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상건의 치유의 섬과 등대여행기: 경남 통영 홍도등대

▲ 홍도등대 전경

 

홍도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산 54번지에 있다. 한산면 많은 섬 가운데 통영에서 50.5km, 매물도 동남방 18.5km 먼 바다에 위치한 무인등대섬이다. 섬 면적은 98,380㎡, 남북 길이 1.58km 동서길이 0.61km이다. 홍도는 백악기 안산암질 쇄설암, 응회암이 덮여있는 성층화산체이다. 섬 모양은 코끼리 형상으로 주변에 풍화작용으로 조각하듯 만들어진 바위섬(sea stack)이 5개가 있다. 해안은 해식동과 70도 이상 깎인 해식애로 이루어져 있다. 섬의 북쪽해안은 해식동 높이가 15m 깊이가 8m에 수심 65m로 파랑의 공격이 매우 거세다. 동쪽 해안은 너비 80m 깊이 30m 비교적 큰 만입이 형성돼 있다.

홍도는 괭이갈매기들의 세상이다. 봄철에 홍도에서 알을 낳고 이를 품어 새끼를 부화한다.

 

▲ 홍도등대
▲ 홍도등대 감시카메라

 

괭이갈매기는 해안이나 도서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암초와 풀밭에서 집단으로 번식하며 엷은 회갈색 청록색 굴림체에 짙은 갈색과 잿빛 반점이 있는 알을 2~4개 낳는다. 갈매기 중 유일하게 흰색의 꼬리를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넓은 띠가 있고 다 자란 것의 머리, 목, 배는 흰색이며 부리는 진황색, 부리 끝은 적색과 검은색의 반점이다. 등은 중간회색이고 다리는 황색인데 날 때에는 검은색의 날개 끝에 흰색의 반점이 보인다. 새끼의 복부는 흰색이나 꼬리를 가로지르는 검은 띠가 있어 다른 갈매기들의 새끼와 구별된다.

알이 많아서 알섬, 갈매기가 많아서 갈매기섬으로도 불린다. 홍도는 큰새, 기러기의 섬이라는 뜻이다. 1994년까지 등대원이 거주했으나 지금은 무인도에 무인등대 만이 갈매기 울음소리와 함께 하고 있다. 홍도에는 명아주 쇠무릎 쇠비름 괭이밥 까마중 개밀 참억새 강아지풀 바랭이 왕바랭이 돌피 닭의장풀 등이 자란다. 선인장이 다수 분포하는 특성이 나타나 난대성 지역이다. 둥근바위솔과 낚시돌풀은 흔하지 않는 식물들이 관찰되었다. 홍도의 식생은 크게 돌피군락, 밀사초군락, 선인장군락으로 분류된다.

 

▲ 국도 구름다리 일출
▲ 국도몽돌해변과 목선
▲ 거제도와 지심도 사이 도선

 

해식동굴과 천혜의 생태계 자랑하는 주변 풍경

홍도 선착장이 있는 서쪽해안에는 30m 높이의 해식동 6개소가 발달돼 있다. 동굴이 형성되며 분리가 진행되는 지점이 1개소이다. 이들 해식동 중 1개소는 양쪽 해안으로 해식동이 관통한 터널을 만들어 놓고 있다. 해안에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85종의 해조류가 서식하고 진주배말 좁쌀무늬총알고동 조무래기따개비 거북손 등 55종의 해안무척추동물이 서식한다.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50m 높이까지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의 결과로 형성된 풍화혈(風化穴; tafoni)가 밀집돼 있다. 해발고도 105.5m 로 가장 높은 그 곳에 등대가 있다. 가장자리 절벽은 동쪽이 서쪽보다 훨씬 가파르며 섬 전체는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표면에는 부식토가 약간 있지만 무기물로 구성된 토양층은 없다. 이런 악조건에서 등대원이 근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식물이 생육하는 지역은 동쪽에서 절벽의 1/3이상, 서쪽에서 1/10 이상의 높이에 있으며 식생은 대단히 단순한 상태이며 돌피나 밀사초 그루터기를 괭이갈매기가 산란 장소로 이용한다.

 

 

▲ 솔숲너머 거제도
▲ 장승포등대
▲ 소매물도 등대섬

 

러일전쟁 때부터 일본도 홍도등대 중요성 인식

선착장에서 등대로 가는 길 끝자락에는 등대건물과 대피소, 태양열 발전시설, 물탱크만이 그 시절 등대원의 흔적을 엿보게 해줄 뿐이다. 홍도는 서이말에서 26km 떨어져 있다. 홍도는 1996년부터 등대원이 없는 무인등대로 전환되면서 이곳 서이말등대에서 원격 조정한다. 서이말등대원들은 이곳에서 전략적이고 천혜의 섬을 원격 조정하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서이말등대 사무실 모니터 화면을 보니 등탑에 카메라가 부착돼 등대 주변과 선착장까지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여준다. 다만 360도 회전하는 것이 아니어서 홍도 전체를 체크하지는 못한다. 이 아름다운 등대섬을 무인화 하는 이유를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해마다 일본의 독도타령과 이어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동북공정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섬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더 강조해서 무엇하랴. 국민들의 섬사랑, 영토사랑에 부응하고 장기적 관점의 영토문제를 해결하고 대비하는 문제는 국가 공무원인 등대원이 거기서 실효적으로 지배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다.

 

▲ 전원장치및 원격시스템1
▲ 지심도 전경
▲ 홍도등대선착장

 

‘조선총독부관보’ 1910년 11월 4일자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조선 남안 경상남도의 남방 홍도에 좌기 등대를 건설함. 본년 11월 1일 이후 점화하되, 단 재래의 등간은 동일을 기하여 철거함.”

1905년 러일전쟁 때부터 일본에게 이 섬은 아주 중요한 전략적 섬이었다. 그래서 등간을 설치했다가 1901년 정식 등대로 전환했다. “등간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에서 건조하였으며 첫 점화는 1906년 3월 등간은 목조의 백색이며 등질은 부동의 백색”이리라고 기록돼 있다. 등대가 아닌 등간이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요즘처럼 튼튼한 등탑이 아니라 임시로 목조로 세워진 등대를 설치해 전쟁을 대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라도 칠발도가 망망대해 외론 섬으로서 근무지가 최악이었다면 경상도 지역에서는 이 홍도가 최악이었다. 그래서 근무지가 1등급이었다. 홍도등대는 근대문화유산이고 괭이갈매기는 천연물 335호이다. 경관이 매우 우수하고 희귀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위기동물인 매 서식 및 괭이갈매기가 집단 번식하고 있어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특정도서로 지정되었다.

<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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