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이수호의 일흔 즈음에-테러방지법 통과 그 이후

 

 

테러방지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이 
야당과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하게 통과되고 
내친김에 박근혜는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몰아붙이는데 
그렇게 되면 국민 모두가 테러 용의자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통신수단과 관계망이 
영장 없이 사찰이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엄청난 현실 앞에서 

때론 낄낄거리고 때론 비분강개도 하며 재미있게 노는 
사이버 사랑방인 카톡방 마저 마음대로 들어와 
기웃거리고 훔쳐보며 침 흘리고 해코지까지 한다는데 
도저히 살 수 없다며 그래도 보안이 좀 나은 
다른 방으로 망명을 하자고 난리들이다 
대체로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분들이 더 그렇다 
생각해보니 나를 포함하여 이 분들이 
테러방지법 통과에 더 책임이 많은 것 같은데 
도망도 먼저 가자니 좀 뭐한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국회에서 그 못난 야당이 
그래도 무제한토론인가로 마지막 저항을 할 때 
월드컵 붉은 악마는 아니더라도 
광우병 쇠고기 때의 반의 반 
1만 명 정도라도 국회 앞에 모여서 
며칠 촛불이라도 들었더라면 
단언컨대 테러방지법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았으리라 

그 며칠 낮과 밤 그래도 젊은 국회의원들이 피를 토하고 있을 때 
나는 어디 있고 우린 무얼 하고 있었던가 
분노와 한숨이 최선이었다고 핑계 대면서 
어디 좋은 나라로 망명하자고 할 자격이나 있는가 
이대로 남아 내 삶으로 책임을 지면서 
그 부당함을 온 몸의 저항으로 맞서야 하지 않을까 

현직 대통령도 잘 못하면 당당하게 비판하면서 
그것으로 경찰에 끌려가기도 하고 감옥도 가고 
처절하게 싸우면서 다시 빼앗아 오는 것만이 
정말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 아닐까 

일흔 즈음 이 나이에 어디를 간들 편하겠는가 
생각하니 가슴만 답답하고 먹먹할 뿐이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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