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1회

경복궁역에서 자하문 방향에 위치한 녹색당 건물은 여느 당처럼 요란스럽게 큰 입간판도 없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아래층은 커피숍이고 오른편 입구 2층 화려한 노래방 간판이 녹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녹색당이라고 쓰여 있는 자그마한 현수막을 압도한다. 몇 번 이 길을 지나다녔지만, 녹색당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창당한지 4년차인 한국의 녹색당(Green Party)은 1980년대 출현한 유럽의 녹색당이 모델이다. 그 녹색당의 중심에 하승수 위원장이 있다. 녹색당은 선출직인 공동운영위원장과 공동정책위원장을 남녀 동수 2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하 위원장은 2년 임기인 녹색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연임 중이다.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본래 공인회계사이자 변호사, 대학교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로 일하다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시민운동으로 눈을 돌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등을 지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초대 소장을 맡아 활동했고 제주대 법대 교수로 일했다. 이후 녹색당 창당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녹색당은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했다. 주목을 끌었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18만 2301표를 받아 0.76%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보다 0.01%포인트 오른 결과지만, 목표였던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정치 생태계에 조용하지만 커다란 변혁의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제 한국에도 다양한 정치생태계와 자연생태계를 위한 건강한 정치시스템이 필요한 시대다. 유럽의 녹색당이 그런 가치를 추구한 진보적 정치를 한국도 이제 ‘녹색 가치’를 지향 하는 정당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밝히는 하 위원장에게 “왜 지금 녹색당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으로 정권교체를 절실히 원한다. 기득권의 정치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정치시스템 구축을 위해 광범위한 연대를 구축하고, 국회 안팎에서 힘을 결집해야 한다. 수십년 지속된 양당제로는 더 이상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기 힘든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를 풀려면 다양한 정당의 출현과 함께 다당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또한 정치혁신 세력의 국회진출을 통해 강력한 ‘연대적 엔진(Banding Engine)’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녹색당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하 위원장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혼돈의 시대, 녹색당이 꿈꾸는 사회를 들여다봤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 공인회계사에 변호사, 학자에서 시민운동가 그리고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들이닥친 쓰나미로 인해 일본 후쿠 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2만여 명 이 희생됐고, 아직도 17만 여명이 피난생활을 하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사고를 생각하면서, 방사능오염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깊은 고뇌를 했다. 그해 12월 2일 12시부터 광화문 사거리에서 국내 신규원전부지 선정 반대 1인 시위, 12월 26일 원전건설 반대 ‘311시간 시민행동’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되었다.

 

 

- 대학교 교수직을 그만두고 시민운동에 뛰어든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 어떤 면에서 보면 내 자신이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온 면도 없지 않다. 여하튼 본업인 교수직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녹색당 창당을 하면서 운영위원장이 되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아쉽게도 녹색당이 국회로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특히 대구와 부산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녹색당이 대구에서 30%의 득표율이 나온 것도 사실 새누리당에 대한 반사작용이 컸다. 여당에 대한 극심한 반발, 그리고 특히 호남지역 농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컸다. 이는 중하위층 표심의 작용이라기 보다 전체적인 민심의 흐름으로 봐야한다. 국한된 특정계층이 아니다. 호남과 영남도 그동안 여당을 찍어줬지만 이번만큼은 반감이 컸다. 30년 만에 한국정치가 여소야대로 뒤바뀐 대변혁이 일어났다. 저희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주로 청년층에서 반응이 컸다는 점에서 용기를 받았고, 여소야대 3당 정국구도에서 녹색당이 국민에게 뿌리 내리기 위한 여건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 녹색당을 만들게 된 계기는.

▲ 현재 한국은 환경오염, 노인복지, 탈핵, 청년실업, 양극화, 경제, 안보문제가 심각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불평등 심화와 대도시 주거비 급등, 가계 빚은 1500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삶이 위태롭고 불안하다. 이 모든 것이 정치 문제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합집산을 하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다. 저마다 자신이 해결사라고 주장하지만 정치시스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절실하게 정권교체를 원한다. 기득권 정치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연대를 구축하고 근본적인 정치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선 국회 안팎에서 힘을 결집해야 한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전환을 하고 정치혁신세력이 국회에 진출해 정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연대의 촉매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도 녹색당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 하다. 수십 년 동안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에 표를 몰아주면 오히려 더 기득권화하는 일만 반복했다. 양당제 기득권구조는 불변이다. 문제는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통치’를 당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로 살 것인가이다. 시스템의 주인으로 살려면 ‘정치 혁명(Politic Revolution)’이 필요하다. 이는 폭력을 통한 혁명이 아니라, 생각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표현함으로써 이루는 ‘녹색혁명’이다. ‘그린혁명(Green Revolution)’ 을 이루기 위해 녹색당은 ‘다당제와 연립정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득표율 2%를 얻어 정당 등록이 취소돼 ‘녹색당’ 명칭사용금지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일궈낸 성과는 무엇이고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 녹색당이 한때 총선에서 2% 미만을 얻어 ‘소수 정당’이라는 명목으로 당명 유지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헌법소원을 통해 승소해 당명을 회복했다. 또한 부당한 총선 고액기탁금 제도와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유세금지 등 현행 선거법을 헌법소원한 상태다. 무엇보다 녹색당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와 노동문제가 기득권 세력들의 비정상적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 정치에서 녹색당이 대안정당으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이번 총선에서 다행히도 청년층의 반향이 컸다. 의식이 트인 청년들에게 녹색당의 가치를 심어준다면 향후 뉴질랜드처럼 제3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