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과 개펄, 청푸른 보리밭과 마늘밭, 아늑한 갯마을에 나비는 날고…
솔숲과 개펄, 청푸른 보리밭과 마늘밭, 아늑한 갯마을에 나비는 날고…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6.04.2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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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함평의 봄빛을 찾아서

“함평 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 바라보니…”로 시작하는 ‘호남가’의 첫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함평땅은 호남을 대표하는 고을이었다. 함평은 조선조 태종 9년(1403년)에 함풍현과 모평현이 합해지면서 생긴 지명이다. 이 땅 어디를 가나 싱그러운 자연을 만날 수 있고 친절과 인정이 넘쳐 여행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준다.

 

▲ 인공풀장이 있는 돌머리해변

개펄이 있는 생태체험지

자, 그럼 본격적인 함평 여행에 나서보자.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함평땅 맨 서쪽의 돌머리해변(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 돌머리는 육지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둥그런 솔숲과 개펄, 청푸른 보리밭과 마늘밭이 펼쳐져 있는 아늑한 갯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반농반어로 생계를 꾸려간다. 개펄에 들어가 바위굴, 낙지, 바지락, 갯지렁이, 숭어, 보리새우 등을 잡고 마늘, 보리 등을 심어 살림에 보탠다. 해안 끝 해변의 모래밭은 길이가 1km나 되고, 그 옆으로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천혜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둑을 쌓아 만든 인공풀장과 해변무대, 초가원두막 등을 보노라면 마치 동남아의 휴양 리조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해변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개펄은 자연학습장이다. 물이 빠진 개펄 위에 긴 통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아 방문객들이 직접 개펄 생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이 개펄 체험지로 소문나면서 주말이면 가족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저녁 무렵, 구름과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이며 해제반도 너머로 스러지는 해넘이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돌머리 해변의 해넘이는 일찍이 함평 8경의 하나로 꼽혀왔다.

 

 

▲ 대동저수지에 놓인 다리

2볼거리 다채로운 해안도로

돌머리에서 영광 방면 손불면 쪽 함평만을 끼고 달리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다. 월천방조제를 지나면 해당화꽃길 조성기념비가 서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안악해변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여기서 길은 함평항을 지나 영광땅 염산으로 이어지는데 월천제 저수지가 있는 손불서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함평에서 가장 높은 군유산(403m)으로 갈 수 있다. 산세가 군자의 위풍을 닮았다 해서 군자산으로도 불리는데 정상에 오르면 동쪽 신광면 들판 너머로 불갑산과 모악산이 바라뵈고, 남으로는 함평만 일대의 아늑한 풍경이 막힘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의 광활한 파노라마와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낙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군유산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양재리 마을 뒤편에는 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어 들러 볼만하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분포해 있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 자연생태공원의 습지원
▲ 대동저수지에 만들어놓은 독도 조형물

꽃, 나비, 호수가 있는 자연생태공원

읍내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자연생태공원은 사계절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정크아트조각공원, 장미원, 곤충야외학습장, 반달가슴곰관찰원, 독도조형물, 나비 곤충표본전시관, 곤충애벌레생태관, 풍란관, 어린이드라마촬영장, 수변관찰데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자연생태공원 안에 있는 대동저수지는 생태공원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 논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각종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공원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했다. 저수지에 만들어놓은 대형(실제 크기의 30분의 1) 독도 조형물도 볼만하다. 반달가슴곰관찰원은 영상으로만 봐왔던 지리산 반달곰 7마리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팔각정 모양의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공원은 물론 함평땅 너른 들판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 모평마을의 돌담과 기와집

흙돌담과 대숲소리가 들리는 모평마을

해보면 모평마을은 우리네 시골마을의 정겨움을 물씬 자아낸다. 파평 윤씨 집성촌으로 수백 년 된 반가(班家)의 고택이 즐비하다. 마을 앞으로 해보천이 흐르고 야트막한 임천산이 둘러싸고 있다. 잘 단장된 흙돌담길을 걷노라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듯 고풍스런 한옥들이 가지런하다. 모평마을은 함평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풍현과 모평현에서 따온 함평이라는 지명만 봐도 그렇다. 조선 세조 때 윤길(尹吉)이란 분이 무오사화에 연루돼 제주도로 귀양 갔다가 돌아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모평헌(牟平軒)이라는 한옥에 들어가 본다.

 

▲ 모평마을의 황토집과 흙담
▲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 현재 집주인의 고조부가 지었다고 한다. 너른 잔디 마당을 두고 있는 집은 한옥 테라스에 처마와 툇마루가 참 인상적이다. 뒤쪽으로는 대나무 밭이 병풍을 두른 듯 이어져 있고 바로 옆에는 물맛 좋은 안샘이 있다. 다시 흙돌담길을 따라가면 130년 전통의 오윤열 가옥이 나오고 귀령재(歸潁齋)란 현판을 단 파평윤씨 종가가 그 오롯한 모습을 보여준다. 임천산 중턱의 조선시대 천석꾼 선비인 윤상용이 건립한 영양재(潁陽齋)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년)을 모신 수벽사도 볼만하다. 수벽사 앞에는 해보천을 따라 팽나무, 느티나무, 왕버들 등 수령 300년의 고목 수십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 나비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나비곤충생태관을 둘러보고 있다(함평군청 제공)

