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불통 넘어 자신과 생각 다른 사람은 모두 적으로 규정”
“현 정부 불통 넘어 자신과 생각 다른 사람은 모두 적으로 규정”
  • 최근원 기자
  • 승인 2015.12.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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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2

 

<1회에서 이어집니다.>

▲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

 

- 차벽이라는 것이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보이는데.

▲ 그렇다. 쇠파이프로 때렸다든지, 몽둥이로 때렸다든지, 차에다 불을 질렀다든지 이런 것도 아니잖은가. 차벽을 밧줄로 당겼다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굉장히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 백남기 농민이 사고를 당한 후 경찰은 대외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가족이나 전농 에 경찰로부터 다른 연락이 온 것은 없었는지.

▲ 그런 부분은 전혀 없다.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거다.

 

 

- 시위에서의 무력충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가.

▲ 이렇게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냐는 거다. 시위를 하는 목적이 평화시위 자체인 건 아니잖은가. 그것은 하나의 방도인 것이고,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런 과정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우리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아예 무시하고, 듣지 않고, 최소한의 존중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위만 하고 안 들어주면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계속해서 표현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참여 인원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이 폭력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적 시위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을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방향으로 봐야한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시위가 격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 1차 때는 58개, 2차에는 118개 단체가 참여했다. 각자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이렇게 큰 규모로 모이게 된 계기가 무엇이라고 보나.

▲ 박근혜 정부의 불통 때문이다. 농업 문제, 노동 문제, 국정교과서 문제 등 국민의 목소리는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다. 심지어 듣지 않는 것을 넘어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반사회적 집단이고, 혼이 없는 사람이고, 비정상이라고 매도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국민이 아니라고까지 이야기하고. 불통을 넘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민중총궐기에 많은 단체가 모일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원인이 없어지지 않는 만큼,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거다. 불통의 수준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최근에는 행정부의 수장이 입법부에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권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니 권위를 넘어 독재 수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민중들의 목소리가 개별적으로 발생되지 않고, 갈수록 하나로 모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 전농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쌀 수입을 중단하고 쌀값을 보장하라는 것, 두 번째는 TPP 가입 중단, 세 번째는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 TPP 관련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 우선 한․중 FTA와 관련 5~6년 정도 싸움을 해왔고, 최근 통과되면서 FTA문제는 일단락이 됐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로 TPP가 떠올랐다. 그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농업분야에서 쌀을 내줘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쌀은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에도 총리와 장관이 그 약속에 대해 직접 얘기했다. 하지만 TPP에 가입한다는 것은 쌀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속을 또 다시 파기한 것이라고 본다. TPP의 1차적인 문제는 쌀이다. 쌀을 추가 개방하면서까지 TPP에 가입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 외에 TPP 가입을 위해서는 쌀 뿐만 아니라 다른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 요구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과 관련해선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 것인가.

▲ 농산물 가격 안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해왔던 방식이 일관성이 없다. 가격이 떨어지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가격이 오르면 수입해버린다. 차라리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야 한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놔두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놔둬라, 떨어질 때는 가만히 있으면서 왜 오를 때만 그러느냐는 것이다. 이런 것이 농민들 대부분의 하소연이다.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리를 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주요 농산물을 시장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 최소한의 관리는 하고 있다.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국가 수매제를 통해서 가격 안정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전체 양을 국가가 다 수매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일정량에 대해서 정부가 수매를 하고 소비자들에게 안정된 가격으로 판매를 해서 최저 가격을 지켜나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민중총궐기를 통해 정부나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고 보는가.

▲ 다행히 정부가 이번 집회를 불온시하고 폭력집회로 몰아가면서 오히려 관심을 끌었다. 일부 ‘제대로 된 언론’에서는 우리가 왜 모였는지를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있었다. 예전에 농민대회 했을 때는 그런 내용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농민대회를 했다는 기사조차 나오지 않았다. 농민들은 농민대회를 하고 난 이후에도 허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농민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을 수 있나 하는…. 이번에 이렇게 같이 하니까 효과는 더 높은 것 같다. 물론 시위가 폭력적이라는 등 안 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진 부분도 있다. 그런 반면에 왜 모였는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 향후엔 어떤 방법으로 목소리를 낼 것인지.

▲ 3차 민중총궐기는 물론이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우리의 주장을 외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어떤 투쟁을 하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적은 없다. 다 법에 맞춰 신고하고 진행해왔다. 행여나 법에서 벗어난 부분이 발생한다 해도 최대한 절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정부의 지나친 대응방법 등 때문에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우리는 모든 투쟁을 평화적으로 진행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 궁극적으론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하려 한다. 무지막지한 정부와 여당에 대해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힘을 모아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 또 그렇게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농성장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많은 단체가 함께 하고 있는데 농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 2차 민중총궐기 때는 야당도 함께 했는데.

▲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면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다. 이번에 야당이 거리에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안 나오느니 못한 상황이 됐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나선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우리의 이야기를 안 들어주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들어주지 않으면 야당이 우리 이야기를 대변해줘야 한다. 그래서 야당이 있는 것이고. 그런데 이번 2차 민중총궐기에서 야당이 그 역할을 해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평화 시위만을 주장했다. ‘평화’라고 쓰인 배지를 붙인 채. 모인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를 전달해주려고 하는 노력보다, 당신들 평화적으로 집회하고 경찰도 평화적으로 대응해라, 이런 것을 하러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모인 본래의 목적이 사라져 버렸다. 야당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동조를 한 셈이다.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종교인들이 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야당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정부와 싸우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본연의 임무를 전혀 하지 못했다.

 

 

- 이번 FTA 통과에 대한 입장은.

▲ 이번에 FTA 3개가 한 번에 통과됐다. 이후 대책은 전혀 수립하지 않은 채 처리해버렸다. 다른 FTA는 그나마 어느 정도 대책을 세우고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성의 없는, 형식적인, 그리고 말 많고 탈도 많은 ‘상생기금’이라는 것을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기업들도 반발하고, 농민들도 반발하는 것을 만들어놓았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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