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눈높이 때문이라고? 토플 만점 받아도 취직 힘든데…”
“청년실업이 눈높이 때문이라고? 토플 만점 받아도 취직 힘든데…”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3.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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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학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학장

 

- 외국의 경우 진보적 노동정당의 집권역사가 깊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위정자들과 국민들의 노동자 중심 정당에 대한 인식은 매우 열악하다.

▲ OECD 국가 중 영국과 프랑스, 독일 사민당, 브라질 노동자당, 이탈리아 등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 여러 차례 집권했거나 현재도 집권하고 있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조차도 사회당 연립정부가 들어선 경험이 있었고 사회당수가 6명이었다. 우리는 노동자 중심의 정당이 집권을 한다고 하면 나라가 망하는 줄로 안다. 그런 경험이 없는 나라는 세계에 우리 밖에 없다. 메르켈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총리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다. 장관까지는 주요 노동자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총리라는 지배 계급이 되면서 더 이상 노동자 계급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어서 섭섭하다.” 독일은 장관까지 노조가입이 허용된다. 모두 가입하지 않지만, 장관 중에도 다소 진보적인 장관이 가입을 한다. 자유로이 가입을 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거의 다 조합원이다. 메르켈 총리도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다’는 기본적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의 경우 노동운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일부에선 집단이기주의, 귀족노조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 노동운동은 본래 이기적인 것이다. 노조란 사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집단이 아니라 철저히 이익집단이다. 유럽의 300년 된 노조의 태생부터가 그렇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이 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형성된 것이다. 한국은 그 이익집단인 노동조합을 왜 보호해야 하는 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

노동삼권을 보자. 이걸 뜯어보면 아주 살벌한 논리다. 헌법 3조가 노동삼권인데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단결권과 교섭권, 단체행동권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권리다. 노동자들이 요구를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파업할 권리가 있다 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삼권을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이런 단서는 법에 없다.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는 권리만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을 가르치지 않고 이해도 없다. 원래 노동자의 노동운동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치만으로 이를 부도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노동자 내부에 편차가 생긴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영세하청업체, 비정규직 임금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 그러니까 정규직 노동운동을 비정규직과 같이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것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규직 노동자가 행복하게 살기위해 하는 노동운동 자체가 부도덕한 건 아니다.

 

 

- 청년실업률이 12.5%로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 과거 MB의 경우 청년 실업률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눈높이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고 말했다. 너무 눈높이가 높아서 수도권 대기업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청년실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세 명이 받았다. 다이아몬드와 모텐슨 등인데, 노동경제학자 출신들이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이다. 이들의 공로는 실업은 개인의 능력이나 기업에 맡기지 않고 정부의 정책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다. 개인의 스펙을 높이고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것만으로 실업은 절대 해결이 안 된다. 정부의 정책구조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이는 MB가 말한 ‘눈높이’와는 완전 반대다. 절대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이들 학자들의 견해다. 현재 한국 대학생들의 스펙은 최고다. 과거 토플 700점이면 회사를 골라서 들어갔다. 지금은 토플 만점 받아도 들어가기 어렵다. 그러면 지방으로 청년들이 갈만 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조차도 안 되고 있다. 누가 대학 나와서 지방의 농공단지에서 최저임금 받으며 뼈 빠지게 일하고 싶겠는가.

 

 

- 청년실업 문제, 해법은 없을까.

