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내성천 ‘모래 스캔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거의 완공된 영주댐. 올해 중으로 준공을 한다. 이 물을 흘려보내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단다. ⓒ 정수근

 

낙동강의 어머니 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성천은 모래의 강입니다. 내성천에선 모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영주시가 영주댐 공사 기간에 댐 수몰지에서 그 모래를 무려 350만 루베 준설했습니다. 매년 내성천 상류에서 유입되는 모래량이 20만 루베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치면 자그마치 17년 치 이상의 모래를 준설한 것입니다. 영주시가 수공과 국토부 그리고 환경부의 암묵적 동의하에 벌인 일입니다.
최근 몇 해 일어난 내성천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바로 이 모래의 부재로 일어난 것입니다. 그 사실이 지난달 29일 이상돈 의원실과 낙동강 포럼이 함께한 영주댐 현장점검에서 밝혀졌습니다. ‘내성천 모래 스캔들’입니다. 영주시와 수공의 탐욕과 국토부와 환경부의 무관심이 불러온 스캔들입니다. 그 사실을 밝혀봅니다.

 

▲ 4대강 살리기는 물그릇을 키워 병든 강을 되살리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 대한민국 정책정보지 '공감'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모래를 50%씩이나 공급하는 강으로 낙동강의 회생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강은 어느 강일까요? 정답은 바로 내성천입니다. 내성천은 이처럼 낙동강 상류의 중요한 강으로 낙동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내성천은 1300만 영남사람들의 식수원으로 낙동강의 안전을 위해 온전히 지켜져야 합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은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라떼 현상과 물고기의 떼죽음 그리고 바닥에 쌓여가는 썩은 펄, 그로 인한 산소 고갈. 지금 낙동강 바닥은 산소가 없는 무산소층이 되어버렸습니다. 물고기가 죽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 삼강 아래 낙동강. 모래톱이 완벽히 돌아온 모습이다. 딱 이 일대까지만이다. 이후로는 상주보의 영향으로 큰 호수가 된 낙동강의 모습만 보인다. ⓒ 정수근

죽어가는 낙동강 되살리기 위해서 영주댐을?

이렇게 죽어가는 낙동강을 되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내세우는 것은 영주댐입니다. 내성천 중류에 영주댐을 지어서 낙동강의 수질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1조1000억 원이 들어간 마지막 4대강 사업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거대한 보를 만들어 물그릇을 키우면 수질이 개선된다며 4대강 사업을 벌여놓고 왜 또 상류에 수질개선용 댐이 필요한 것일까요.

4대강 사업 후 낙동강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 지난달 28일 4대강 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낙동강 조사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전에 2~3등급을 유지하던 낙동강 수질이 4대강 사업 후 3~4등급으로 떨어졌고, 깊을수록 수질은 더 나빠졌습니다.

기자가 지난 수년 동안 낙동강 현장에서 파악한 바로도 낙동강은 점점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죽어가는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서 튀어나온 것이 영주댐 건설이었습니다. 영주댐에서 물을 모았다가 갈수기에 방류해서 녹조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것입니다.

 

▲ 내성천의 자랑 국가명승 제16호 회룡포. 모래톱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광이 압권이다. 명승지로 지정된 이유가 보인다. ⓒ 정수근

 

보를 만들어 물그릇을 키우면 4대강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처럼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낙동강 녹조 현상은 상류에서 물을 흘려보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강이 거대한 보로 막혀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듯, 강물이 정체되어 썩는 것이 녹조 현상입니다.

그동안 저 녹조를 없애기 위해서 수자원공사와 정부는 많은 노력을 해봤습니다. 조류제거제도 뿌려보고, 마이크로버블도 설치해보고, 회전식 수차도 설치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급기야 안동댐에서 방류도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조류가 하류로 번지는 결과가 초래됐습니다. 영주댐을 완공해서 물을 담수한 후 내려 보내도 낙동강 녹조 현상을 막는 게 어렵다는 겁니다.

