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 주춧돌, 잘 늙은 절 한 채 있더이다!
구름 속 주춧돌, 잘 늙은 절 한 채 있더이다!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6.05.2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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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완주의 초여름을 즐기다

어느새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봄은 또 그렇게 자취를 감췄다. 만물이 녹색으로 싱그러운 이맘때, 늘어진 몸도 다스릴 겸 전북 완주로 가보자. 완주는 사람들에게 그리 친숙한 여행지는 아니다. 이웃한 전주에 가려 그 속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점이 오히려 더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 화암사 대웅전

산중 깊숙이 숨어 있는 절집

완주 여행의 첫 목적지는 불명산 자락의 화암사란 아담한 절집이다. 화암사로 가는 길은 청신하다. 화암사는 산 속 깊이 숨어 있다. 시인 안도현은 이 절을 두고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라고 표현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표현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지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다.

화암사는 저 유명한 절집의 잘 닦인 길과는 거리가 멀다. 숲길, 자드락길, 바위길, 철계단길을 30여 분 올라가야 그 오롯한 모습을 보여준다. ‘바위벼랑의 허리에 너비 한 자 정도의 가는 길이 있어 그 벼랑을 타고 들어가면 절에 이른다’. ‘화암사 중창비’에 쓰인 기록을 봐도 지금과 하등 다를 게 없으니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왔음을 알 수 있다.

 

▲ 송광사 들머리의 벚나무길

 

이런 가파르고 외진 곳에 어떻게 절집이 들어섰는지 놀라울 뿐이다. 꼭꼭 숨어 있어 더 아름다운 이 절은 일주문이 없다. <불명산 화암사(佛明山 花巖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우화루 왼편 대문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다.

나무로 단단하게 지은 우화루(雨花樓)는 이름처럼 꽃비가 내리듯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단청이 모두 지워지고 물주름처럼 나뭇결이 선명하다. 예사롭지 않은 이름이고 그 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다.

화암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신라 때 창건한 극락전(보물 제663호)이다. 이 건물은 이른바 하앙(下昻, 지붕과 기둥 사이에 널빤지를 끼워 지붕의 무게를 떠받친 것)식 구조로, 일본과 중국에선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엔 이 극락전이 유일하다. 극락전 왼편에는 요사채인 적목당이 있다.

 

▲ 평지에 들어선 송광사

 

한편, 완주에는 마음을 다사롭게 해주는 호젓한 절집이 또 있다. 화암사가 산 속에 꼭꼭 숨은 절이라면 송광사는 누구나 쉽게 찾아가는 평지에 앉아 있다. 송광사 하면 저 순천의 송광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 완주의 송광사도 운치와 격조가 그에 못지않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금강문, 천왕문, 대웅전이 차례로 반긴다. 대웅전 앞에 있는 아(亞)자형의 종루는 그 모양이 특이하다. 흙으로 빚은 대웅전의 좌불은 하도 커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대웅전 천장에 그려진 11점의 그림도 눈여겨 볼만하다. 하늘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며 춤추면서 부처님을 공양하는 그림은 하도 세밀하고 유려((流麗))해서 보고 또 보게 된다.

 

 

▲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대아수목원

여름 식물들의 천국

화암사 인근 운장산 자락에는 곶감마을로 잘 알려진 동상마을이 있다. 때가 때인지라 곶감은 볼 수 없지만 마을 바로 앞에 있는 대아수목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동상마을의 곶감은 일찍이 고종임금이 유난히 좋아해서 고종시(高宗柿)라고도 부르는데 알이 작고 감에 씨가 없는 게 특징이다. 늦가을에 가면 감을 따고 깎아 말리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대아수목원은 전라북도가 운영하는 천연림으로 봄에 피는 금낭화의 자생군락지로 유명하다. 산림문화전시관을 비롯해 열대 난대식물, 유리온실, 장미원, 무궁화원, 수생식물원, 희귀식물원 등이 마련돼 있고, 20여 km에 이르는 산책로도 갖췄다. 제1전망대(367m), 제2전망대(512m), 제3전망대(447m)로 이어지는 산길 트래킹도 즐겨볼 만하다. 대아수목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과 토ㆍ일요일 산림문화 체험교실을 열고 있다. 수목원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 대아수목원 산책길
▲ 대아저수지

 

동상마을과 대아수목원은 호수를 끼고 있어 더 운치가 있다. 물빛 청아한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는 물길이 한데 붙어 있어 하나의 저수지처럼 보인다. 고산면 소재지에서 동상면까지 이어지는 732번 지방도가 이 호수를 끼고 달리는데 드라이브 코스로 금상첨화다. 우암교를 지나 음수교 쪽으로 넘어가다 보면 저수지의 좁은 물길이 바라보이는데 그 풍광은 저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 못지않다.

