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상건의 치유의 섬과 등대여행기: 전남 신안군 홍도등대

▲ 홍도등대 앞바다

 

사무실 창밖으로 문득 20여년 전 홍도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파도쳤다. 무작정 목포행 기차를 탔다. 시골집 묵은 사진첩 같은 열차시트에 웅크리고 뒤척이는 시간도 여정에 빼 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다. 기차도 우리네 삶처럼 때로는 버거워 길게 한숨 몰아쉬며 칙칙칙칙 투덜투덜 달린다. 다시 신열의 땀방울 철로에 흥건히 적시고서 오르막 산모롱이 돌아서며 기적소리 길게 뿜어 울린다.

한숨 멎으니, 다시 여객선이 물살을 감아 돌리며 홍도로 향했다. 목포에서 116km. 소요시간 2시간 20분. 홍도는 기암괴석의 천국이다. 붉은 노을이 아름다워 홍도라 부르기도 하고, 물 위에 뜬 매화꽃 같다하여 매가도, 바다를 기다리는 바위섬이라 하여 대풍금라고도 불렀다. 등대와 홍도 2구로 이어지는 깃대봉은 270여 종의 상록수와 170여종의 동물의 서식처이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므로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뭍으로 가져올 수 없는 섬이 홍도이다.

 

 

▲ 홍도등대

기암괴석과 원시림의 섬

홍도 해안은 경사가 급하고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다. 홍도의 경관은 원시림에 가깝다. 홍도의 바다는 바람이 없는 날에는 깊이 10m 이상의 물속을 훤히 볼 수 있을 만큼 맑다. 그 쪽빛 바다에는 어족자원도 풍부해서 낚시가 잘 되어 강태공들이 몰린다. 물론 역시 홍도 하면 홍어다. 그 맛과 멋을 즐기려 해마다 16만 명이 찾는다는 홍도는 아름다운 해상경관과 환상적인 낙조가 일품이다.

 

▲ 홍도 카페리

 

카페리호가 도착한 홍도 선착장에서 문득, 번잡함이 때로 홍도를 참으로 힘들게 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자연과 호흡하며 사는 홍도사람들의 애잔한 울림이 살아있기에 나는 또 다시 홍도로 떠났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깃대봉을 한 시간여 타고 가서 만난 등대원은 등대 뒷산의 정취를 그대로 닮은 성품을 지녔다. 밤새워 등대인생 이야기, 폭풍주의보가 내려 일주일을 등대에 갇혀 지내던 나날들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다음 날에는 기러기 아빠인 분교 선생님과 홍탁에 절이며 노을 속으로 젖어갔다. 다시 바닷가에서 그물을 함께 손질하며 어부와 진종일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때 그 추억의 여정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유람선 타고 섬 구경하는 것도 나름의 멋이지만 여행의 참맛은 이렇게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면서 소통을 통한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등대여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등대의 존재 이유이니 말이다. 홍도 등대원들은 홍도 사람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 홍도1구에서 등대가는 길

등대원과 마을 주민 한 호흡으로 살아

등대섬 아랫자락 마을이 홍도2구이다. 지극히 한적하고 평화로운 어촌이다. 이곳은 해녀마을이다. 이곳에서 민박하면 누구나 해녀의 삶과 그 물질 장면을 체험할 수 있다. 물질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다. 아주 어릴 적에는 주로 헤엄치는 연습을 하고 5~6학년쯤 되면 어머니로부터 두렁 박을 받아 얕은 데서 깊은 데로 헤엄쳐 들어가는 연습을 한다. 빠른 사람들은 중학생 때부터 작업하는 것을 시키는데 40세를 전후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 해녀들이 물속에 들어가 작업하는 시간은 3분 정도. 주로 잡는 해산물은 해삼, 멍게, 성게, 전복, 소라, 미역, 청각. 잡은 것들은 바로 현지 관광객들에게 팔거나 도시민들로부터 예약 순서에 따라 보내주기도 한다. 한 번 나가서 일하면 수입은 10만 원 안팎이다.

 

▲ 홍도 등대가는 계단

 

홍도 2구와 1구 사이 근해에서 마치 고깃배에서 주낙이 풀려나가듯이 해녀들은 항해 중인 배에서 뛰어 내렸다. 뛰어 내리는 거리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었다. 두 사람씩 일정한 작업공간을 차지했다. 몇 분의 간격으로 휘이~ 휘이∼ 숨비소리를 냈다. 작업하는 동안 고깃배는 작업 현장을 포물선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외부 선박 등의 근접을 막으며 안전한 작업을 돕는 일종의 순시이다.

해녀들은 이런 식으로 하루 4∼5시간씩 작업한다. 작업 후 해산물을 담아 놓은 그릇인 망사리를 뱃전에 올려주며 다시 청년회 사람들이 끌어 올린다. 1인당 잡아 올린 무게는 자그마치 20kg 정도. 이 정도면 10만원 벌이를 넘어선다. 홍도 2구에서 민박하면 이런 해녀 물질 과 낚시, 텃밭 등의 체험여행을 즐길 수 있다.

