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넘긴 전면파업, 끝나지 않는 ‘풀무원 갈등’

 

풀무원과,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연대 소속 풀무원 분회 노조원들과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서로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안개정국 상태에서 지난달 18일 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풀무원의 자사 물류계열사인 엑소후레쉬물류는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부에 화물연대 소속 풀무원분회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방해를 이유로 청구한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제시한 금지목록에 따르면 화물연대 소속 풀무원 분회 노조원들은 앞으로 엑소후레쉬물류를 포함 풀무원 사업장 7곳에서 차량 흔들기 및 흉기로 차량 가격하기 등의 행동을 하게 되면 1일 1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또 ‘저속 운행 및 출입구 점유 등으로 통행방해를 하거나 난폭운전이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었다고 판단되는 행위, 차량 등의 외부 도색 및 유리창 파손 행위’도 금지된다.
 

오늘도 칼바람 맞으며 ‘호소’하는 사람들

화물연대 소속 풀무원 분회 노조원들이 제품을 운송하지 않고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1일 현재 180일을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화물 노동자들이 찬 아스팔트 위에서, 강풍이 몰아치는 광고탑 위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현철(35) 씨는 냉동탑차 밑으로 들어가 차축과 자신을 하나로 묶은 채 누웠다. 그렇게 차디 찬 아스팔트에 누워 9일을 버텼다. 연제복(48) 풀무원분회 부분회장과 유인종(43) 조합원은 칼바람을 맞으며 68일을 여의도 광고탑 위에서 살았다.

지난해 10월 24일 풀무원 분회 노조원 5명은 여의도 광고탑으로 올라가려는 노조원들을 막으려는 경찰관들과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특수공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다. 또 시위 과정에서 구속된 노조원까지 포함 도합 9명이 지난달까지 구치소에서 지내야 했다. 한 명은 78일, 한 명은 51일 동안 수감되었다.

화물연대 소속원 4명은 두 달 넘게 부천 원혜영 의원 사무실 앞 천막에서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풀무원 공동창업주였던 원 의원이 두차례 풀무원측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명쾌한 답변을 얻지 못한 상태다.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는 그간 파업 사태로 인한 피해비용을 26억원으로 추산하고 노조원들이 각 3000여 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진실의 공은 누구에게 있나

화물연대 풀무원 분회 소속원들은 풀무원 본사가 ‘직접’ 대화의 자리로 나오길 희망하고 있다. 파업 이후 생계가 끊긴 이들은 마지막 희망을 오늘도 버리지 않고 있다. 노조원들은 장기 파업으로 인해 카드빚을 갚지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풀무원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시위 중인 화물연대 풀무원 분회 소속원들에게 ‘자사 직원’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자회사 엑소후레쉬물류쪽 냉동운수사와 계약한 개인용 차량을 가진 지입차주이기 때문에 풀무원 본사가 아닌 엑소후레쉬물류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화물연대 충북지부 윤종수 풀무원 분회장은 “월급이 엑소후레쉬물류에서 운수사를 통해 나오는 건 맞다. 하지만 엑소후레쉬는 풀무원의 물류만 담당하는 물류 자회사다. 엑소후레쉬는 실제로 돈이 오가는 곳이 아니다. 그저 수치상의 ‘돈’만 나오는 곳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결정권은 본사의 지침대로 정해지고 본사에 따른다. 물류 측과 대화를 하려 해도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든 그들은 본사의 지침, 방침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도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본사와 대화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엑소후레쉬물류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차량 도색 문제 등은 언론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도 괴리감이 있다”고 호소했다.

윤 분회장은 “지난해 임금인상에 서로 합의한 것은 맞지만 이는 20년간 오른 물가상승률을 무시한 결과”라고 전했다. 또한 “계약서상에 파업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호 상생에 의거해서’라는 조항을 사측이 인정하지 않은 결과”라고 맞섰다.


 

 

낮은 목소리의 노동자, 오늘도 갑을 향해 외치다

한편 엑소후레쉬물류는 화물연대 풀무원 분회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20년간 임금 인상이 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임금인상 자료를 제시하며 지난해 1월 8%의 임금 인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합의안과 관련해서도 12개안을 전격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노조 측에서 계약서엔 ‘파업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계약을 불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후레쉬물류측은 파업 및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전체 수송 및 배송 차량 지입차주 700명 가운데 1/10도 안되는 화물연대 소속 40여명이라고 일축했다. 사측은 이들이 2014년 10월 화물연대 분회를 결성한 후 그간 3번이나 운송을 거부해 신선식품 물류 수송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자사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풀무원 본사를 걸고 넘어지는 등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고 이로 인해 풀무원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 풀무원 시위<화물연대 사진 제공>

 

풀무원분회 윤종수 분회장은 700명중 4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측의 지적과 관련 “노조 가입한 105대 중 10대가 사측에서 일을 비정기적으로 주는 백색도색을 한 ‘용차’ 노동자들이었다. 일을 안주기 시작하니까 먹고 살려고 노조를 탈퇴했다. 남은 90명 중 40명이 도색유지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우리도 따라서 계약을 했지만 이들은 전부 노조를 탈퇴했다. 그리고 도저히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9명도 손해배상을 해주고 들어가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40명만이 남았다”며 “단 1명만 남더라도 계속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윤 분회장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도 빨리 협상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사항”이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노조원들은 엑소후레쉬물류와 운수계약을 하고 있는 냉동운수사가 파업 전 운행했던 유류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에서도 사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라 이들 노동자들은 더욱 절망스런 상황에 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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