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잇따른 인권유린 사태, 이대로는 절대 안 돼”
“절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잇따른 인권유린 사태, 이대로는 절대 안 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5.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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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최승호 ‘뉴스타파’ PD-1회

MBC ‘PD수첩’을 통해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등으로 언론의 탐사보도에 한 획을 그었던 최승호(55) PD. 그는 한국탐사저널리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PD수첩’을 진행하던 중 20여년 넘게 근무하던 MBC로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해직당해야만 했다. 이후 독립언론을 표방하고 출범한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겨 보다 더 면밀하고 심층적인 탐사보도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수와 극우세력의 국가운영 방식은 철저한 ‘반공주의’다. 공산주의 이념을 가진 사람을 ‘종북세력’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북한체제를 신봉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럼에도 수구언론들은 종북세력이 많다는 인식을 계속 퍼트려 사회적 공포심을 조성하고 '레버리지(leverage)'를 만들어 포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최PD는 “요즘 공정보도를 찾아보기가 어렵고 심층탐사보도가 사라져 권력견제가 어렵다. 공영방송이 권력과 유착해 국민과 사회가 불행하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PD수첩’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다. 다큐영화 ‘자백’을 통해서다. 이 영화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간첩 혐의를 벗게 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씨 사건을 중심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조작해온 국가정보원의 실체를 비판한다. 영화에선 국정원과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기득권인 검찰, 보수 언론과의 검은 커넥션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 열렸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넷팩상 2관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승호 PD와의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이 전주영화제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를 만든 계기,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 각계각층 관객들의 반응이 거의 폭발적이었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거의 매진될 정도였다. 영화제 내내 표를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영화제에서 불과 세 번 상영했는데 표가 떨어져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지인들이 표를 구할 수 있을 줄 알고 전화를 해왔지만, 아쉽게도 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런데 젊은 층들은 일단 많이 웃더라. 취재자인 제가 국정원과 검사,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이런 사람들과 직접 부닥치며 인터뷰 하는 모습이 요즘 기자들의 그것과 대비되는지 신기해서 웃는 것 같았다. 20~30년 전만 해도 기자들의 정신이 지금과는 좀 다르지 않았는가. 그런데 영화 상영 초반부터 공포를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다. 도입부부터 취재진이 양파 껍질을 벗기듯 간첩사건에 연루된 탈북자에 대해 하나하나 역추적 하는 저널리즘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후반부에 가서 국가기관의 조작임이 드러나자 심한 전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대부분 젊은 관객들은 감춰졌던 공안기관의 인권유린이 이 정도로 심각한지 전혀 몰랐다가 이번에 영화를 보고 나서는 깊은 절망에 가까운 심각성을 느꼈다고 하더라. 절대 권력을 가진 권력기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인권유린 사례들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이러한 실태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경각심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자백’을 만들었다.

 

 

-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채 행해지는 거대 권력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 MBC의 ‘PD수첩’이 그런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켰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았다. MBC 노조위원장을 맡기도 했었는데, 그런 면에서 경영진과의 마찰은 없었는가.

▲ 당시 탐사보도를 통해 국민과 소통을 했다. 문제는 보도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워낙 강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MBC는 노조를 중심으로 이 난제들을 지혜롭게 극복했다. 기자들이 경영진과 맞서는 파업도 불사하면서 결국 단체협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하자 경영진도 더 이상 방송에 간섭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PD수첩’은 그만큼 방송계에서 매우 예민한 시사프로였다.

 

 

▲ 최승호 PD가 연출 감독한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

- 과거 냉전시대에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권력을 유지하고 공고히 하기 위한 간첩조작 사건 등 강압적인 인권유린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안당국의 간첩조작 사건, 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 우리나라의 보수와 극우세력의 국가운영 방식은 철저한 ‘반공주의’다. 공산주의 이념을 가진 사람을 ‘종북세력’이라 부르지만, 사실 북한체제를 신봉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럼에도 수구언론들은 종북세력이 많다는 인식을 계속 퍼트려 사회적 공포심을 조성하고 '레버리지(leverage)'를 만들어 포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남한에 내려온 간첩을 잡은 것은 1990년대 초까지였다. 중부지역당 사건이나 민혁당 사건, 그리고 잠수정을 타고 내려와 남한 운동권과 접촉을 시도했던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계속 조사를 해봤을 때, 그 후로 북한에서 간첩을 남파한 걸로 발표된 사건을 보면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다. 취재를 해보니 그 기간에는 주로 탈북자를 겨냥한 사건들이 많았다. 공안당국이 탈북자를 지목, 종합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 일정기간 감금한 채 일종의 '덫'을 쳐놓고 가짜간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편으론 압박하고 한편으론 돈도 주고 집도 주겠다며 갖은 회유책도 쓴다고 들었다. 실제로 이런 꼬임에 넘어가 자백을 한 사람 중에 홍강철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내용이 영화에 나온다. 그는 현재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조작된 간첩이었다는 것이 법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런 사례들은 부지기수다. 우리 사회는 이를 너무 모르고 있다.

 

 

- ‘자백’에는 4건의 간첩조작사건이 나오지만, 이외에도 7~8건이 더 있다고 들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취재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 제작기간은 모두 3년 걸렸고, 촬영에만 1년이 걸렸다. 주로 국내에서 촬영을 하고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도 촬영을 했는데 추위 때문에 고생도 했다. 북방지역은 한겨울에 영하 20°가 보통이어서 촬영하는데 어려움과 위험이 있었다. 한여름에 찍기도 했는데 결정적인 장면은 주로 겨울에 찍었다. 겨울 장면이 많은 것은 취재와 영화 마무리 시기가 겹친 부분도 있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일부러 겨울로 잡았기 때문이다. 겨울이 암시하는 암울한 이미지와 영화 내용상 통하는 면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다. 그러는 동안 국정원이 나를 감시했는지 알 길은 없다. 별로 신경 안 썼다. 하지만 저들은 알게 모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당국이 마음먹는다면 어떻게든 알아낼 것이다. 요즘 전화번호만 알면 모든 신상이 다 털리는 세상이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어떤 꼬투리 잡힐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항상 투명하고 정당하게 취재에 임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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