 

▲ 홍도동백길
▲ 홍도 등대앞바다

 

등대와 이 마을은 아름다운 오솔길로 이어져 있다. 등대는 해수면으로부터 89m 고지대에 있다. 1931년 석유백열등으로 첫 불을 밝혔다. 일제 때 마을 주민들이 노무자로 동원돼 지어진 것이다. 홍도사람들이 만든 등대였지만 정작 주민들의 접근이 금지됐다가 일본이 전쟁에서 패해 야간도주하자 등대지기들은 남은 식량을 주민들에게 배급했고 한동안 주민들이 이 등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해안에서 등대로 가는 길은 비탈길이다. 보급선이 해안가에 쌀자루와 연료 등 보급품을 내려놓으면 등대지기들은 이를 짊어지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등대로 오른다. 그 언덕길에는 토끼풀, 쑥부쟁이, 강아지풀이 찰랑이며 동행한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오는 보급선이 기상악화로 못 오는 경우가 있어 등대원들은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파래와 톳을 뜯어 저장하곤 했다. 당시 등대장은 바위와 바위 사이에 그물을 쳐두고 배가 없어 몇 개의 스티로폼을 동여매 뗏목으로 사용하며 그물을 털기도 했다.

 

 

▲ 홍도2구

‘홍어와 주낙, 해녀물질’의 홍도 2구

홍도는 물이 귀하다. 그래서 농사짓기가 힘들다. 식탁의 필수품인 배추는 금치이다. 배추를 사기위해 목포를 오고간다. 그런 곡절을 품고 사는 홍도 2구는 59가구에 331명이 산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업에 종사한다. 15일간 중국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먼 바다에 나가 홍어를 잡고 보름 동안은 바닷가에서 그물을 다듬는다. 홍어를 잡지 않는 사람들은 주낙으로 고기를 잡는다. 그래서 마을 골목에는 주낙 낚시채비들이 늘어서 있다. 주낙으로는 농어, 감성돔, 참돔, 우럭, 줄돔, 방어 등을 잡는다.

 

▲ 홍도해녀목선
▲ 홍도등대

 

때마침 홍도 2구 부녀회장 이영란씨를 만났다. 올해로 쉰 고개를 넘는 나이란다. 외아들 군대 보내고 밤마다 그리움에 잠 못 이룬다면서도 아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돈 버는 재미에 산다면 씨익 웃었다. 낮에는 바다에 나가고 돌아와서는 텃밭 일구며 채소거리를 가꾸거나 민박집을 운영한다. 상점도 운영 중인데 팔순을 넘긴 시어머니가 대신 봐준다. 3일에 한번 꼴 그렇게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는데 4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이 뭉쳐서 바다에서 공동 물질을 한다. 함께 어울려 사니 그것이 행복이란다. 물질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렇게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물질하는 시간은 3분 정도. 주로 잡는 해산물은 해삼, 멍게, 성게, 전복, 소라, 미역, 청각. 잡은 것들은 바로 현지 관광객들에게 팔거나 도시민들로부터 예약 순서에 따라 보내주기도 한다. 한 번 나가서 일하면 잡은 양은 20kg 정도. 수입은 10만 원 안팎. 쏠쏠한 수입이다.

 

 

▲ 홍도해변

밤새 나누는 섬 이야기

그러나 결코 한마디로 많은 수입이라고 말하기에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상어와 해파리를 만나기도 하고, 선박 스크루에 피해를 입거나 배양실 등 해수 취수구 주변의 수압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질은 홍도 1구와 2구 사이 바다에서 한다. 작업하는 동안 고깃배는 작업 현장을 포물선을 그리며 돈다. 외부 선박 등의 근접을 막으며 안전한 작업을 돕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제2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홍도 바다는 해녀들이 숨소리로 출렁이다. 말 없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출렁이고 호흡한다. 그들의 삶은 섬의 역사이자 문화이다. 홍도가 천연기념물인 것처럼 해녀들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3만 명이 넘던 해녀들이 6천~7천 명으로 줄었다. 섬을 떠나는 사람만큼 해녀들도 사라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 경제의 세포줄기이면서 해양문화의 입자들이다.

 

▲ 홍도등대전경

 

그날 밤 홍도 2구 사람들과 한 잔 술에 해삼과 멍게를 안주로 밤새 바다의 삶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했다. 여행길에서 이런 살아 있는 대화 자체가 자유와 낭만이다. 해녀들의 삶이 진하게 묻어날수록 잠시 잊고 지냈던 섬사람들의 아름다운 삶과 지혜, 반도국가의 자랑스러운 해양문화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그렇게 삶의 길을 밝혀주는 아름다운 섬사람들의 삶과 그 그림자가 영혼의 불빛으로 살아있기에 또 다시 언젠가 무작정 그 섬으로 훌쩍 떠날지 모를 일이다.

<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 홍도로 가는 길

1. 교통편(항공 기차 버스)

- 서울(용산)→목포

2. 배편

- 목포항→홍도(쾌속선 2시간 20분소요)

- 성수기 증편 운항, 동절기 하루 2회 왕복운행

- 동양고속(061-243-2111~4) 남해고속 (061-244-9915) 홍도관리사무소(061-246-3700)

홍도등대(061-246-3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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