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정부의 개성공단 인건비 유용 관련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개성공단 인건비 1억 달러를 북한이 유용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 개성공단 가동 10년 동안 미국과 유엔안보리는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유용했다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혐의가 있었다면 벌써 미국이 제재를 했을 것이다. 미국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문제를 걸고 들어오는 나라다.

심지어 금강산관광 재개문제가 자꾸 나오니까 통일부가 유엔안보리에 물어봐야 한다며 말을 피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가 금강산관광은 유엔안보리 제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만큼 미국은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돈이 군사경제에 쓰이는지 인민경제에 쓰이는지 이미 알고 있다. 군사경제보다 인민경제로 돈이 들어갔다면 시비 걸 수 없다. 개성공단도 그동안 미국이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 사드 배치로 인한 비용 문제는 어떻게 되나.

▲일단 미국이 사드 1개 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해놓는 건 엄밀히 말하면 외상이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차후 방위비분담과 분할상환 방식으로 슬슬 유인할 것이다. 사드 1개 포대가 2조원이다. 여기에 딸린 부속세트도 많지만 요격용 미사일 1개가 무려 1000만 달러다. 사드를 일단 들여오면 유지비만 매년 5억 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새 부품을 갈고 난 뒤에 고장 나지 말란 법도 없다. 성능이 개량된 요격용 미사일의 교체를 요구하면 사야한다. 또한 미국이 해마다 하는 ‘키 리졸브’ 등 군사훈련은 한마디로 ‘신형무기 이동 박람회’라고 보면 맞다. 예를 들어 작년에 쐈던 대포의 표적반경이 5m였는데 신형무기는 30cm 간격으로 정밀타격을 했다면, 그 무기를 사고 싶어진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무기장사를 한다. 그럼 국방예산에 편성 안할 수가 없다. 안보에만 너무 집중하면 대북지원보다 훨씬 많은 비용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정부의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번 중국의 왕이 외교부 부장이 아주 적절한 표현을 했다. ‘항장(항우의 사촌동생)이 칼춤을 추는 것은 유방을 죽이려는 음모’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항우는 초나라 왕이고 유방은 항우의 밑에 있던 장군이다. 백성들 사이에서 유방의 인기가 자꾸 높아지니까 항우의 책사들이 모함을 한 것이다. 칼춤은 결국 축하를 위한 게 아니라 유방을 죽이려 한 것이다.

여기서 칼춤은 미국이 추고 그 파티가 열리는 장은 한국이다. 미국이 북한을 칠 것처럼 칼춤을 추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을 친다는 비유다. 따라서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것은 뻔하다. 미국이 북한 핑계를 대지만 실은 그 칼날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처음에 사드 탐지거리를 2000km로 정했다. 이 범위 안에서 중국은 비행기나 군사 이동이 전부 탐지 당한다. 극동러시아 일부도 잡히지만 그 범위를 훨씬 넘는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발끈하자, 미국은 600km내 북한 감시만 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도 중국의 동북 삼성과 베이징, 상하이까지 주요 도시가 탐지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아니라 자신들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사드배치를 강행할 경우 러시아의 경우 군사적으로 강력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극동러시아의 경우 중국보다는 훨씬 적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는 경제적인 쪽으로도 우리에게 보복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일단 경제적 제재를 해올 것이다. 한국에서 2014년에 처음 사드 배치 얘기가 나왔을 때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즉각 반대를 했을 정도다. 사드 배치가 바로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심지어 단교까지 갈수도 있다. 실제로 1차로 경제보복, 2차로 군사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연간 500억 달러 흑자를 내고 일본과는 250억 달러 적자를 낸다. 미국과는 150억 달러 흑자 정도다.

 

 

 

 

-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미국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말하자면 ‘원 벨트 원 로드(One Belt One Road)’다. 중국이 장차 세계의 군사ㆍ경제적 지배자임을 만방에 알린 것이다. 땅을 통한 경제협력과 바다를 통한 해로를 열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돈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중국의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다. 이것은 미국의 동북아시아에서의 우월적 지위(Supremacy) 경제 질서에 버금가는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세우고 미국과 맞먹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적 행보에 매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 미국이 대북한 수교를 미루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중국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바짝 긴장을 했다. 비교적 오바마가 진보정권이라고 하지만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버리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압박할 명분이 없어진다.

그전에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줬다가 약속을 번복하는 등 문제도 있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북한을 묶어 놓고서 IAEA를 통해 핵개발 의심이 나면 제재를 가했다. 조금 주고 다시 빼앗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해결방안 측면에서 별로 득실이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 ‘중화몽’이 중국의 옛 영화를 되찾게 할 수 있을까.

▲중국은 과거 서양세력에게 170년 간 당했다. 원한을 갚아야겠는데 그동안 힘이 없었다. 힘이 생길 때까지 서양인 앞에서 무릎 끓고 언젠가 일어서야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몰래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칼날의 빛을 칼집 속에 감추고 어둠속에서 남몰래 힘을 기른다)’를 통해 힘을 길렀다. 20년 동안 절대로 고개 쳐들지 않고 죽어지냈다. 2000년대가 되면서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라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화평’은 그저 위장적인 말이고 ‘굴기’는 꿇었던 무릎을 일으켜 세운다는 말인데 서양인 앞에 꿇었던 무릎을 일으켜 세운다는 뜻이다. 중국은 2009년에 ‘중화몽(中華夢)’을 선언했다. 하늘아래 중국, 중화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뜻이다.

놀라운 것은 2013년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 중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주 겁나는 소리를 했다.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나눠 써도 충분할 만큼 넓다”고 말한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이 정도면 태평양 반쪽은 내놓으라는 말이다. 중국도 태평양으로 진출할 거니까 같이 쓰자는 의미다.

 

 

- 미국의 반응은.

▲그렇게 얘기하니까 미국이 놀란 것이다. 그때부터 오바마가 ‘아시아 재균형’이란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미국은 중국이 힘을 키워 올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사회주의 체제에 50여 개 소수민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망할 것으로 보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쪼개졌지만, 중국은 강력한 통치력을 통해 50여개 소수민족을 아직도 끌고 가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다음의 경제력을 가진 G2로 올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급기야 자신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군사력 증강을 하니까 미국이 겁이 난 거다. 러시아의 남하를 막느라 방심하고 있다가 어느새 중국이 급성장해 미국에게 대들려 하니까 부랴부랴 ‘아시아 재균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동안 아시아 정책에선 미국이 우위였다가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엇비슷해지자 다시 중국을 억누르려는 것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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