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해보려는 북한, 지금이야말로 대반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평화협상 해보려는 북한, 지금이야말로 대반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4.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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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1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냉기류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북핵’과 ‘사드(THAAD)’ 사태로 빚어진 한·중 외교관계 균열과 남북한 ‘경제젖줄’이던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새로운 냉전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중․미․일․러 4대국의 움직임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매년 한반도에서 벌이는 한․미군사훈련도 북한을 자극하는 요소다. 지난 3월에 시작한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은 최첨단 무기박람회를 방불케 했고, 북핵 차단을 위한 명령권자 사전제거라는 명분 아래 이뤄진 '작전계획 5015'에 따른 훈련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에 대응한 북한도 '최후의 결전'을 내걸고 제5차 핵실험 움직임 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한반도는 백척간두에 아슬아슬 매달려있는 모양새다. 남북한관계 전문가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를 만나 현재 상황을 진단해봤다. 정 대표는 “현재 한국은 안보와 경제위기가 겹친 쌍둥이 위기로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지난 3년간 현 정권이 추진해 온 정책들과 외교안보 라인도 매우 위중한 상태”로 현 시국을 진단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군사훈련 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 북핵 문제도 문제지만 이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문제도 많다. 핵개발이 하나의 원인이 되겠지만,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정책적 극약처방이 불씨를 만들었다. 경제단절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진행된 오바마와의 회담은 고작 15분에 그쳤고, 한ㆍ미ㆍ일 회담은 75분간 이뤄졌다.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ㆍ미ㆍ일 정보협정이라는 틀 속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다루거나 관리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가 오히려 기회다. 지속적인 남북관계 유지와 관리를 통해서 관계회복을 위한 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진정으로 한ㆍ미ㆍ일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나아가 '핵 없는 세계'를 실현코자 한다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관련국 간 협상과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한반도 비핵화 회담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핵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 북한이 이란처럼 핵 전면 포기와 평화협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엄밀히 말하면 이란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은 아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핵무장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를 기술적 제한조치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으로 협상을 맞바꾼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가 주로 원유였는데, 원유수출 제재가 풀리면서 동결됐던 해외자산 해제로 무려 100조 원 이상의 오일달러가 이란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적 숨통이 확 트였다. 그 대가로 이란은 원자력 핵 원료인 저농축우라늄은 제한된 수준에서 보유하고, 고농축 우라늄 사용은 못하도록 제한을 엄격히 두었다.

반면에 북한의 경우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이란과 양상이 다르다. 이란은 기본적으로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북한의 경우는 경제제재 해제뿐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등 기본적인 안전을 ‘패키지’로 묶어 보장해달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란 핵문제와 성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장 노선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국제사회로 나와서 북한의 안전과 체제를 보장받고, 관계를 증진시킬 확고한 믿음을 줘야 하지만, 신뢰를 줄만한 제반여건들이 실패를 거듭해 왔기 때문에, 당분간 고립무원(孤立無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막으려 한반도의 군사기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미․일 군사정보보호약정을 맺었다. 이 약정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가.

▲ 한ㆍ미ㆍ일 군사보호약정은 지난 2014년 12월에 체결된 것이다. 이 약정은 미국의 기본적인 논리가 한반도 유사시에 한ㆍ미ㆍ일 세 나라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주장이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가 이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위급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 공약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이 있는 일본과 태평양의 하와이, 괌 그리고 미 본토에 대해 일정부분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남북한 간 대화단절과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문제가 계속 꼬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미국의 주장이 먹히고 있는 상태다. 결국 한국과 미국, 일본이 삼각동맹의 틀을 다지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 정욱식 대표의 저서 'MD 본색'

- 제주해군기지가 중ㆍ일 해양주권 분쟁지역인 남사군도와 가까워 유사시 미ㆍ일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전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 기지는 군함 20여 척과 항공모함, 핵잠수함까지 정박이 가능한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에는 평택과 군산, 진해 등 여러 해군기지가 있지만, 세계 최고의 해군력을 가진 미국이 해군을 용이하게 운용하려면 해군기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가진 미국의 의도가 있다면 군사적 전진기지가 될 개연성이 높다. 또 한국 해군입장에서 보면 불리한 점보다 유리한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일단 제주기지가 남사군도와 가깝다는 매력이 미국에게 어필한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의 소규모 해군기지와 괌 공군기지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군사적 강점이 크기 때문에 장차 중ㆍ일간에 해양영토 분쟁이 벌어져 동맹국인 미국이 개입한다면, 제주기지가 미국과 일본의 군사기항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가 중ㆍ일 또는 미ㆍ중간 해양주권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 최근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화해를 하고,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와 만나 단절됐던 관계회복에 나섰다. 북한과의 화해는 요원한 것인가.

▲ 근본적으로 미국은 북한과 화해를 해야 할 절박감은 없다. 북한이 그동안 여러 가지로 미국에게 고분고분했던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 하면 열 마디하고, 하지 말라면 반대로 행동을 취해왔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이라는 이미지가 미국 측에서 볼 때, 매우 ‘괘씸한’ 국가로 비춰졌다. 그런데 만약 북한과의 관계가 단번에 풀려버리면,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군사ㆍ경제적 전략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든가 관계정상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면 아시아 최대 골칫거리이자 적대국인 북한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사드와 주한미군에 대한 문제가 자연히 불거지게 된다. 주한미군 유지 문제 등이 불거질 것이다. 북한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기득권 행사가 어렵게 된다. 그것이 미국에게 불이익이 되었더라도 지금까지 해 온 관성이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문제, 그리고 한ㆍ미ㆍ일 군사력, 사드(THAAD)와 MD에 버금가는 군사적 위협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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