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한 가진 국정원, 그 권력의 외피 벗겨내야”
“무소불위 권한 가진 국정원, 그 권력의 외피 벗겨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5.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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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최승호 ‘뉴스타파’ PD-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

 

- 제작하면서 남다른 소회가 많았을 것 같다. 일반 영화와 달리 권력의 드러나지 않는 일면을 조명하는 다큐라서 더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

▲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인지 영화가 좋다. TV연출을 20여 년간 했지만 그것과 영화는 다른 면이 너무 많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하나의 카타르시스였다. 사실 방송은 화면이 작다보니 몰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반 방송은 화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온갖 장치와 소품과 기술과 움직이는 화면 자막 등을 넣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억지로 끌려고 한다. 오락프로를 보면 정신이 없다. 자막이 갑자기 뜨고 느낌표가 나오고 음악이 나오고 혼을 빼놓는다. 반면에 영화는 스펙터클한 화면에 사운드도 웅장하고 스케일이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 것이 나를 압도하고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잠을 못 이룰 만큼 감동을 준다. 그 여운이 꽤 오래간다. 하지만 TV는 감동이 짧고 태생적으로 작은 스펙을 가졌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에 집중해왔다. 그럼에도 방송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읽게 됐다.

‘자백’은 상당부분 중요한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대형화면을 통해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도 요즘은 조그만 스마트폰으로 찍는 시대다. 물론 대형 스크린에 영사를 하면 아무래도 전문 카메라보다 영상의 색상이나 질이 떨어지겠지만, 색상 보정과 편집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다.

내겐 이 일이 늘 즐겁다.(웃음) 제작을 하면서 재미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순간도 없다.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천부적으로 이 분야의 일이 나와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전주영화제 시사회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취재당시에 과연 이 선을 넘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도 많았다. 제작 과정상 북한을 그려내야 하는 장면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때는 사람을 보내서 직접 정보를 얻어오기도 했다.

 

 

-취재해본 결과 국정원, 어떻던가.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국가 안보’라는 이유를 내세우면 국회, 검찰, 심지어 청와대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곳에서 그 누구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역사 속에서 사람들에게 그런 공포감을 불러일으켜온 국정원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다. 그러려면 국정원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심 사건으로 다뤄진 한준식씨 간첩 조작 사건도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정원의 가혹한 수사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국정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 최근엔 국정원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테러방지법까지 등장, 논란이 되고 있다.

▲ 이제 대부분 국민들은 국정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지금처럼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면 안 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또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외피를 벗겨야 한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면 이런 부분을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개봉과 더불어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토론과 노력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4.13 총선을 통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되었다. 물론 당장 국정원 관련 법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국민적인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다면 여당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야당도 아직까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된 뒤 많은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래서 여론이 형성되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결집된다면 지금 당장 개혁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더 악화되는 것은 막고 그리고 나면 좀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뉴스타파' 사무실엔 고 리영희 선생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 영화 수익금 전액을 과거 국가폭력피해자들을 위한 변론에 쓴다고 들었다.

▲ 영화 수익금은 ‘뉴스타파’가 모두 가져가지 않는다. 수익금 전액은 국가폭력피해자를 막는 일에 쓰일 것이다. 피해자는 국정원으로부터 강압수사를 당했거나 법적소송 중이거나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치료비로도 쓰일 방침이다. 현재 국가폭력피해자모임이라는 단체에서 변호사들 그리고 스님 등 종교인들,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거둬 피해자들을 돕고 있지만 운영비가 적어 고생이 말이 아니다. 외부지원도 거의 없다. 영화를 통해 수익이 나면 먼저 이분들에게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제가 봤을 때 이 단체가 제대로만 활성화 되면 국정원에서 간첩을 조작하는 등의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국정원이 어떤 사건을 진행할 때마다 변호사들이 조사에 관여해 모든 사안을 들여다보게 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조작이 어려워지게 될 테니까 말이다.

 

 

- 이 영화가 개봉되고 많은 사람들이 본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 많은 국민들이 보시면 당연히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땅에서 더 이상 ‘매카시즘’(McCarthyism. 1950~1954년 미국을 휩쓴 반공산주의)이 판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향후 국정원 개혁은 어떻게든 해야 된다. 지금은 정치 역학관계상 쉽지 않더라도 국정원 개혁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정식 개봉은 언제인가. 상영관 등 배급상의 문제는 없나.

▲ 10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CGV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할 수 있도록 영화관과 계약관계를 진행 중이다. 아직 상영하기까지 몇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6월부터는 영화티켓 펀딩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인들이 주로 참여하는 일종의 티켓예매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만원을 펀딩하면 표 1장을 더 주고, 2만원 내면 표 2장을 더 주는 식이다. 여기서 남는 수익금은 영화 광고나 홍보비로 충당하게 된다. 영화를 위해 펀딩을 하면 결국 멀티플렉스 영화관 상영을 할 수 있는 비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표가 많이 모이게 되면 영화관 담당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고 관객 수요층이 이만큼 형성되어 있으니 영화관을 열어야 한다’는 식의 명분을 주려는 차원에서 펀딩을 추진하는 것이다. 원활하게 진행될 시 전국적 상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관객 동원율이 높으면 영화관 수익도 그만큼 높아질 테니까.

 

 

- ‘자백’의 각본을 쓴 정재홍 작가는 어떻게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나.

▲ 저와는 가깝고 ‘PD수첩’을 할 때도 늘 가까이 있어서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그 친구도 사실 나처럼 해직당해서 지금 ‘뉴스타파’에 몸을 담고 있다. 한때 MBC에서 방송작가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MBC가 어느 날 ‘PD수첩’는 물론 다큐멘터리도 못하게 막고 해서 결국 그만두고 ‘뉴스타파’가 만드는 ‘목격자들’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맡아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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