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임미숙의 즐거운 나의 시골생활 이야기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들어온 이곳.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는 외로운 삶을 사시다 가신 이곳. 그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척박했다. 김천서 버스를 1시간은 타야 도착하고, 버스길도 비포장이던 그 시절, 그때 마련되어진 이곳 월계리 집. 2009년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며 결심했어, 지금 내려가는 거야. 그때는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던 터라 나름 고민 끝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결정하게 되었다. 2010년 10월, 내 나이 50 초반에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 좋은 월계리로 내려왔고 전통된장을 만들며(‘커피향 항아리 장익는 소리’: http://mee5912.blog.me) 하루하루 바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번씩 뿌려주던 소낙비도 뜸~해진 날들, 도대체 우째 이리 덥다냐! 지하 108미터에서 풍부하게 솟아올라오는 우리 집 지하수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물을 뿌려주지만 영 맥을 못추는 꽃들. 콸콸 쏟아져 나오는 지하수로 집주변을 적셔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차돌군한테도, 차돌군 집에도 물세례를…. 저녁때만 되면 호스를 끌어다 여기저기 마구마구 물을 뿌려댄다. 그러고 나면 얼마나 시원한지. 해질녘이면 제법 시원한 느낌. 가을이 조금은 가까이 왔나보다, 조급한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집안은 여전히 한여름이다. 선선해지는 저녁때라 해도 집안은 아직까진 덥다.
산골이 이러할진대 도시의 밤은 어떨지. 밤새 에어컨을 틀어야 간신히 잠을 잘 수 있다는 친구의 말. 아침시간 잠시 껐다가 다시 켜야 하는 에어컨. 엄청난 전기요금 폭탄, 시골도 비껴갈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푹푹 쪄대는 한낮 더위에 이곳에서도 에어컨의 도움을 확실히 받고 있으니, 아마도 여기서 평생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이 모습을 보셨다면 혀를 끌끌 차실지도 모른다. 에어컨에 익숙해있던 도시에서의 습관을 채 버리지 못해서, 이번 여름엔 에어컨과 아주 친하게 지냈다. 나 역시 7∼8월 전기요금이 폭탄까지는 아니지만 등골 오싹하게 나왔더라. 하지만 그만큼 시원하게 보냈으니 감수해야겠지.
살면서 사람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누군가가 “선물을 뭐로 해 드릴까요?” 하면 “무슨 선물이냐, 그냥 오기만 해도 좋다”고, 그때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건만 막상 선물을 받으면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선물 필요 없다고 얘기한 사람이 맞는 건지, 어떤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지…. 두 개 다 진짜 마음이 맞는 것도 같은데…그래도 우째 요상하긴 하다. 다름 아니라 동생 지인 가족이 놀러오면서 ‘공장도 지으셨다는데 조그마한 선물’이라며 상자를 내밀더란 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여는 순간, 아니? 내가 그리 눈독을 들이던 무선주전자가 떠~억 하니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내가 원하던 그 브랜드에 그 디자인에 색깔까지 ‘부티’ 좔좔 흐르는 주전자가~~. 우째 내 맘을 들여다본 것인지…. 얘기한 일도 없었는데 어떻게 내 맘을 알았냐는 둥, 속보이는 호들갑. 하지만 진짜 신기했고,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오더라.^^ 아마도 내 저온저장고의 보물들이 그들 가는 길에 많이 동승했겠지.^^ 이런 게 정이더란 말이다. 그리 비싸고 큰 선물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사람을 참 기쁘게 해주더라. 그렇다고 내가 선물에 그리 쉽게 넘어가는 속물은 아니란 점. 누구보다 더 주고 싶어 하고 나누기 좋아하는 아줌씨다.^^
표고향 언니가 거반도 복숭아를 따뒀다면서 내 몫을 따로 챙겨뒀으니 가져가란다. 거반도 복숭아, 손오공이 먹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는 특이한 모양의 복숭아다. 천연 농약조차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 방치해두었으니 복숭아 꼴이 말이 아니다. 반쯤은 벌레가 파먹었다. 게다가 복숭아나무가 자라는 곳은 사람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매년 그곳에 들어가 어렵게 따온 복숭아를 낼름 받아먹는 게 송구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거반도 복숭아 맛은, 시중에선 절대 맛볼 수없는 기막힌 맛이다. 언니네 농장에 가는 길, 블로그 이웃에게 산 재첩국 다섯봉지를 챙겼다. 부추만 넣어서 먹어도 담백하니 아주 맛이 좋았다. 표고농장은 하우스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에 보조사업 지원을 받아서 표고선별 작업장이랑 농기구 보관창고를 겸해서 40평 넓이로 짓고 있는데 세워둔 철골만 봐도 아주 크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번 가을부터는 편리한 작업장에서 표고선별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가끔씩 도우러 가는데, 불편해서 작업 능률도 안 오르고 늘 투덜댔더랬다. 제발 작업환경 좀 개선해주세요~~ 하면서. 이제는 아주 편하게 일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
표고향 언니는 늘 나를 챙겨주신다. 아우라고. 아마도 아들, 딸 다음으론 나를 제일 챙기시는 것 같다. 귀농초기 아는 이가 별로 없을 때 귀농교육을 받다가 친해졌고 언니 동생으로 지내게 됐다. 혹시라도 내 귀가가 늦어질 때 항상 도착 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언니 몫. 조금이라도 연락이 늦으면 계속 걱정을 하시더니, 요즘은 많이 느슨해지셨다. 애정이 식은 거냐고 농담을 건네면, 이제 늙어서 자꾸 잊어버린다고 하신다. 나이 들어가는 당신 모습이 조금은 우울한가 보더라. 그럴 때마다 “언니보다 저는 더 정신없어요”라고 나름 위로의 말을 건네 본다.
