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원위 하얀 등대, 낭만과 삶의 향기 나부끼다
푸른 초원위 하얀 등대, 낭만과 삶의 향기 나부끼다
  • 박상건 기자
  • 승인 2016.05.27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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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박상건의 치유의 섬과 등대여행기: 경남 통영 소매물도등대
▲ 소매물도 등대 전경

 

소매물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에 딸린 섬이다.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 해상에 있다. 면적 0.51㎢, 해안선 길이 3.8㎞의 작은 섬이지만 연간 35만 명이 찾는 섬이다. 소매물도는 평지가 드물어 망태봉과 대물도 방향 해안가 경사지를 깎아 소규모 농사를 짓는다. 해안 곳곳에 해식애가 발달했다. 인근 바다에는 고등어, 전갱이, 멸치, 방어 등 회유 어족이 많다. 특산물은 해안에서 바로 채취한 전복, 소라, 돌미역, 해삼 등이다.

소매물도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근 대항마을과 당금마을에서 매물(메밀)을 많이 생산되었다고 해서 매물도라고 불렀다는 설과 섬의 모양이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마미도라 불렀는데 경상도에서는 ‘ㅏ’가 ‘ㅐ’로 발음되는 경향으로 인해 매물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매’, ‘미’, ‘물’ 등은 물을 의미하던 옛말임으로 육지로부터 아주 먼 바다에 위치한 섬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소매물도 등대

거제도에서부터 시작되는 소매물도 여행

소매물도로 가기 전에는 통영 해안도로나 거제도, 장승포, 서이말등대, 해금강, 학동 몽돌해변 등을 꼭 여행하는 것이 좋다. 매물도 가는 선착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명소들이기 때문이다. 일정이 바듯하면 거제도 저구리 선착장으로 바로 가는 게 좋다. 아무튼 소매물도행 선착장으로 향하면서 중간 중간 해안도로 고갯마루에서 올망졸망한 섬과 아늑한 포구들을 조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매물도로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부터 시적(詩的)이고 한 폭의 그림 같다. 한산도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일몰을 구경했다. 충무공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라며 시를 읊조렸던 월아동산. 그렇게 점점이 아름다운 섬 사이를 비집고 나면 소매물도에 당도한다.

 

▲ 거제학동해변

 

『통영시지(統營市誌)』에서는 “소매물도는 헌걸찬 남성의 기개가 넘치는 수십 폭의 산수화라면, 해금강은 단아한 여성적인 한 폭의 그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마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기암괴석과 총석단애의 절경을 말함이리라.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글씽이굴은 대자연의 걸작품임에 분명하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바라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반대로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면 해안의 기암괴석으로 이어진 자태도 어찌 보면 공룡처럼, 어찌 보면 아기자기한 조각품처럼 색다른 멋을 보여준다.

 

 

▲ 망태봉에서 등대섬 가는 산길

망태봉에서 본 등대섬, 사진촬영 포인트

등대섬이 보이는 152m 망태봉까지 올라가면 몇 개의 벤치가 마련돼 여행자의 숨을 고르게 해준다. 저마다 땅방울이 흥건하다. 한여름 햇빛 가릴 공간이 적어서 일행끼리 타박타박하며 잠시 여행자를 배려하지 못한 소매물도의 관광시설의 미비한 현실에 열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유람선을 타고 등대섬을 갈 수 있었다. 민박집이나 동네 어선을 타고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외지에서 들어온 상인들이 대부분인 주민들끼리 상업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묘한 카르텔을 만들었다. 모든 여행자들은 이 망태봉을 거쳐 등대섬으로 내려가게 한 것이다.

