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학장-1회

경제가 극도로 불안하다. 정부는 괜찮다고만 한다. 노동도 불안하다.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일자리창출을 부르짖는다. 글쎄올시다. 임시직과 비정규직만 급속 증산해내는 꼴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해고는 갈수록 쉬어진다. 천운이라도 있어 바늘구멍 통과한 낙타마냥 정규직 일자리를 얻어낸 노동자들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구조조정, 명퇴, 정리해고 등 온갖 용어를 들이댄 해고 사태가 상시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개혁안 반대를 외치다 수감돼있는 상태다. 한치 앞 가리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들리느니 한숨소리 뿐인 상황. 노동문제 연구에 30여 년 동안 매진해 온 성공회대학 하종강 노동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과 관련 “우리나라는 노동법상 평가제가 투명하게 제도화 되어 있지 않고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저성과자로 분류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처럼 어릴 때부터 노동교육과 노동인권 등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만큼 ‘노동’이란 단어에 예민한 나라도 없다고 말하는 하 교수는 “현재 한국처럼 노동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한국교과서선 찾아보기조차 힘들다”며 “OECD 경제국가에서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의 사회교과서에는 노동운동사와 미국 노동사에서 실패한 파업과 성공한 파업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고 얘기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학장

 

- 노동자들이 많이 힘든 시대다. 지난해엔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이 논란이 됐고, 국회처리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짚어 보자. 정부의 노동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 현재 파견업종이 32개다. 이번 법안은 정부가 2개 업종을 추가해서 구조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32개에서 2개가 추가되니 34개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의 모든 산업에 대한 정부기관의 한국표준산업 분류 책자에 직업이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는 직업을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세(細)분류, 세세(細細)분류 다섯 단계로 나눈다.

현재 32개 업종은 세세분류 업종이었다. 원래 참여정부 당시에 있었다가 이번에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노동구조개혁을 하면서 추가하자는 두개의 업종은 대분류업종이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대분류 업종 두 개에 세세분류 업종만 400개가 들어있다. 문제는 모든 전문직종에도 이를 허용하자는 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거의 두 배 이상이 늘어 900개 이상 업종이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직종의 전문직분야에 파견이 가능해 진다.

 

 

-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이 만연한 상황이지만 개정안엔 한술 더 떠 저성과자 해고지침이 포함됐다. 노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 사실은 이것이 경영자단체들의 오래된 민원사항이었다. 전경련, 경총, 중소기업연합회 등이 그렇다. 이번에 다행히 노·사·정 합의로 잘 마무리된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약 1만 명 정도가 있었다. 그중에 1000명 정도가 불법파견이다. 제조업체 생산라인은 허용된 것이 아닌데 이들이 소송을 제기해서 정규직 판결을 받았다. 기아차도 약 500명 정도가 개별적으로 소송해 정규직이 되었다.

이건 파견 가능업종이 아닌데 불법파견이다. 사내하청이라는 가면을 쓰고 불법파견을 했다 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합법적인 파견으로 만들겠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내용은 한마디로 기업의 민원들을 맞춰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동법상 평가제가 투명하게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서,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저성과자로 분류할 수가 있다. 그것도 매우 주관적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 한국노총이 이 법안을 뒤늦게 파기했지만 지난해 노사정위에 참여했고, 정부의 노동법개 정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또한 구미지역에선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한국노총 임원 출신이 공천을 받기도 했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이를 놓고 계속 총파업을 했는데, 이런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은 별로 호응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과격한 노동단체라는 인식만 커졌다. 장차 자신의 자 녀나 일가친척들이 당할 문제임을 모른다. 민주노총보다 한국노총이 어용노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구미 지역의 한국노총 위원장이던 사람이 새누리당 단독 공천을 받았다. 이곳은 여당의 텃밭이다. 100% 당선지역이다. 한국노총의 운동 성향이 그렇다. 그렇다고 한국노총을 모두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지만 내용상 파업은 아니다. 이번에 구미 지역에 나온 한국노총 후보자는 보수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은 총파업 만능주의’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러니 보수언론이 이때다 하고 대서특필을 하는 것이다.

