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 MB정권 때부터 이어져온 기업프렌들리 정책과 강경한 노동탄압 기조 속에 최저임금 1만원 법 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 지금 노동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사안이다. 그동안 재벌중심,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로 탈바꿈한 자본주의가 극심한 빈부격차를 만들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비정규직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하루속히 해소해야 한다. 이것은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다.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저소득층에게도 돈을 제대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원 법을 정해 시행하면 돈이 돌게 되고 소비도 촉진될 것이다. 소비가 늘어나면 생산이 늘고 선순환 경제가 이뤄지게 된다. 미국과 일본도 모두 이런 관점에서 최저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재벌과 대기업 중심이다. 사내 유보금만 700조원이 넘지만 돈을 풀지 않는다. 해외에 투자한다지만 그것도 확실하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돈을 풀지 않는다.

 

 

-법원이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죄목을 보면 일반 집시법 위반 등 그다지 과한 행동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 죄목에 비해 너무 과한 구형이다. 죄목을 보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과 일반 도로교통법 위반, 시위 중 경찰과의 몸싸움 등이다. 언뜻 봐서도 크게 걸릴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같은 중형을 내렸다는 것은 반정부 활동이나 노동운동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법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한 위원장이 위법한 행위는 물론 집회 참가를 주도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19살 고등학생 때 5.18 광주시민군으로 활약했다. 유혈사태로 혼란했던 광주에서 어렵게 살아남아 노동운동가가 되어 2009년 3000여 명의 쌍용차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다. 그 일로 체포돼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지난해 11월 14일에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12월 10일 조계사에서 체포되었었다. 그런데 12월 10일은 국제인권의 날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잡아갔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권은 묵살됐다. 한상균의 이름은 유엔에서도 거론되었고, 유엔은 지속해서 정부에 지적을 해왔다. 국제사회는 집회시위 참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집회시위 자유의 부정과 반인권적인 일이므로 처벌이 부당하다고 지적해왔다.

 

 

- 진보 정치권 얘기를 잠깐 해보자. 통합진보당이 해체되면서 진보운동권과 진보정당이 분열된 양상이다. 혁신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른바 ‘진보’들에 대해 고언을 한다면.

▲ 현재의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바뀌어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 진보운동, 진보정치 진영이 정부의 거센 탄압 속에서 분열양상을 보였다. 현재 원내진보정당으로 정의당처럼 힘이 모아진 것도 아니고, 통합진보당이 당 해체라는 탄압을 겪으면서 한국정치 발전이 퇴보했다. 그래도 전진해야 한다. 진보진영과 진보정당이 스스로 단결해서 진정한 우리나라의 진보적 가치를 살려내, 힘겨운 노동자들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정치세력, 힘이 있는 정당을 키워내야 한다. 또한 새누리당 같은 보수정당과 그 사이에 국민의 당처럼 보수와 진보가 자기 정체성을 통해 다당제(多黨制)로 갈 수 있는 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면 한국정치 발전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고, 진보정치 발전과 함께 산적한 정치․경제․사회․복지 문제 등이 풀릴 것이다.

 

 

▲ 전태일 동상

- 탈핵과 환경, 복지를 모토로 한 녹색당의 경우 젊은 층으로부터 신선한 반응을 얻고 있다.

▲ 녹색당은 자신만의 분명한 노선을 갖고 있다. 탈핵과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가 원전문제로 시끄러운데 이유는 핵발전소가 너무 많은데다 사고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재난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이번에도 고리 5, 6호기 건설을 강행하면서 경남과 울산, 부산 지역이 원자력 안전문제에서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녹색당은 위험한 방사성물질에 대해서 정부에 사전 경고하고, 끊임없이 감시를 하는 특별한 정당이다. 하승수 녹색당 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면서 정말 실력이 출중한 분이다. 변호사와 교수 등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당을 이끌고 있다. 진보정당을 이끌고 정치를 하려면 웬만한 건강과 정신력이 없으면 해내기 힘든 일이다. 국민을 위해 녹색당이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좋겠다.

 

 

- 한때 전교조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맡기도 한 주류 진보의 원로로서 진보정당에 조언 한마디 한다면.

▲ 먼저 진보정당들이 분열하지 말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렇다고 진보정당과 진보운동만 필요한 게 아니라 보수진영과도 균형을 이뤄야 발전이 있다. 따라서 진보의 가치와 사상 등을 융합하고 조화롭게 펼쳐나갈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보수화로 편향되는 걸 막아야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수정권이 자본가의 입장만 들어주면서 지구 환경문제까지 심각해졌다. 지구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노동과 환경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진보정치를 구현할 정치집단이 꼭 필요하다. 그러려면 진보정당이 단결해서 본연의 틀을 확고부동하게 잡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것을 위해 언제나 후방에서 열심히 지원할 것이다.

 

 

- 사적인 얘기다. 부인이 매주 전철을 타고 다니며 직접 만든 반찬들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 집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 도울 일이 없을까 하는 뜻에서 고민을 했나 보더라. 그런데 가정주부가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음식 만들기다. 반찬을 만들어 이웃에 나누고자 하는 의미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현재 장애인자활단체에서 봉사를 하는데 반 이상이 장애인이다. 매주 한 번씩 점심봉사 시간이면 음식을 끓이고 배식을 하는 등 10여 년 동안 돕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저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웃음).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 우리나라엔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문화역사 역시 우월하고 깊다. 이런 장점들을 모을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온다면 엄청난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그런 지도자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기득권층은 자본가와 결탁해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 특히 비정규직 등 많은 노동자들과 소외당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차등과 차별, 빈부격차를 줄이도록 힘을 모으고 각자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4.13 총선을 보더라도 국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뚜렷이 나타났다. 이를 정치권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들의 뜻을 따라서 더욱 더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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