그래야 여행자들이 카페나 식당을 거칠 것이고 유람선을 타고 가면 등대섬으로 바로 가서 마을로 돌아와 숙박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유람선으로 등대를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람선에 승선한 사람은 등대섬 선착장에 내릴 수가 없다. 질 좋고 다양한 소매물도만의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지 않고 소매물도의 품격과 여행자 수준에 걸맞지 않은 행태를 보여주는 지 답답할 노릇이다. 결론은 가능한 소매물도는 여름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봄이나 시원한 가을에 갯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등대섬으로 가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 유람선
▲ 망태봉정상 역사관

 

이달균 시인의 ‘소매물도는 없다’는 이런 환경 때문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도 소매물도는 저만치 앉아 있다/차라리 지도 속에 실재하지 않는 섬/사라진 전설의 바다, 그 파도였으면 좋겠다//그리운 이가 죽으면 핏빛 동백이 피고/그 생애를 덮을 만큼의 싸락눈이 내리는/먼 바다 작은 섬 하나를 가슴에 묻고 산다면...//그래, 어디에도 소매물도는 없었다/다만 그리운 이와 동백을 피고 지우는/쓸쓸한 싸락눈의 빛깔만이 내게 남아 있을 뿐”

 

▲ 등대섬에 본 열목개
▲ 열목개

 

그렇다. 진정한 섬은 오직 우리 마음 속에 있을 뿐이다. 아무튼 망태봉에서 맺힌 땀방울 닦고 등대섬으로 향했다. 정말 장관이다. 왜 많은 사직작가들이 이 섬을 그토록 찾는지, 영화감독들이 이곳을 찾아와 촬영하는지를 실감한다. 영화처럼 펼쳐지는 파스텔 톤의 바다와 등대섬의 모습은 이국적이면서 유토피아적이다. 통영8경 중 하나가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이다. 사실 소매물도가 유명해진 것은 한 제과회사가 등대를 배경으로 한 과자 CF방영을 하면서부터이다.

등대섬은 물이 빠지면 약 70m에 이르는 열목개라 부르는 몽돌해변을 건너간다. ‘열목’은 두 섬이 해안으로 가늘게 연이어진 여린 목을 말한다. 밀물 때는 해수욕하기도 좋다. 아주 고즈넉한 해변이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데 낚시 바늘을 물속에 던지자마자 입질의 전율이 터졌다. 이처럼 소매물도는 해안 곳곳이 낚시 포인트이다.

 

▲ 열목개에서 등대 가는길

야생화 어우러진 초원에 갯바람 피리소리

등대섬으로 가는 길은 비탈길이다. 천천히 먼 바다와 등대를 응시해가며 자신을 반추하는 산책길로 삼으면 좋은 코스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사색의 여행코스로 이만한 곳도 없다. 드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등대가 있는 곳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8호이다. 주변에서는 초원지대 풀꽃들이 갯바람에 피리를 불면서 아름다운 합창을 한다.

그렇게 등대까지 오르는 동안 등대섬의 토끼풀과 강아지풀이 해풍에 나부끼며 영차영차 어깨동무하며 나그네와 함께 구릉을 오른다. 잔디 풀꽃 사이로는 여러 야생화가 해풍에 흔들리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당당히 피어올랐다. 색색의 조화로 자연의 위대한 진리가 무엇인지 웅변해준다. 몸짓은 작아도 푸른 해원을 향해 천천히 흔들리며 무심히 살아가는 잔디의 삶이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그 작은 풀잎들의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 기암괴석 절벽 위에 툭 트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등대가 우뚝 서있다. 저편 바다에서는 파도가 하루라는 작은 일생의 책갈피를 가볍게, 결코 무겁지 않게 접었다 폈다가를 반복한다. 섬 안에서는 풀꽃들이 느릿느릿 살아가고 있다. 그 걸음걸이로 이어지는 능성이 끝자락에 하얀 등대가 서있다.

 

▲ 소매물도 몽돌낚시

삶과 파도와 등대에 대한 생각

정말이지 소매물도 등대는 동화책에서 삽화로 그려 넣은 것처럼 푸른 배경 위에 하얗게 솟아 있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다. 등대가 응시하는 바다 역시 하얀 물보라가 철썩인다. 답답한 가슴이 다 뚫린다. 눈부신 햇살에는 환희로 부서진다. 이따금 목선들이 포말을 감아 돌리며 만선의 하루를 보듬고 포구로 돌아온다. 흔들리는 목선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입질을 기다리는 강태공들의 모습도 자유롭고 평화롭기만 하다.