 

 

▲ 내성천의 모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댐 상류에서 유입되는 모래양이 보인다. ⓒ 수자원공사

문제의 핵심은 모래다

그동안 내성천에서는 맑은 물과 모래가 낙동강으로 끊임없이 공급되었습니다. 4대강 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주 영풍교 상류까지는 낙동강이 이전 모습으로 거의 회복되었습니다. 따라서 맑은 물과 모래가 계속 공급만 되고 4대강 보만 사라진다면 중하류의 낙동강도 이전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문제는 모래입니다. 모래는 골재 자원일 뿐 아니라 하천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핵심요소입니다. 특히 내성천 같은 강에서는 모래가 주인과 다름없습니다. 정수장의 여과지는 다름 아닌 모래입니다. 천연 정수기인 모래층을 통과해온 맑은 물과 그 모래가 함께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겁니다.

 

▲ 이상돈 의원과 박재현 교수가 수공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가운데가 박재현 교수. ⓒ 정수근

 

그러나 영주댐은 단순히 물을 가두어두고 그 상류에서 모래까지 차단하기 때문에 영주댐을 가동하는 순간 그동안 내성천이 자연적으로 이루어놓은 수질정화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습니다.

또 내성천의 고운 모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1급 종인 '흰수마자'란 희귀한 물고기를 키우는 핵심 요소입니다. 따라서 내성천 고운 모래의 유실은 흰수마자의 개체 수마저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성천의 또 다른 특징은 모래톱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빼어나다는 것입니다. 내성천 모래톱이 주는 경관미 때문에 내성천은 국가명승지를 두 곳이나 지니고 있습니다. 국가명승 제16호인 회룡포와 국가명승 제19호인 선몽대가 바로 그곳들입니다. 내성천의 모래가 없었다면 결코 생겨날 수 없는 곳인 셈이지요.

 

 

▲ 전형적인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넓은 백사장과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 내성천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 정수근

17년 치 모래를 한꺼번에 꿀꺽하다

그런데 영주댐 공사 기간 무려 350만㎥의 이 귀한 모래를 '꿀꺽'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7월 29일 이상돈 의원실과 낙동강 포럼(위원장: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관계자들이 영주댐 현장점검을 한 자리에서 밝혀졌습니다. 유사조절지에 대한 설명과 질문이 오가는 중 나온 사실이었습니다.

영주댐 공사 기간, 즉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4년 동안 댐 상류 수몰지에서 영주시가 350만㎥의 모래를 준설한 것입니다. 특히 2012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자원공사가 추정하기에, 매년 영주댐을 기준으로 내성천 상류에서 유입되는 모래는 총 20만㎥입니다. 그렇게 치면 무려 17년 동안 영주댐 하류로 내려갈 모래를 준설해버린 겁니다. 그러니 하류에 그런 극심한 하천변화가 동반될 수밖에 없지요.

그 자리에 참석한 인제대 박재현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영주댐 바로 아랫마을인 미림마을의 변화(모래가 다 사라지면서 자갈이 드러나고 육상화, 장갑화 현상이 심각히 발생한 것)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댐을 짓더라도 그렇게 짧은 기간에 댐 하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곤 상상을 못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댐 상류에서 그 많은 양의 모래를 준설해버렸으니, 하류로 내려올 모래가 없었다. 그래서 댐 하류에 심각한 생태환경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 이상돈 의원실과 낙동강 포럼이 함께한 영주댐 현장점검에서 수자원공사 영주댐 건설단이 최근 영주댐 주변의 붕괴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수근

 

그랬습니다. 무려 17년 치의 모래를 한꺼번에 모두 준설해버렸으니 영주댐 하류로 내려올 모래가 없었던 것이고, 그 영향이 댐의 직하류에 바로 나타난 것입니다. 직하류 첫 마을인 미림마을 앞 내성천에선 세굴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심지어는 모래가 다 쓸려내려 가자 강 수위가 떨어지면서 삼투압 현상이 생겨나, 제내지의 지하수가 강으로 흘러가 먹는 물마저 나오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미림교 다리 밑에 보를 세워 인위적으로 물을 가두기 전까지 미림마을 사람들은 수공이 가져다주는 수돗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수자원공사와 영주시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영주시는 영주댐이 들어서면 매년 채취해온 골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많이 모래를 팠고, 수자원공사는 쌓여 있는 모래가 골칫거리였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처럼 수자원공사와 영주시의 이해관계는 딱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무려 17년 치의 모래를 한꺼번에 꿀꺽해버린 것입니다. 이 행위에 대해 영주시 입장은 어떨까요. 영주시 하천과 관계자는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영주댐을 만들면 부존자원으로 모래가 몇백만 루배 나온다고 했다. 댐 기본 계획에 나온다. 댐이 되면 모래는 사장된다. 아깝지 않으냐. 댐 고시 구역 내에 상하류에서 시는 매년 30~50만㎥ 채취해왔다. 그래서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을 때 활용방안으로 의견을 냈다. 영주시에서 먼저 건의를 했다. 그러고 수공과 협의하고, 국토부와 환경부의 승인을 받았다.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좋지 않으냐.”