▲ 스웨덴과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스웨덴은 실직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완벽하다. 한국 은 퇴사하면 그거로 끝이다. 스웨덴의 경우 국민이 일자리가 없어서 실직했다면 국가의 책임으로 본다. 만약 노동자가 일할 능력이 없다면, 그 능력을 키워주지 못한 것도 국가의 책임으로 여긴다. 실직자는 국가의 책임 하에 교육과 생계비 지원을 받으며 경쟁력 있는 필요한 노동자가 될 때까지 계속 평생 실시한다. 이것이 평생학습이다. 스웨덴은 볼보 회사에서 5년 된 선반공이나 중소기업에서 5년 된 선반공이나 임금이 같다. 이것이 스웨덴의 경쟁력이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이런 고임금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기업체는 퇴출된다. 고부가가치 창출 기업만 남는다. 이것은 진보적 경제학이 아니다.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은 스웨덴 방식을 도입하지도 않았지만, 최초로 이러한 제도를 적용한 기업이 유한킴벌리다. 이 회사는 어떤 불황이 와도 사원을 한명도 내보내지 않는다는 경영이념을 고수했다. 교대시간을 바꿔서 남는 인력을 평생학습에 투입한다. 그런 방식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도 그 회사 말고 스웨덴과 같은 그런 직종이 있다. 공무원과 교사가 그렇다.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 교사나 시골 작은 고등학교 교사가 받는 임금이 같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의 9급 공무원이나 동사무소 9급 공무원 임금이 동일하다. 이게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니다.

 

 

- 임금피크제, 신규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나.

▲ 임금피크제는 경력자들의 임금을 줄여서 신규직원에게 배분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나이 많은 직원의 임금을 낮춰서 청년실업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없다. 신규취업자도 늘어나지 않았다. 정부가 시행하라고 하기도 전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한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이 꽤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에서 신규고용이 더 늘었다는 연구 성과는 없다. 이건 단순히 정부가 고임금을 주기 싫어서 경력자 임금을 줄이려는 편법에 불과하다.

 

 

 

 

- 법원이 내리는 노동자 정리해고에 관한 판결 기준 요건은 무엇인가.

▲ 김영삼 정권 말기에 노동 법안이 날치기로 통과된 일이 있었다. 그 이후 몇 개월 동안 총파업이 있었는데 가장 큰 쟁점이 정리해고였다. 그런데 이 정리해고를 신설하되 시행하지 않다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이 제도를 전격 시행한 것이다. 모든 해고는 징계해고이거나 정리해고다. 징계해고는 당사자가 공금횡령 등 잘못을 저질러 고용계약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가 불가능한 상태고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이유로 눈물을 머금고 직원을 내보내는 것이다.

법원 판사가 근거로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다. 이 법안에는 노동자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 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할 수 없다’라는 단 한줄 뿐이다. 노동자가 해고를 당하는 방법은 수 만 가지인데 근로기준법에는 그저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말 뿐이다. 이러니 매 사건마다 판사가 정당한 사유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징계해고의 경우 법원에서 재정합의라는 심의를 한다. 징계해고의 기준요건은 세 가지다. 사측의 ‘정당한 징계 절차’와 ‘징계사유의 사실’, ‘징계권 남용 여부’다. 판사는 이를 놓고 판단을 한다.

 

 

- 우리 법조계의 노동에 대한 인식은 어떻다고 보나.

▲ 오래전 사법노동연수원 노동법 세미나에서 강의를 했었다. 제가 노동연구소 소장일을 할 때인데, 첫날 근로기준법 강의를 했다. 나중에 끝난 후 연수원생 대표와 대화를 하는데 하는 말이 “우리가 뭔가 알거라고 기대하지 말라. 오늘 참석한 연수원생 중에 근로기준법 강의 처음 들은 사람이 90%는 된다”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법고시생들이 처음부터 노동법은 공부를 안 한다. 1차에서 자신이 과목을 선택을 하지만 노동법은 일반 기업법보다 분량이 10배가 넘는다. 이 법은 고차원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양이 방대하다. 그런데 기업법이나 노동법이나 점수가 같다. 그러면 사법고시 준비생이 정신 나가지 않은 다음에야 노동법을 선택할 일이 없다. 한국의 법과대학 중 노동법 필수 과목이 거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까 노동법 공부는 아예 하지 않는 상태에서 고시에 합격하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법만으로 법조계에서 출세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과 맞물려 선택을 아예 하지 않는 풍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먼저 노동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 ‘노동’이라는 개념이 틀린 생각일 수 있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잘못된 생각을 수십 년 동안 안은 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동자 임금과 노동자 권리가 향상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유익하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노동자 임금상승과 노동자 권리를 위하는 것이 노동자들만 위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국가적으로 넓게 봤을 때 광의의 유익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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