문득, 통영 출신 유치환 시인의 ‘파도’라는 시가 스친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해인 수녀는 ‘파도의 말’이라는 시에서 “울고 싶어도/못 우는 너를 위해/내가 대신 울어줄게”라고 노래한 바 있다. “푸르게 푸르게/내가 대신 노래해줄게”라고. 지치고 찌든 현대 도시인들에게 파도는 그렇게 말한다. “일상이 메마르고/무디어 질땐/새로움의 포말로/무작정 달려올게//너에게 내가 작은 파도가 되었으면”하고....

파도는, 바다는 그런 것이다. 그런 바다를 지키기 위해 1917년 8월에 등대섬의 소매물도등대는 최초로 불을 밝혔다. 등대는 13초마다 한 번씩 빛을 발사하는 데 그 불빛이 가 닿는 거리는 무려 48km에 이른다. 안개가 끼거나 비바람이 칠 때는 공기압축기(에어사이렌)를 통해 소리로 바다에 신호등 역할을 대신한다. 그 소리가 가 닿는 거리는 6마일. 현재 이곳에는 등대장을 포함 3명의 등대원이 이름 모를 항해자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등대원의 삶에 한번쯤 생각해보면서 등대 길을 내려선다.

 

 

▲ 선착장 여와 갈매기

등대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경과 희귀식물 군락지

등대섬은 깎아지른 바위의 군상들로 이채롭다. 등대 바로 아래는 해침에 위해 생긴 대표적인 해식동굴인 글씽이굴이 있다. 전설이 깃든 해식동굴이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려 사신을 이 섬으로 보냈는데 그 사신이 등대섬 벼랑에 글씨를 새겨져 놓았다고 해서 글씽이굴이라고 부른다. 높이 15m의 바위 사이로 작은 배들이 드나든다. 그 사이에서 만날 수 있는 아치형 동굴이 바로 글씽이굴이다.

등대섬에는 해안선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밀려오는 파도에 씻기어 만들어진 이러한 해식애가 많다. 소매둘도 모든 해안선이 이처럼 억겁의 세월 동안 밀려오는 파도에 씻기어 만들어진 해식애로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용바위, 처바위, 촛대바위, 병풍바위, 용굴 등이 모든 그런 기암괴석들이다. 그 틈새에서 해국 들국화 물매화 등 각종 희귀식물이 서식한다.

 

▲ 선착장 갈매기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소매물도 남쪽으로 16㎞쯤 바다에 떠 있는 섬이 갈매기섬인 홍도다. 이 섬의 해안 절경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특히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 서식지이다. 동해나 울릉도 해변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하얀 갈매기 똥의 진풍경을 등대섬에서도 볼 수 있다. 학자들은 머지않아 등대섬이 홍도와 더불어 괭이갈매기가 주요 서식지로서 생태계의 보고,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여행자들이 이 섬을 더욱 소중하게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다면 말이다.

 

 

소매물도 가는 길

1. 대중교통
- 김포공항→진주공항→통영행 리무진
- 서울역→진주(새마을-5시간 40분소요. 1회 운행/무궁화-6시간 25분소요. 4회 운행)
- 서울역→마산(새마을-4시간 30분소요. 2회 운행/무궁화-5시간 소요. 5회 운행)
- 서울강남고속터미널→통영시외버스터미널→여객선터미널
- 서울남부터미널→통영(거제도)종합버스터미널→여객선터미널

2. 승용차
- 대전통영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사천IC→사천→33번 국도→고성→통영→여객선터미널
- 중부내륙고속도로 서마산IC(14번 국도)→고성→통영→여객선터미널
- 통영대전 중부고속도로 통영IC→여객선터미널

3. 배편
- 통영여객선터미널→뉴매물도, 엔젤3호→소매물도(1시간 30분소요. 하루 3편 운행)
- 거제 저구여객선터미널→소매물도(40~50분 소요. 하루 4편 운행)

4. 문의
-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5-3717, 641-0313) 고려개발(055-645-3717) 
- 거제 저구 여객선터미널(매물도해운 055-633-0051)
- 거제매물도유람선(055-632-4500) 
- 통영시 관광과(055-650-4613)

<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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