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지구촌 ‘금리 전쟁’

순식간에 서늘해진 날씨와 함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 ‘동상이몽’을 꿈꾸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긴축 신호에 대한 암시를 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브누아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추가 부양책을 예고하는 등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

 

 

지구촌 경제가 혼돈에 휩싸였다.

각 나라들이 저마다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선택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쾨레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는 최근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ECB는 마이너스 금리와 자산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더욱 빈번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미국이 언제 금리를 인상하느냐로 모아진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미 대선이 끝난 뒤인 오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에선 9월 인상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이자 한국의 수출환경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 경제전망 ‘개선’

옐런 의장은 최근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이르면 9월 안으로 금리가 인상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심지어는 9월과 12월, 두 차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피셔 부의장은 이어 “연준은 경제 시그널을 살펴볼 뿐 정치 전망가가 아니다”면서 “만약 대선 결과가 미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영향을 대선 이후에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 0%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던 연준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9년 만에 0.25%포인트 인상하며 금리 정상화 수순에 들어간 바 있다. 하지만 올해엔 중국 성장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 글로벌 경기 부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으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연준의 통화정책회의는 9월 21일과 11월 2일, 12월 14일 세 차례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후인 12월쯤 한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9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9월 인상 확률을 38%, 12월은 62%로 보고 있다. 최대 변수는 9월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고용시장 지표가 괜찮다면 연준은 9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한․미간 금리차가 적어져 그간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금리를 노리고 한국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한창 부각됐던 지난해 6월과 올 2월 사이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에선 약 3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갔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 인하한 한국은행으로선 더이상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 ‘물가 목표 달성’

일본의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0.1%)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개인이나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친 미국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옐런 의장은 “견고한 고용시장과 경제전망 개선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은 금리 인상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금리 인상 여건이 강화됐음을 알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30%에서 40%, 연내 인상 가능성을 75%에서 85%로 각각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인상 확률은 10% 상승한 42%로 집계됐고, 12월 인상 가능성은 57.9%에서 65.2%로 상승했다. 한은은 일단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연 1.25%)를 동결한 뒤 당분간 미국 등의 추세를 지켜볼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이 추가 인하할 여력은 있지만 미국보다 먼저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2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던 국제금융시장엔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당장 유동성 확대로 신흥국 증시가 꿈틀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을 보면 지난 7월에만 4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지만 8월 들어 유입 강도가 둔화됐다. 최근 미 금리 인상 발언 이후엔 경계감이 더욱 커졌다. 잭슨홀 회의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던 지난 한 주간은 4557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연중 최고치(2056.24)까지 올라선 코스피지수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에 자금 유출이라는 악재와 함께 수출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을 함께 던져줄 가능성이 높다. 복잡해진 셈법 속에서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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