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난 빈손엔 더 큰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은 빈손”
“나누고 난 빈손엔 더 큰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은 빈손”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6.21 12:57
  •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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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온화한 미소의 서영남 대표가 '손님'들에게 나눠줄 국물을 그릇에 담고 있다.

 

- 한때 부국이었던 필리핀이 빈국으로 전락했다. 또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아서 이재민과 굶주린 어린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 필리핀은 풍우(風雨)가 매우 심한 나라다. 우기인 6~10월 사이에 태풍이 24차례씩이나 온다. 한 달에 2~3개 태풍이 오는데 바로 바로 이어서 경우가 많고, 대부분 사라호만큼 사납다. 그런데 수재민과 이재민들을 보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처음 2013년 필리핀에 들어갔을 때, 현재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마을이 불이 나서 완전히 타버렸다.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성당 마당에서 노숙을 하는데, 우리나라 이재민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서로 웃으며 나누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잃어버린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 같으면 살 길이 막막해 대성통곡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처음 필리핀을 만났다. 이재민 아이들이 비와 햇빛을 막을 수 있도록 지붕을 만들고 집을 10여 채 정도 세워주었다. 비록 판잣집이지만 한집 당 100만원이면 한 가족이 살 수 있다. 제가 어릴 때 살던 그런 모습을 가진 이곳이 정겹다. 순수한 아이들은 부모가 일해서 쌀을 사오면 밥을 먹고 없으면 굶는다. 한국도 그렇지만,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한 나라가 필리핀이다. 1억 인구 중 0.1% 사람들이 전체 국부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잘못하면 앞으로 필리핀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경쟁보다 남을 배려하고 이웃과 나누고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도와야 할 것이다.

 

 

- 평생 나눔과 비움을 실천해왔다. “나누고 난 빈손엔 더 큰 행복이 채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은 빈손”이라고 말했다. 빈손이지만 나눔과 비움을 통해 세상의 행복을 채우는 큰 손이기도 하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Nature Abhors a Vacuum)’는 말처럼 비우면 채워지는 법이다. 태풍이 강력한 이유는 중심이 비워져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 아니겠는가. 탐욕이 아닌 행복을 나누는 삶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희랍인 조르바(Greek Zorba)'는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길은 남을 도우며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하다. 그거다. 사람이 자기만 알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면 불행하다. 사람이 가장 살만할 때가 바로 사랑할 때 아닌가. 사랑을 하려면 자기를 내놓아야 한다. 나를 내어주고 네가 잘되는 게 바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제가 수도원과 천주교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배운 것도 이것이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 가장 보잘 것 없는 남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 장기간 노숙을 하다보면 마음도 정신도 닫힐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 너무 오랫동안 노숙을 하면 제일 먼저 잊어버리는 것이 말이다. 말을 못한다. 주변에서 사람취급도 안하지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다. 대화할 상대도 없고 할 말도 없지만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점점 말을 잊고 나중에는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게 된다. 이분들이 오랫동안 소외되고 억압받는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것이 스스로 말을 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모든 것이 말하는 훈련이다. 아무리 해도 말문이 열리지 않아 눈치만 보며 혼자 숨어서 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변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스스로 일자리도 구하고 자기표현을 하면서 살아난다. 인문학 강의는 한 달에 한 번 하고, 독후감 발표는 매일한다. 그렇게 독후감 노트를 한 권 다 쓰고 나면 각자의 소원을 한 가지씩 들어주는데 재미있는 것은 얼마나 심성이 착한지 그저 운동화 하나, 점퍼 하나 달라는 이런 게 많다.(웃음) 어떤 사람은 장가보내 달라고도 하지만, 집 사달라는 소원은 얘기하지 않는다.

 

▲ 건축가 이일훈 씨가 설계한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하얀 집으로 꾸민 민들레희망센터

 

-민들레희망센터는 건축가 이일훈 씨가 설계했다고 들었다. 이곳에선 책과 영화, 의료 공간을 제공하고 일일 최대 3000원씩 돈도 지원한다.

