “통계수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모두 표현해줄 수는 없다. 상담실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된 경우도 많았지만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가슴이 아프지만 묻고 가야할 사연들도 있었다”며 “상담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문제해결을 고민해주는 곳이 되고자 한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발표한 상담사례다. 2회에 걸쳐 게재된다.

 

 

◎ 사례1 : “1일 모자란다고 퇴직금 못주겠답니다”

박 모 씨는 A전자에서 20여년 동안 일을 했다. 퇴사 후 평동산단에 있는 작은 회사에 상무로 입사했는데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일을 ‘2013.5.1. ~ 2014. 4.’라고 쓰고 정확한 계약만료일을 명시하지 않았다. 근로계약 체결 시 대표이사는 ‘1년 후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자’고만 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기 때문에 출근을 하지 않았고 5월 2일은 대표이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근 대신 주요 거래처인 A전자의 전현직 모임에 참석했다. 그리고 5월 3일에 첫 출근을 했다.

그 후 대표이사가 교체되었고 새로운 사람이 대표이사가 되었다. 1년이 가까워지는 4월 말경에 새로운 대표이사가 재계약 의사를 물었고 박씨는 재계약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나 새로운 대표이사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2014년 5월 1일까지 출근을 하고 퇴사한 후 퇴직금을 달라고 하니 새로운 대표이사는 실제 출근을 2013년 5월 3일부터 했고 2014년 5월 1일까지 출근했기 때문에 1년이 안 돼서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고용보험센터에는 기간제 계약만료가 아닌 자진퇴사로 신고, 구직급여도 못받게 되었다.

이후 박씨는 노동청에 ‘퇴직금 및 구직급여관련 진정’을 넣었고 노동청 출석예정일을 앞두고 상담실을 방문했다.

회사측의 주장은 실제로 출근을 5월 3일부터 했고 4대 보험 신고도 5월 3일로 되어 있으므로 근로관계의 시작일을 5월 3일로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박씨는 상무로써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박씨는 5월 1일부터 근로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4월말 근로계약서를 쓸 때 확인을 했고 5월 1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출근을 안 한 것이고 5월 2일은 대표이사의 양해를 구하고 출근을 안 한 것이므로 5월 1일부터 근로관계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상담실은 박씨가 정리해 온 진술서 등을 검토한 후 도움이 되도록 노동청에 제출할 의견서를 작성했고 추가 제출할 수 있는 자료 등에 대한 안내를 했다.

주장이 상반되기 때문에 노동청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세 차례의 노동청 출석과 대질심문을 통해 2개월 만에 퇴직금을 지급해야한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 사례2 : “파견노동자는 눈치 봐야 할 사장이 두 명”

김 모 씨는 파견업체에서 A대학교에 파견된 스쿨버스 운전기사였다.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에 2014년 5월 13일부터 2015년 5월 12일까지 1년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파견업체에서 내민 근로계약서에는 사용사업주(A대학교)에서 파견중지 요청을 하면 해고하겠다는 조항이 있었다.

A대학교는 스쿨버스를 여러 노선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두 개의 파견업체로부터 기사를 파견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관리자는 교묘하게 두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들 간에 갈등을 유발하며 노동자들을 관리했다. 김씨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정된 노선을 배정받지 못했고 다른 노동자들 노선을 ‘뗌빵’하는 식으로 업무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곧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노선은 폐지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던 중 김씨는 다른 노동자(다른 파견업체 소속)와 사무실 내에서 사소한 다툼을 했고 상대 노동자가 이를 과장에게 보고하여 3일 후 파견업체로부터 해고예고 통보를 받게 되었다. 파견업체에서는 사용사업주인 A대학교에서 해고해달라고 요청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씨는 본인이 잘못해서 다툼을 한 것도 아니고 상대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징계도 취해지지 않았으며 개선의 여지도 두지 않고 바로 해고한 진짜 이유는 A대학교의 ‘스쿨버스 노선폐지에 대한 인력감축’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임자도 자신과 비슷하게 사람이 필요 없자 꼬투리를 잡혀 해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담실을 방문했고 상담실에서는 현재 상황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고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해고 통지는 파견업체에서 했지만 해고를 철회할 수 있는 실제 권한은 사용사업주인 A대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해고예고 기간 동안 해야 할 일과 이후 해고가 되었을 때 대책에 대해서 함께 논의했다.

김씨는 A대학교 관리자들을 만나 계속 일하고 싶고 해고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억울한 상황을 알리고자 1인 시위를 했고 그제야 A대학교와 파견업체는 부랴부랴 왜 이러냐면서 김씨를 설득하려고 했다. 결국 파견업체는 ‘당신이 이렇게 하면 A대학교에 계속해서 기사를 파견할 수 없다’며 위로금을 제안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A대학교는 여전히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뒷짐을 지고 있었다. 실제로 김씨를 해고한 것은 A대학교임에도.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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