 

▲ 유사조절지 붕괴 사고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 수공이 자료를 준비했다. ⓒ 정수근

 

그는 내성천에서 모래가 지닌 가치를 몰랐고, 모래를 오로지 골재 자원으로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국토부와 환경부입니다. 국토부야 4대강 사업의 주무부서로서 한 배를 탄 기관이니 이러한 행태를 승인한 것이 얼핏 이해될 수도 있지만, 환경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성천에서 모래가 중요하고 준설로 인해 생태환경의 변화가 초래될 것이 뻔한 사실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환경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사안을 그대로 승인을 해준 것은 환경부의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현장에 함께한 낙동강유역청장(현재 공석인 대구지방환경청장 직무대리)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영주시가 사업 구간을 나눠서 사업신청을 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대상이 아니었다. 평가를 할 수 없었다.”

이른바 쪼개기로 사업 신청을 했고, 법의 맹점 때문에 제어할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는 면피용 해명으로 보입니다. 사업의 구간이나 목적을 보면 얼마든지 확인해볼 수 있는 사안일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도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 이상돈 의원이 수공 측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수근

내성천 대형 모래 스캔들

이 모든 행위는 영주댐 공사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없었다면 영주시가 17년 치 모래를 한꺼번에 준설할 이유가 없습니다. 영주댐 공사 때문에 일어난 대형 모래 스캔들이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스캔들로 인한 변화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영주댐 직하류 첫 마을인 미림마을뿐만 아니라 그 아래 마을인 전통마을 무섬마을도 급격한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백사장의 모래 입자가 거칠어지고 그 자리에 풀이 자라는 육화현상 때문에 무섬마을의 경관을 지키기 위해서 주민들이 거의 매주 트랙터로 모래톱을 갈아엎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하류까지 이어져 국가명승 19호 선몽대와 국가명승 16호인 회룡포의 경관마저 심각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수공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영주댐 12km 상류에 건설한 유사조절지에 쌓이는 모래의 약 5% 정도만을 하류로 포설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상돈 의원은 지난번 방문 때와 설명이 다른 부분을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영주시가 절대로 그냥 골재 채취 권리를 포기했을 리 없다. 난 동의할 수 없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래 유사조절지는 댐 상류에서 모래를 채취해서 댐 하류로 방류할 목적으로 건설한다. 유사조절지의 목적대로 모든 모래를 하류로 포설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만큼 내성천에서 모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댐이 만들어져도 모래와 물만 하류로 계속해서 내려갈 수 있다면 내성천 생태환경의 변화는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 흐르는 강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내성천 우래교 상류의 모습이다. 넓은 모래톱 위를 물길이 유유히 흘러간다. 낙동강이 곧 회복해야 할 미래다. ⓒ 정수근

낙동강의 진정한 회생을 위하여

내성천에서 모래가 귀한 것처럼 낙동강에서도 모래가 귀한 존재입니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상류 댐의 방류가 아닙니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열고 강이 흐르는 상태에서 공급되는 모래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강이 살아 흐르고 모래가 각종 부유물을 걸러주면 강은 스스로 정화됩니다.

따라서 낙동강의 회생은 내성천의 온전한 보존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모래를 50% 이상씩 계속 공급해주는 내성천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때만이 낙동강의 회생도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내성천의 모래를 차단하는 댐인 유사조절지와 영주댐은 다시 원점에서 재고돼야 합니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젖줄입니다. 영남인들의 식수원이 하루하루 죽어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내성천은 너무나 중요한 하천이고, 낙동강은 생명의 젖줄이기 때문에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절절하게 와닿는 이유입니다.

내성천이 살고 그래서 낙동강을 다시 되살릴 수 있도록 영주댐 문제가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논의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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