▲ 흔히 노숙인 하면 전철역에서 술 먹고 잠자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이들은 어디 갈 데가 없다. 술만 먹고는 얼마 못산다는 걸 아니까, 진짜 노숙하는 사람들은 전철부근에 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편히 쉴 수 있고 재충전할 장소를 만들어만 주면 재기할 수 있겠구나 해서다. 이곳 희망센터가 바로 재충전소다. 여기서 스스로 변하는 분들이 엄청 많다. 어느 누가 노숙하고 싶어서 하겠나. 노숙을 하면 벗어나기 힘들다고 하지만 일정한 자극도 필요하다. 생각하게 해야 한다. 사람은 의식주에 위협을 받으면 다른 생각을 못한다. 반면에 의식주가 좀 안정적이고 편안해지면 그때서야 고민을 한다. 희망센터는 치열한 외부 세계와 다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잡아주는 ‘릴렉스(Relax)’ 역할만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식사와 샤워, 책도 보게 하며 독서 장려금으로 3000원을 지급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살아야 되나, 그런 고뇌를 하게 된다. 노숙인들의 경우 의식주 해결이 안 되면 10년 가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치아가 안 좋은 분한텐 치과진료를 해주고, 한 달에 두 번씩 무료진료소에 들러 이 분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재기불능의 이들에게 약간의 ‘언덕’이 되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 어느 단체에서 노숙인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지만, 그것도 15일뿐이다. 단발성인 이런 환경에선 살아남지 못한다. 하루 밥 한 끼도 문제다. 게다가 이런 위험에 처한 노숙인들을 이용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도처에 올가미를 놓고 있다. 사기꾼이 대포통장 만든다며 5만원을 주지만, 법을 모르다보니 적발되면 벌금 200만원을 물거나 징역을 산다. 5만원에 인생을 망친다. 얼마나 급하면…. 국가나 사회가 어려운 사람을 방치해 버리면 사기꾼의 밥 밖에 안 된다. 사지가 멀쩡해도 이미 다 털려버려서 재기가 어렵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기보다 뜯어 먹으려는 사람이 많은 악한 사회다. 가난한 사람 피 빨아 먹는 비양심적 인간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노숙자를 도와주는 척하다가 보조금 받아 챙기고 사라진다. 그런 노숙자분들에게 조금만 도움을 받게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인문학 강의를 통해 민법 등을 가르쳐 대처하는 요령도 가르쳐 준다.

 

 

- 재취업이 된다 해도 그 이후가 더 문제일 것 같은데.

▲ 노숙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생각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1등을 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노숙자와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똑같이 외톨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겠는가. 노숙자도 친구가 없다. 자기 밖에 없다. 성공한 사람이 늙어서 가는 곳이 한 군데 있다. 최고급 요양원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한 요양원 같은 경우는 보증금만 10억원이 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입원하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다. 한 달 병원비만 몇 백만 원인데도 들어가려 혈안이다. 왜 그런가? 믿을 놈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 밖에 믿을 게 없다. 이게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노숙자들도 과거에 그런 사람들처럼 살았겠지만, 무한경쟁에서 탈락한 거다. 그래서 친구도 가족도 멀어지고 외톨이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에게 취직을 시켜 준다한들 경쟁에서 또 탈락할 게 너무나 뻔하다는 것이다.

 

 

-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노하우가 있다면.

▲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대사(代使)다. 공평하게 대해야 하지만 사회가 어디 그런가. 따라서 이들에게 남을 짓밟아야 사는 경쟁체제가 아닌 공동체로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내 형제나 가족처럼 나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아니라, 너도 나만큼 중요하다는 생각과, 남을 이용하지 않고 돕고 사는 마음이 들면 살아가는데 그렇게 돈도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외롭지 않다. 그런데도 노숙자들을 원상 복구시켜 사회에 돌려보내면 십중팔구 다시 노숙자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나만 사는 게 아니라 남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을 체험하고, 이겨야 될 경쟁 상대가 아니라 내 형제요 친척이요, 자매임을 깨달으면 형제친척을 이용해 뜯어먹고 살겠는가. 이렇게 서로 돕고 살면 그때부터 사는 게 달라진다. 그러한 공동체를 만들려면 처음부터 강하게 쪼이는 것보다 느슨하게 부드러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들이 민들레 식구가 되면 우선 혼자 자유로이 살아가도록 거들어주면서, 사람들과 주변 환경에 천천히 적응하게 만든다. 그 뒤에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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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애리 2016-07-05 14:22:47
누구 하나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이웃들을 위하여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는 삶.....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기쁘게 사는 법을 일깨워준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양주미 2016-07-04 15:59:57
서영남 대표님의 나눔 안에는 오래된 향기가 담겨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쉽고 편안하게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년 365일 나눔의 길을 가고 계시는 서영남 대표님의 모습이 마음을, 세상을, 그리고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이혜영 2016-07-04 14:17:22
참 소중한 민들레국수집, 민들레수사님
참 좋습니다.

인천교구가 복음화 되길 바랍니다
교회가 복음화에 장애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교회의 권위는 복음의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지
로만칼라나 진홍빛 옷색갈에서 나오는게 아닙니다
착한 신자를 돕지는 못할만정
방해는 하지 말아 주십시요
이제 그만 머리로 사목하지 마시고 양심으로 사목해 주십시요
비리가 많은 인천교구 갑질 하지말고
온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몇 천억원 국제성모병원 비리나 투명하게 밝혀주셔요.

양효린 2016-07-03 15:36:00
가난한 이웃들을 도우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괄시하는 곳들이 많은데...
민들레국수집은 그런 분들을 모시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지금은 도움을 받는 처지 이지만, 서영남대표님, 베로니카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곧 일어 서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민들레 국수집 고맙습니다.

유영자루시아 2016-07-03 14:10:04
민들레 국수집은 참 따뜻합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언제나 따뜻한 소리가 북적북적 들립니다.
서영남 대표님과 베로니카님의 사랑 덕분에 많은 이들이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가 있습니다.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