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마흔이 넘어 늦깎이 작가로 데뷔해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 등 신주쿠 뒷골목의 중년탐정 사와자키의 활약상을 담은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를 통해 일본문단에 하드보일드의 참맛을 완벽히 재연한 하라 료, ‘날개 없는 천사들에게’라는 헌사로 막을 여는'천사들의 탐정'은 '204호실의 남자' 등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한데 묶은 소설집으로, 사와자키가 조우하는 여섯 명의 십대 소년소녀들과 그들 주변의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하드보일드’가 말 그대로 목 넘김이 뻑뻑한 삶은 달걀과 유관한, 무미하고 건조한 장르라지만, ‘낭만 마초’ 사와자키가 이 십대 아이들을 보는 시선만은 어른답고 따뜻하다. 특히 권말의 '탐정을 지망하는 남자'는 사와자키가 어째서 탐정이 되었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초단편소설로, 사와자키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라 료는 본 작품으로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최우수단편상을 수상했다.
어둡고 습한 신주쿠 모퉁이, 허름한 빌딩에 위치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중년의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오늘도 필터 없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파트너는 없다. 친구라고는 덜덜거리는 고물 차 ‘블루버드’ 한 대뿐.
엄마의 옛 남자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소년, 섹스중독 아버지를 미행하는 소녀, 자살을 예고하는 소녀……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채 사와자키 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십대들. 그들은 어쩌면 모두 도시의 그늘을 닮은 천사는 아닐는지!
'천사들의 탐정'은 복잡한 플롯, 매력적인 등장인물, 철저하게 계산된 대화, 현실감 있는 전개 등, 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풍취를 통해 작가의 오랜 영웅이자 경쟁자인 챈들러를 넘어서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고품격 미스터리를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