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페르 D. 리샤르 지음/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더스티 블루'는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06년 출판사 로베르 라퐁 사와 주간지 <베르시옹 페미나>가 주관한 프로그램 ‘레지당스 뒤 프르미에 로망’ 판타지 문학 부문 당선작이다. 제니페르 리샤르는 미디어 제작사에서 영상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다큐멘털리스트로 활동하며, 독창적인 판타지와 공상과학소설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 그녀는 『더스티 블루』로 화려하게 데뷔하며 박진감 넘치는 전개, 짜임새 있는 구성, 놀라운 반전으로 독자들과 문단의 찬사를 받았다. 작가의 악몽이 모티프가 된 '더스티 블루'는 주인공 라디슬라스 바랑의 현실과 환상,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스무 살 생일 날, 동생 라즐로와 함께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던 라디슬라스 바랑은 동생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차리고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평소와 달리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그 안에 감도는 낯선 냄새. 집에 도착한 그는 생전 처음 보는 노인들과 마주하고, 낯모르는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라디슬라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져들어간 낯선 세계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고,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 간판을 바꾼 슈퍼마켓, 작은 상점들 대신 들어선 거대한 쇼핑몰.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 경찰서는 ‘사회전진부’ 지부로 변해 있었고, 그곳에는 경관 대신 우울하고 칙칙한 푸른색 옷을 입은 ‘요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라디슬라스 바랑은 곧 자신이 이 세계의 유일하고 강력한 통치 기관인 사회전진부의 핵심 인사 카엘 탈라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카엘 탈라스의 애인이었던 아름다운 여인 이자앗의 도움을 받아 낯선 세계와 카엘 탈라스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더스티 블루'는 현실과 악몽, 환상과 꿈이 한데 뒤섞인 세계다. 진실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놀라운 반전으로 카엘 탈라스의 세계와 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진실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서로를 불신한 채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는 어딘지 낯설지 않다. 그 세계에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 구분 또한 무의미해 보인다. 작가는 카엘 탈라스의 분열된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실을 보여주고, 삶과 행복, 죽음에 대한 차가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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