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치닫는 성대결과 성혐오, 더 이상은 안된다
막장 치닫는 성대결과 성혐오, 더 이상은 안된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6.06.02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단상

지난 5월 17일 젊은 여성이 노래방 화장실에서 살해당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결과 2004년부터 2013년까지 4640명의 여성이 살해되었다.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2013)에 따르면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 80%가 여성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의 10명 중 8명은 여성인 셈이다.

어느 날이든, 그날이 추운 날이든 비가 오는 날이든 해가 든 날이든, 여성이 살인의 피해자가 되었던 것은 늘 있어 왔던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죽음을 ‘여자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이슈화 되지는 않았다. 경찰도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유독 이 사건이 왜 이렇게 ‘여혐(여성혐오주의)’, ‘남혐(남성혐오주의)’이라는 대결구도 가운데서 회자되고 있을까?

 

▲ 워마드 강남역 추모행사<사진=유튜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 집 나서기 무서워

늘상 있어 왔던 강력범죄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무차별적인 칼부림으로 또 한 명의 여성이 생을 달리해야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큰 충격을 주었다.

사회적, 물리적 약자인 여성과 노인, 어린이들이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여성은 전쟁의 전리품이었고 노예였고 재산이었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고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온 건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지구촌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중동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신체를 외부로 노출해서는 안 되고 남자는 여러 명의 여성을 아내로 둘 수 있다. 집안의 남성들이 정하지 않는 남자와 연예를 한 집안의 여성을 죽여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 여성을 데리고 오는 결혼 지참금으로 염소나 양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류는 ‘페미니즘’이라는 혁명을 맞이한다. 여성의 동등한 지위 보장과 배움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었고 여성이라는 성이 하나의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는가 했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혁명은 ‘페미니즘’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인류의 가장 큰 발견이자 혁명으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꼽았다. 이 중 과학혁명에 필적할 만큼 놀라운 사건이 인류에게 일어나는데 그것을 ‘페미니즘’이라고 보았고 '페미니즘'은 20세기 들어서 최대 혁명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거의 모든 사회에 가부장제가 있었고, 여성은 낮은 지위를 누려왔지만 이제는 페미니즘 혁명이 우리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즘 혁명은 여타 다른 혁명과는 달리 '살인' 없이 일어난 센세이셔널 한 혁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여성은 보호해야 할 ‘레이디’에서 치열한 밥그릇 쟁탈전이 벌어지는 사회에서 함께 경쟁해야 할 ‘적수’가 되었다. 한국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대결 구도는 최근 1~2년 사이에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달았다.

남자들은 “여성은 왜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느냐”, “여자들은 왜 결혼할 때 집을 사지 않느냐”, “남자만 왜 돈을 내야 하느냐”며 여성에게 ‘거지근성’이 있다고 힐난했다. 이를 조롱하는 문화는 ‘된장녀’가 사치스러운 여자의 대명사로, ‘김치녀’(여성만의 권리 내세우는 개념 없는 한국 여자를 벌레라고 비하하는 용어), ‘맘충’(몰지각한 아이와 그 엄마를 지칭하며 맘+벌레의 합성어)에 이르게 되었다. 혐오하는 대상을 ‘**충’, 즉 ‘벌레’라고 부르며 확산된 데에는 특정지역(호남)과 특정인물(노무현 전대통령)을 희화화하며 비난해왔던 ‘일베’ 사이트가 거대한 회원 수를 앞세워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 남혐 시위

 

온라인상 성혐오주의 논쟁, 오프라인으로 번져

대중들은 일베 사이트의 주 이용계층이 ‘일부’ 청소년들 혹은 ‘일부’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은둔형 외톨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른바 ‘일베 인증’(일베를 뜻하는 손가락 모션, 일베 이미지 사용 등)을 통해 많은 ‘보통’ 성인들(일반회사나 방송사 소방서, 학교에서 근무하는)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일베 커뮤니티를 비롯, 일부 남성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여성들을 비하하는 ‘마초’ 계통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에 동조하는 현상이 가속화하며 여성들에 대한 비하가 심해지자 ‘미러링(빛의 반사 활동과 같이 거울처럼 그대로 따라 하는 행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남자들을 ‘한남충(한국 남자들을 벌레로 비하)’이라고 주장하는 여성 사이트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디씨인사이트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되어 만들어진 이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는 메르스 갤러리와 노르웨이 소설 ‘이갈리아의 딸’의 합성어로 만든 ‘메갈리아’라는 이름으로 “성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왔던 억압된 여성들의 분노 체계를 대신하겠다”며 활동을 시작했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체계가 완전히 바뀐 '이갈리아'라는 가상공간을 설정, 남성들이 여성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이 남성에게 주어지고 가부장적 체계의 부조리하고 모순된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갈리아 커뮤니티 이후 워마드, 레디즘 등 여러 여성혐오를 반대하는 남성혐오사이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남성으로 인해 차별을 받은 경험이나 고통을 올리며 서로 공유하고 여성혐오에 맞대응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혐오 논쟁 보다 중요한 것은?

일부 마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된 여성혐오주의, 그리고 이를 반박하며 세상에 태어난 남자혐오 커뮤니티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에서의 키보드로 시작된 논쟁은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되며 극단적인 성혐오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오프라인까지 확대된 적대적 성혐오 논쟁은 사회문제로 재생산되며 파문이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살해 사건으로 묻히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여성혐오라는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사건이 더 이상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라는 극단적 논쟁거리로써 사회의 분열을 촉발하는데 누군가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제 지금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이 새로운 성대결, 성혐오라는 어젠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