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비박 농성중 연행’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산양지킴이’, ‘설악산 지킴이’로 불리는 녹색연합 박그림(67) 공동대표는 서울 토박이로 산이 좋아 전국의 산을 누볐다.

“40여 년 전 설악산에 오르다 산양을 처음 만났을 때, 지금도 그 산양의 눈망울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것이 설악산과 산양을 지켜야 한다는 순수한 소명으로 이어 진거 같다. 지난 1993년 서울생활을 접고 가족과 함께 이곳에 온지 23년째다. 초기에는 생활문제로 막노동도 했다. 이름도 설악산이 그리워 그림으로 바꿨다.”

 

▲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산양연구가며 환경운동가인 그에게 설악산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그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예정이다.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많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승인,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때론 오체투지로 설악산을 기어오르며, 때론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케이블카 저지에 온몸을 던졌던 박 대표는 급기야 새해 벽두 강원도청앞 농성에 이어 원주환경청앞 비박농성에 돌입했다. 때마침 불어 닥친 수년만의 한파. 하지만 박 대표는 농성장을 떠나지 않았고 설악산케이블카사업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즉각 재구성할 것과 환경영향평가초안 반려를 강력히 촉구하며 농성을 이어왔다. 박 대표는 환경영향평가 기한만료일(29일)을 나흘 앞둔 25일 오전엔 환경운동가 15명과 원주환경청에 진입해 “환경영향평가 반대”와 “생명의 소리에 응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고공시위를 벌였고, 시위를 마치자마자 원주경찰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인터뷰는 연행되기 직전에 이뤄졌다. 

 

-비박농성 현황은.

▲며칠 동안 강한 한파로 추웠지만, 원주지방환경청 행정당국과 국민들에게 케이블카 설치의 부당함을 알리는데 몸을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 기자회견만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막는데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29일이 환경영향평가 만료일이고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저지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 설악산 케이블카 왜 시끄럽나.

▲설악산은 산 전체가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되어 난개발을 막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 호텔과 레스토랑, 산악자전거, 산악바이크 도로가 건설되면 자연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봐라. 과거엔 숲이 우거졌었지만 지금 정상에는 나무 한그루 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 백두대간을 잇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는 국토의 생태 축을 흔드는 일이다. 국가가 나서서 개발주체가 되어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은 백두대간의 대동맥을 끊는 일이다. 그럼에도 악의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유일한 안전장치를 해체해 버렸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전국에 연쇄적으로 케이블카가 무분별하게 세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설악산에는 1급 산양이 약 200마리 정도 사는데 멸종위기종이다.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오색구간 2.4㎞는 자연보존구간으로 멸종위기 동물이 7종이나 서식한다.

 

 

-오색케이블카 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걸로 아는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양양군 오색에서 설악산 끝청 봉우리까지 3.5km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케이블카 그리고 4성급 호텔을 짓는다는 것이다. 양양군은 원래 그런 계획이 없었다고 하는데, 지난해 5월 전경련이 심포지엄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양양군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에 팔을 걷어 부치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환경단체들은 자연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을 우려해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 정치인은 지역발전과 자연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케이블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명암은.

▲타도에 비해 강원도는 재정자립도나 지역경제 면에서 낙후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설악산 등 빼어난 명산이 많아 관광객들은 많이 찾아온다. 이런 곳에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다며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케이블카는 결코 효자노릇을 못한다. 그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2017년 서울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가 뚫린다. 불과 한 시간 반만에 올 수 있게 된다. 또 양양에서 오색까지가 20분이다. 양양에서 출발, 오색에서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불과 1시간 있자고 케이블카 타러 와서 오색이나 양양에 머물 사람은 없다고 본다.

이렇듯 속도가 빠르고 시간이 짧은 관광으로 인해 오색 마을은 점점 공동화현상이 올 것이다. 오색 마을이 살아나려면 ‘스피디’한 케이블카보다 ‘슬로우 관광’을 모색해야 한다. 마을을 생태마을로 조성해 관광객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힐링 마을’로 거듭나지 않으면 경제적 혜택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설악산은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설악산에 오는 관광객은 약 340만 명이며, 정상을 밟는 사람만 20만 명에 달한다. 설악산은 해가 갈수록 훼손이 심각하다. 여기에 케이블카와 호텔 등 위락시설이 들어선다면 적어도 100만 명이 정상을 찾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설악산이 민둥산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젊은 시절 산양을 만났던 설악산은 나에게 영혼의 쉼터와 같았다.