나비와 인간의 만남

요즘 함평은 나비들의 천국이다.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함평 엑스포공원과 함평천수변공원에서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는 함평의 이미지가 된 온갖 나비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가족, 연인끼리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날아온 형형색색의 나비들은 노란 유채꽃과 옥색 갓꽃, 자줏빛 자운영꽃에 내려앉아 그 고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꽃물결 사이사이로 수만 마리의 나비떼가 훨훨 날갯짓하는 모습은 동화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 고막천 석교

 

나비축제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자연의 신비함을, 어른 세대들에겐 향수와 추억을 되살려주는 여러 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특히 나비곤충생태관은 꽃과 나비의 잔치 마당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자라 화려한 날개를 달고 변신하는 나비의 한살이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나비날리기, 미꾸라지잡기, 가축몰이, 젖소목장 나들이, 앵무새 먹이주기 같은 체험마당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이와 함께 행사장 곳곳에서는 함평 특산물과 음식도 맛볼 수 있다.

 

 

▲ 대동팽나무숲

이곳에도 가보세요

함평읍에서 5분 거리인 대동면 향교리 향교 초등학교 옆에는 수령 350여 년 된 팽나무숲이 있다. 느티나무 서너 그루와 함께 자라는 이 팽나무는 인근의 향교와 조화를 이루면서 유림의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학교면 소재지에서 광주, 나주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막교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는 옛 돌다리인 고막천석교(보물 1372호)가 가로놓여 있다. 일명 ‘똑다리’ 또는 ‘떡다리’라고도 불리는 이 옛 다리는 고려 원종 14년(1273년) 무안 승달산에 있는 법천사의 승려인 고막대사(古幕大師)가 도술(道術)로 이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이 다리는 과거 함평에서 나주나 영산포 등지로 통하는 옛길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 김철기념관
▲ 김철기념관 옆에 있는 상해임시정부청사 건물

 

신광면 함정리에는 함평이 낳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일강 김철기념관(061-322-5538)과 상해 임시정부청사(061-320-3511)가 있다. 자신이 살던 집을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로 사용하도록 한 김철 선생은 일평생을 오직 독립운동에만 바쳤던 분이다. 상해 임시정부 수립 후에 임시정부의 국무원, 재무장 비서장 등으로 활동했고,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주도했다. 독립운동 역사관에는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정부 집무실 등이 재현되어 있다. 해보면 불갑산(516m) 기슭에 있는 용천사는 서해안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절집이다. 백제 침류왕 때 인도에서 건너온 마라난타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대웅전 옆에 있는, 화강암으로 만든 석등과 괘불석주가 볼만하다. 용천사는 불갑산 산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용천사에서 불갑산을 넘어가면 영광땅 불갑사에 닿는다. 어른 걸음으로 1시간 30분쯤 걸린다. 등산코스: 용천사-구수재-동백골-저수지-불갑사. <수필가/ 여행작가>

 

▲ 용천사
▲ 임시정부청사 뒤에 서 있는 단심송

 

 

여행수첩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함평나들목으로 나와 함평경찰서 주포분소가 있는 3거리에서 아랫길(해안길)로 가면 석두리 동네가 나오고, 윗길로 가면 마을 뒤 돌머리 해변으로 갈 수 있다. 광주-목포(국도1호선)간 도로를 이용, 학교면 소재지에서 함평읍 쪽 23번 도로를 타고 주포3거리(주포주유소)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도 된다. 돌머리마을 입구 주포횟집에서 주포교를 건너 계속 올라가면 해당화길, 월천방조제, 안악해수욕장, 함평항, 군유산 등지로 갈 수 있다. 자연생태공원은 함평읍에서 23번 도로(영광 방면)를 타고가다 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자연생태공원에서 신광면 소재지를 지나 호남수퍼에서 우회전하면 용천사 가는 길이 나온다. 서울, 광주, 목포 등지에서 함평행 버스 수시 운행. 함평읍-돌머리행 완행버스 이용, 40분 간격으로 17회 운행/20분소요.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061-320-3364)

☛맛집=‘함평천지’는 함평의 브랜드다. 이 중 한우가 가장 유명하다. 함평한우가 유명한 것은 전라도 일대의 소 값을 좌우한다는 ‘함평큰소장’에서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장날이면 6백 여 마리의 소가 거래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직접 기른 한우를 도축해서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식육점들이 많다. 장안식당(061-322-5723), 대흥식당(061-322-3953), 천지나비회관(061-322-1212) 등에서 함평한우를 맛볼 수 있다.

☛숙박=모평마을에서 민박을 하거나 용천사 주변에 펜션이 여러 채 있다. 돌머리해변 부근, 손불면 궁산리에 가면 게르마늄 해수찜을 해볼 수 있다. 세종실록에도 기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이 마을 해수찜은 소나무 장작불에 구운 유황석과 약초(솔잎, 쑥, 숯 따위)를 해수가 든 탕에 넣고 찜질하는 민간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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