 

 

- 저성과자 해고지침의 해악은 무엇인가.

▲ 제가 30년간 이런 문제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볼 때, 긍정적 측면에서 본다면 기업이 경쟁을 통해서 노동력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이를 도입했다가 모두 폐지했다. 왜냐면 부정적인 면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공직사회에 이 제도가 도입된 적이 있었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생기겠는가. 공무원들은 주기적 순환 근무제다. 과거에는 부서에 발령받아 새로 온 공무원에게 상급자가 기존의 업무들을 가르쳐주는 것이 전통적인 관례였다. 그런데 조직에서 20%의 저성과자를 분류하고 2번 이상 포함되면 퇴출대상이 된다는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업무를 안 가르쳐 준다. 왜냐하면 부서에서 다른 사람이 저성과자로 낙인이 찍혀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살벌한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전반의 업무능률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한국과 외국의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한때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핀란드 보건복지부 차관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가 기자회견 중에 “나도 국가에 고용된 노동자며 조합원이다”고 말했다. 유럽은 차관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부대사는 국내 한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는 부대사도 노동조합에 가입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핀란드 교육을 세계 최고로 만든 인물이며, 전 세계 교육계 거물인 피터 존슨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핀란드는 대개 교장과 선생과의 사이가 매우 좋다. 왜냐면 교장도 전국노동조합에 가입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노조, 소방관노조는 거의 대부분 선진국들에 다 있다. 심지어 군인노조도 있다. 우리는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당장 나라가 망하는 줄로 안다.

 

 

- 한국에 공무원노조가 발족하면서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는.

▲ 일례로 군인노조가 생기면 군대내 가혹행위와 성추행, 군납비리 등 많은 비리가 사라져 투명해진다. 이런 강의를 학생들에게 하면,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 아니냐고 따지는 학생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깨끗한 군인노조가 독일이다. 독일도 대표적인 분단국가였다. 군인노조를 만든 대부분의 나라들은 과거에 세계대전을 한두 번씩 겪었던 나라다. 군대운영에 밝은 나라였다.

따라서 군인노조가 생기면 군인이 군인 본연업무에 충실해지고 군대내 비리 등이 사라진다. 우리나라도 공무원노조가 생기면서 공무원사회가 엄청 투명해졌다. 생기기 이전과 이후는 천지차이다. 한때 공무원노조가 생긴다고 9시 뉴스에 연일 보도되면서 한국사회가 발칵 뒤집혔었다. 당시 세계에서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나라가 176개국이었다. 지금은 200여개로 늘었지만, 176개국 중에 공무원노조를 불법으로 간주한 나라는 두 개 나라뿐이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이다.

 

 

-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 노동정책의 현실은.

▲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노동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1년에 6번 정도 모의 노사교섭단체 교육을 한다. 초등학생들끼리 경영자 대표를 뽑고 노동자 간부들을 뽑아서 실질적 임금교섭을 한다. 이런 내용이 교과서에 실려 있다. 교과서에는 노사 간에 교섭을 할 경우에는 서명도 할 수 있고, 현수막이나 벽보를 붙이며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연설문 작성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 같으면 깜짝 놀랄 일이다. 애들에게 무슨 데모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 아니냐고 따질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독일교과서에는 노동자 교섭단체를 뽑거나 추진과정에 대한 모든 실제규약이 실려 있다. 노동자 대의원이나 간부를 선출하는 것도 이 규약대로 시행한다. 또 중등사회과목 교과서를 보면 청년실업에 대해 수십 페이지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도 시민법률 사회과목이라는 교과서가 있다. 프랑스 교과목은 한단어가 아니라 복합어다. 이 교과서의 3분지 1은 노사단체 교섭에 관한 전략과 전술이 기술되어 있는데, 고등학교 1학년이면 인문계와 실업계 학생 모두가 교육을 받는다. 이런 교육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하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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