 

▲ 고산자연휴양림의 캐라반
▲ 고산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관

 

대아저수지 인근에는 오토캠핑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고산자연휴양림도 있다. 호남고속도로에서 접근하기 쉬워 이곳을 첫 목적지로 삼아도 된다. 고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수림과 트레킹 코스, 깔끔한 40실의 객실, 야영장, 매점 등의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어 가족 휴식처로 아주 좋다. 이곳에 짐을 풀고 인근의 여행지(대둔산, 대아수목원, 운일암 반일암 계곡 등)를 둘러봐도 된다. 문의: 고산자연휴양림 ☎ 063)263-8680, 240-4428

 

 

▲ 위봉사

산중의 절경에 취하다

이번에는 동상면 쪽에서 위봉재를 넘어간다. 고개를 넘자마자 도로 건너편 산자락으로 우람한 폭포가 보인다. 높이 60미터, 2단으로 떨어지는 위봉폭포다. 폭포의 물줄기가 제법 힘차다. 여기서 길은 계곡을 끼고 아래로 줄달음친다. 이 길은 동상면 수만리와 한대리를 지나 대아댐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8대 오지로 꼽힌다는 첩첩산중이다.

 

▲ 위봉산성

 

위봉폭포에서 가까운 거리(600미터)에는 위봉산성이 있다. 7년에 걸쳐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쌓은 성으로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영정을 피난시키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본래대로라면 길이 16Km, 높이 4~5m, 폭 3m의 석축과 함께 3개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일부의 성벽과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남아 있다. 산성을 지나 동상면 쪽으로 넘어가면 위봉사란 절이 나온다. 깊은 정적에 감싸인 작은 절이지만 한 때는 52개의 말사를 거느릴 정도로 컸다고 한다.

위봉사에서 소양면 쪽으로 달리다 보면 카페 겸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갖춘 오스갤러리(www.osart.co.kr, 063-244-7102)가 나온다. 오성저수지를 끼고 있는 문화공간으로 붉은 벽돌로 마감한 카페와 콘크리트로 멋스럽게 장식한 갤러리가 인상적이다. 카페 앞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갤러리에는 회화, 조각, 도예 등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앞으로 펼쳐진 연초록 자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그만이다. 오스 갤러리는 완주군의 문화복합공간으로 작은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 편백나무숲에서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사람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편백나무숲길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은 완주가 숨겨놓은 명소다. 전주-남원간 17번 국도변에 있지만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작심하고 찾아가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도로가에 세워진 이정표가 워낙 작기 때문이다.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 전국 각지에서 제법 사람들이 몰려든다.

마을 뒤편 26만 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편백나무로 뒤덮여 있다. 이곳에서 자라는 편백나무는 자그마치 10만 그루에 달한다. 편백숲 옆 산자락을 따라 2km 남짓 오솔길이 나 있어 트래킹 코스로도 나무랄 데 없다. 편백나무는 나무가 뿜어내는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 발생량이 가장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를 절반 이상 줄여주고 면역력을 높여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낸다.

편백의 기운을 좀 더 받고 싶다면 편백나무숲(산림욕장)에 들어가 보길 바란다.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키재기 하듯 옹골차게 솟아 있다. 편백이 촘촘하게 서 있는 경사면에 돗자리를 깔고 신선한 나무향을 즐기노라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간다. 잠깐 누워 잠을 청해도 되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이곳에선 온전히 자유의 몸이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 팁(지역번호 061)

가는 길=전주(17번국도)→봉동→고산→경천→용복주유소(우측길)→구제마을 삼거리(좌측길)→화암사. 고산에서 운주를 거쳐 화암사까지 가는 군내버스 1일 5회 운행. 송광사는 전주에서 오성리, 학동, 단지동행 버스를 이용한다. 수시 운행.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799번 지방도로(7.8㎞)→봉동로터리→직진(전주방면 17번 국도)(7.6㎞)→소양교 앞에서 좌회전(5.8㎞)→오른쪽으로 명덕교 건너 좌회전→26번 국도(3.7㎞)→송광사, 위봉사 가는 진입로(8㎞)→위봉폭포. 전주에서 오성리행 시내버스 이용, 종점 하차/1시간 30분 간격 /25분 소요. 전주농고 앞에서 위봉사행 마을버스 3회 운행, 버스에서 내려 위봉폭포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소요. 전주에서 17번 국도→봉동→고산→대아저수지→은천계곡→대아수목원. 고산에서 운룡→대아댐→은천리행 군내버스 운행.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봉동읍-17번 국도(대둔산 방향)-현대주유소 앞 삼거리 우회전-732번 지방도-고산자연휴양림. 공기마을은 호남고속도로 익산갈림목-익산 장수간 고속도로 완주나들목-전주 방면 우측 도로-17번 국도-전주역-아중역-상관면 소재지-호반약국 앞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마을 안쪽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대중교통: 전주에서 상관 죽림리행 또는 관촌행 버스 타고 죽림리에서 내리면 된다.

맛집=송광사가 있는 화양면 일대에 이 고장의 자랑인 순두부 맛집이 여럿 있다. 화심순두부(243-8268), 화심두부마을(243-0515) 등.

숙박=동상면과 상관면에 있는 펜션을 권한다. 곶감펜션(010-9112-6220), 무릉도원(243-5352) 등. 상관면 편백나무숲 인근에 있는 상관리조트&스파(www.sanggwanresort.co.kr)는 시설이 잘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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