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김광연 칼럼

 

알바트로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이다. 평생 짝을 찾기 위해 수없이 춤을 추고 구애를 하지만, 짝을 한번 찾게 되면 죽을 때까지 헌신하고 짝을 사랑하는 새이다.

알바트로스는 ‘몰리모크(mollymark, 바보갈매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수명은 60년으로 한번 짝을 이루면 평생 같이 살아가는 신비스럽고도 엉뚱한 새, 지나치게 큰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때로는 거추장스럽기까지 하고, 큰 물갈퀴로 인해 걷거나 뛰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사람들이 돌을 던져도 날아갈 줄 모르고 뒤뚱뒤뚱 오리처럼 도망치는 게 전부다.

한번 날았다 착륙하면 온몸이 진흙으로 뒤범벅되거나 상처를 입는 바보새이다. 사람들에게 쉽게 잡혀서 멸종위기까지 내몰린 바보새,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되니 국제보호새이다. 알바트로스가 오랜 시간동안 바보새로 불려진 이유다.

폭풍을 부르는 새

그런데 어느 날 폭풍이 몰려오고 모든 새들이 바람을 피해 숨을 때, 바보새는 또 이름값을 하느라 어딘가로 피신하지 않고 바보처럼 바람과 맞서 절벽에 선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 바보새는 갑자기 긴 날개를 꿈틀거리며 펼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바람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절벽에서 뛰어 내린다. 모든 새들이 숨죽이면서 바보새를 걱정하고 손가락질 한다. 또 바보처럼 엉뚱하게 바람에 쓸려 가지는 않는지 손가락질한다.

폭풍우 몰아치는 그 순간이 바보새가 비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다른 새들은 몰랐다. 알바트로스는 날개를 펼치면 3m가 넘는다.

바보새는 마침내 비상을 하게 되고 심지어 6일 동안 한 번의 날갯짓도 없이 하늘에서 계속 날 수 있고, 두 달 여정으로 지구 한 바퀴를 비행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 그리고 가장 멀리 지구를 횡단할 수 있는 바보새. 자신의 힘이 아니라 바람의 힘을 이용해 비행하는 새, 이 새를 ‘신천웅’이라고도 부른다.

 아름다운 비상

그 바보새는 땅에서는 사람들과 작은 새들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하늘에서 만큼은 비상할 때 거대한 바람에 자신의 몸을 던지며 용기 있게 절벽으로 뛰어 내리는 ‘활공의 명수’로 불린다.

우리는 지금 큰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는 아닌지, 자신의 큰 날개가 불편하거나 자신의 날개에 대해 투정부리지는 않는지…. 때론 “너는 날개가 있는데 왜 날지 못해”라고 다른 이들에게까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사실 날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직 날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때,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모두가 바람을 피해 도망갈 때, 바보새 알바트로스는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동안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는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가장 높이 나는 새, 가장 멀리 나는 새의 모습으로 재탄생된다.

로맨스 앞에서는 인내력과 강한 집요함을 보여주는 바보새. 지금 우리의 모습이 바보스럽지만, 언젠가 폭풍우가 몰아쳐 모두가 숨을 때 알바트로스처럼 우리도 화려한 비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저 멀리서 불어온다. 자신의 큰 날개가 이제 아름다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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