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

 

- 국정화 반대가 곧 검정교과서 지지인가.

▲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고 해서 검정교과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2003년 근현대사 교과서가 최초의 검정제 발행이었다. 당시 역사학계가 내용을 점검해보니 문제점이 많았다.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를 충실히 싣지 않았고 여전히 과거 국정교과서 시대의 관행이 유지되면서 소위 우편향이란 평가가 강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검정교과서가 ‘시뻘겋다’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주창하면서 보수언론이 강하게 공격하자 기존교과서에 대한 역사인식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던 중에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좌편향 논쟁에 휘말렸다. 이렇게 후퇴하다가 결국 2013년판 검정교과서들은 한마디로 역사 앞에서 부끄럽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퇴보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내용이든 국가가 만드는 단일 교과서는 있을 수 없다’와 ‘획일적인 역사교육 반대’다. 특히 친일독재 미화 반대차원을 넘어서 민주공화국의 고유 가치를 추구하는 차원으로 승화되었다. 또한 역사교과서 문제를 인권과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 과거 정권의 역사왜곡과 현재의 교과서문제 어떻게 보는가.

▲ 1945년 해방 이후, 1946년 학교에서는 옛 일본교과서를 버린 새로 만든 교과서로 배웠다. 이때가 미군정 시기로 몇 달 만에 제작한 국어와 국사교과서였다. 지금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교육을 중요시 하는 정책을 썼다. 특히 고등고시나 보통고시, 유학고시에는 국사가 필수였다. 그래서 당시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식민사학자 이병도가 쓴 ‘국사대관(國史大觀)’이다. 물론 근현대사라는 교과서가 없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국사를 또 다시 필수로 했다. 하급공무원을 뽑을 때도 국사는 필수였다. 당시 교과서에는 10월 유신에 대한 정당성을 넣었고, 고려 무신정권을 높게 평가하거나 합리화하는 등 교과내용에 문제가 많았다. 이것은 이승만 정권이 국사를 필수로 한 것에 대한 연장이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매우 잘못됐다. 하지만, 역지사지로 보면 오히려 반사이득도 있다. 평소 근현대사나 한국사에 관심이 없던 국민들이 갑자기 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거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하고 중요한 역사교육은 근현대사다. 특히 역사교육은 민족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예를 들면, 후기 신라의 삼국통일과 고려의 후삼국 통일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한민족의 미래통일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일제강점기에 선열들의 피나는 독립운동 투쟁사를 수록하는 한편 이것이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친일부역배 등 과거사 청산도 중요하고 남북분단역사와 독재정권하에서 벌인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알려야 한다. 그러면서 타 민족과의 평화관계를 잘 유지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의식도 심어줘야 한다. 지금의 국정교과서는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가 백년대계 시점에서 국정교과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 대한민국 헌법전문에 보면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하고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 완수’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명시했다. 무엇보다 자유와 자율, 민주주의적 기본질서 가치를 강조한다. 그런데 국정교과서 작업은 제헌헌법이후로 유지되어온 이래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흔들고, 특정세력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려 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헌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도 사실 여기에 기인한다. 역사교육은 미래 세대들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역사를 냉철하게 관조하고 사유하도록 길러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가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시민사회의 다원성과 자율성, 인류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사에 대한 가치들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방식들을 존중하는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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