설악산은 마치 포근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사람들로 인해 밟히고 깨어지고 헐벗어 가는 설악산의 고통과 신음소리가 나를 아프게 한다. 헐벗은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오체투지로 올라가기도 했고, 헐벗은 설악산처럼 나도 옷을 벗고 생태보호운동을 했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 케이블카 설치는 자연 파괴요, 국토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 산양똥을 추적해 생태환경과 개체수를 조사하고 있는 박그림 대표

 

-생태환경 가치와 케이블카 가치는.

▲양양군이 케이블카 설치를 끝청 구간으로 결정했다는 것 관련 녹색연합이 자체 조사를 한 바 있다. 양양군에서 제시한 개발청사진에는 전혀 동물보호에 관한 대안은 없다. 이곳은 현재 멸종위기 1급인 산양과 2급 하늘다람쥐, 조류, 식물 등 1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구역이다. 게다가 높은 지대에는 200년이 넘은 숲이 무성하다. 이런 자연적 생태적 가치는 어떤 값으로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이다. 그런 숲을 불도저로 밀어내 호텔 등을 지어 자연파괴를 일삼는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

 

 

-노약자 등에게는 케이블카가 긍정적인 면도 있을 텐데.

▲강력하게 장애인철폐연대에게 케이블카 사업추진에 장애인을 볼모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분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케이블카를 타러 오는 자체가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다. 차라리 저상버스를 늘리는 것이 더 낫다. 연로하신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복지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공원은 곧 백두대간이다.

▲국립공원은 한마디로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말한다. 땅에도 혈이 흐르는데 국립공원은 곧 국토의 생명혈(生命穴)이자 명당처(明堂處)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총면적은 일본의 5.2%와 대만의 9.6%에도 못 미쳐 국토대비 3.9%에 불과하다. 백두대간은 한민족 생명의 근원이다. 이런 곳에 기계문명과 자본의 힘이 들어온다면 영원히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생태자원 선진국인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아예 없다. 그들은 번개로 인해 숲에 불이 나도 그대로 둔다. 그것도 자연현상으로 보고 타도록 놔둔다.

또한 세계의 국립공원들은 케이블카를 없애는 추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환경부 정책은 거꾸로다. 전국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4곳과 설악산국립공원 1곳, 월출산국립공원 1곳 등 모두 6곳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재 국내산에 있는 산양 개체 수 현황은.

▲우리나라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보호 동물이다. 향후 50년 이내에 이 땅에서 자취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멸종위기종이다. 생태환경이 좋은 깊은 산에 사는 산양을 보존하려면 자연 속에서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도록 그대로 내 버려둬야 한다.

산양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서 사는데 일부러 찾아보기 힘든 동물이다. 산양은 현재 강원도 백두대간인 향로봉과 오대산, 울진 등에 모두 800마리 정도 살고 있다. 산양의 삶은 곧 한민족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환경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산양전문가가 없다. 산양이 서식하는 분포를 알려면 땅에 떨어진 햇똥을 보고 파악한다. 햇똥을 볼 때마다 이들이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기쁘다.

 

 

-설악산 지킴이로서 당국에 할 말이 있다면.

▲ ‘국민의 공원’ 설악산이 케이블카 설치로 무너지면 다른 명산들도 케이블카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나는 이런 불법적인 승인이 취소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국민들의 협조와 단결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이 이슈화하고 계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의 리더들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멈추지 않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싸워 갈 것이며, 국민 앞에서 잘못된 환경파괴를 저지르는 행정당국과 자본의 논리에 눈이 먼 거대기업과 싸워 나갈 것이다. 대자본가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가를 이익집단화 한 행태와 국민의 귀와 눈을 흐리며, 불법적 이권개발을 타파해 나갈 것이다. 국민들은 무지갯빛으로 포장된 개발 사업을 남발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기술책에 속지 말아야 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