양봉업을 하는 마녀의 생일을 맞아 저녁식사 하러 구미에 갔다. 고르고 고른 메뉴가 결국 불고기. 한우라 그런지 몇 점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사라져버린 고기들. “넘 비싼 거 아니여?” 가격과 맛에 대한 불만이 쇄도한다. 다들 나름 한요리씩 한다는 아낙들 아닌가!
외식할 때마다 늘 생기는 문제지만 그래도 한 번씩 콧바람 쐬는 맛에 생일엔 꼭 밖에서 뭉친다. 구미 금오산 주차장 근처에 금오정이라는 정자와 큰 연못이 있다. 둘레길을 아주 잘 꾸며놓아서 식사 뒤 산책에 나섰다. 때마침 달까지 두둥실 밝아, 휘영청 보름달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빨리 걷는 사람들, 다정히 걷는 연인들, 또 우리처럼 무리지어 수다 떨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사람들, 참 정겨운 산책시간이었다. 카페에 들러 눈꽃빙수 앞에 놓고, 마카롱에 촛불하나 켜고 소리죽여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고…산골 아낙들의 화려한 밤나들이는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아참, 사드 얘기 좀 해야겠다. 내가 사는 이곳 김천과 접해있는 성주는 한동안 난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곳 김천에서도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나 역시 내일 있을 김천시민 대규모 촛불시위에 참가할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론 반대지만 그렇다고 내 신념이 확고한 건 아니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드가 정확하게 무엇이고 왜 설치하는 것인지, 설치 지역 주변엔 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등등. 인터넷도 뒤져보고 좀 알 만한 사람한테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김천지역 이철우 국회의원의 발언도 나를 헷갈리게 하는 요소다. 국가 기밀사항이니 국민 모르게 어딘가에 설치하면 될 것을 다 알려서 국민이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바로 그 발언. 이러다가 정말 원점으로 되돌아가 비밀리에 추진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어수선한 김천과 성주의 현재 모습이다.
김천 우리음식연구회 교육날. 8월 교육은 김천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로 포도 요리를 하기로 했다. 요리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탔다는 포도새알심수제비와 포도푸딩을 시연하고 각조마다 실습을 했다. 땀 흘리는 여름철 포도즙을 넣어 보랏빛으로 색깔도 예쁘고 따끈한 새알심수제비. 보양식이라며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하늘은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긴다. 한낮 찌는 더위에도 파란 하늘을 보면 눈이 시원해진다. 찌르레기 등 온갖 풀벌레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하는 날들이다. 늦은 밤 ‘위클리서울’ 원고를 쓰느라 창가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지금, 우리 고양이 둥이녀석은 잠은 자지 않고 온 마당을 싸돌아다니고 있다. 날아다니는 나방도 어찌나 잘 잡아채는지. 나방 잡아서 한참을 갖고 놀다가 질리면 매미를 잡아서 놀기도 한다. 울어대는 매미를 앞발로 톡톡 치면서…. 놀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한낮인 듯하다. 하긴 냥이는 야행성이지~~. 잘 들어가지 않는 소쿠리 집에다 억지로 눕혀봤더니 가만있지를 못하고 금세 튀어나와 돌아다닌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다시 소쿠리에 들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그렇게 내 보이는 곳에서 자야지 어디 풀밭 같은데서 자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어찌 짠~한지. 차돌군은 코까지 골며 자더군. 도둑 없는 동네라고 마음 놓고 숙면중이더라. 밤마다 마실 다니는 둥이 녀석도 곤하게 잠이 들었으니 나도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밤은 아주 시원한 밤이다. 풀벌레 소리 자장가 삼아 꿈나라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