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과 로켓발사, 미국에 수교하자는 강력한 신호이자 최후의 협상수단”
“북 핵실험과 로켓발사, 미국에 수교하자는 강력한 신호이자 최후의 협상수단”
  • 한성욱 기자
  • 승인 2016.02.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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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1회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 그리고 그를 빌미로 한 사드(THAAD) 배치 움직임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극한에 달해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군사ㆍ경제적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은 한반도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북핵과 맞물려 G2이자 군사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이 미국과 방위협력조약을 맺으며 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본격화하면서 중․일 간 패권전 또한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977년 통일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역대 정권을 거치며 대북정책을 맡았으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선 2대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을 만큼 남북관계를 둘러싼 국제관계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세현(71)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긴박하게 요동치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에 대해 들어봤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통일대박론’도 사실 따져보면 ‘북한붕괴론’이라고 본다”고 입을 연 정 전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북한이) 핵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미국에게 수교하자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정부와 미국이 추진 중인 사드배치와 관련 중국 왕이 외교부 부장의 ‘항장(항우의 사촌동생)이 칼춤을 추는 것은 유방을 죽이려는 음모’라는 얘기와 관련 “미국이 북한을 칠 것처럼 칼춤을 추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을 친다는 비유”라며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것은 뻔하다. 미국이 북한을 핑계대지만 실은 그 칼날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절대적인 상황에서 심지어 단교까지 갈수도 있다”며 “1차로 경제보복, 2차로 군사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통일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통일부에 있을 때 대통령의 대북관이 통일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기본적으로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 전 대통령들은 보수적 반북사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다소 진보적이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북한붕괴론자’였다. 임기 중에 곧 붕괴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MB도 YS와 같은 맥락에서 대북지원을 하지 않고 방치해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통일대박론’도 사실 따져보면 ‘북한붕괴론’이라고 본다. 특히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한 부분이 그렇다. 그 변화란 사회주의를 자본주의로 바꾸는 것과 사람을 바꾸는 두 가지 방식이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취했던 것이 ‘레짐체인지’다. 후세인을 체포해서 없애고 다른 친미 인사를 뽑아 앉힌 것이 바로 그것이다.

 

 

-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극한의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지금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놓고 남침용 또는 대남적화용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의 장거리 미사일은 1만2000km를 날아간다. 부산을 지나 아주 더 멀리 날아가는 무기인 것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북의 나진, 선봉까지가 490km이고 신의주까지는 409km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오산비행장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거리다.

만일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면 1만~1만2000km급 미사일을 쏘겠는가. 300km를 날아가는 스커드 미사일 몇 발이면 끝난다. 그런데 그런 장거리 미사일을 놓고 남한에 핵공격을 할 것처럼 말들을 하는데, 핵무기는 지금까지 미국이 1945년 8월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 이외에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미국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공인된 핵보유국이다.

 

 

 

 

- 4차 핵실험,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한마디로 미국과 수교를 하자는 것이다. 과거 북한은 25년간 미국에게 끈질기게 수교를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그런데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더 이상 북한을 죽이지 못한다. 미국의 계산은 북한을 지속적으로 비 수교 적대국으로 놔두다가 기회를 봐서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북한도 죽지 않으려면 뭔가 강력한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핵과 미사일이다. 그러니까 핵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미국에 수교하자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핵보유 국가들은 200개 이상의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 번도 쓴 일이 없다. 그것은 ‘적들이여, 나를 건들지 말라’는 경고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서 우리한테 쓸 수는 없다. 만일 핵을 쓴다면 당장 미국이 가만 놔두겠는가? 그것으로 북한정권은 끝나고 만다. 그러므로 핵은 자위수단일 뿐임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달리 뾰족한 답이 없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건 미국을 향해 쏘려는 것이 아니라 관계정상화를 이루고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최후의 협상수단이다. 따라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진한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하기 위해 1994년과 2004년 두 차례 합의를 한 일도 있지만, 결국 북한이 뒤통수를 맞고 무산됐다. 지금 북한은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미국과 수교를 해야만 하는 국가운명의 기로에 서있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 카드로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도 미국을 협상테이블에 앉히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북․미수교가 이뤄지면 북한은 어떤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보나.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맺게 되면 막대한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돈줄인 ADB(아시아개발은행)과 IBRD(세계은행)의 자금으로 붕괴직전의 북한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현재 중국의 경제지원과 남북협력 사업만으로 북한경제를 살리기는 어렵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없어져 북한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 향후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보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추가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개성공단 운용비용은 5600만 달러지만, 그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사업이었다. 5600만 달러를 주고 6만5000명의 사람들이 휴전선을 넘어 15km 북쪽 개성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유사시 남침작전을 하더라도 사전 감지가 용이하다는 군사적 장점도 있었다. 탐지시간이 조기경보기보다 훨씬 빠르다. 조기경보기는 기계이기 때문에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금강산관광 중단 사태, 그리고 이번 개성공단 중단으로 그동안 기대했던 경제적 가치가 사라지고 군사적 긴장만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방부 예산을 증액하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무기 구입비가 늘어나게 된다. 북한 동향파악과 탐지 명목으로 고가의 무기를 들여오려면 그들(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다. ‘투자 대 효과’ 면에서 보면 5600만 달러로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비용부담이 적다는 말이다. 이 비용이 아깝고 핵개발 비용으로 전용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정세현은?

-1945 북만주 헤이룽장성 출생
-경기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정치학 박사)
-1977 통일부 연구관
-1993~1996 청와대 통일 비서관
-1998 민족통일연구원 원장
-1998 통일부 차관
-2002~2004 제29, 30대 통일부 장관
-2004 평화협력원 이사장
-2004~2007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2005~2007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2005~2006 남북실무접촉 수석대표
-2015.10 한반도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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