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1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농업이 살아야 사람이 살고 나라가 산다. 총은 없어도 살지만, 식량이 없으면 죽는다.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5%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해서 대체하는 구조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과 밀의 경우 99%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식량안보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 지난 2015년 11월 광화문에서 식량주권을 외치다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쓰어진 백남기 농민은 10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도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다.

▲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10개월 가까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

“백남기 농민 압살은 개인 차원을 넘어 모든 국민들에 대한 압살이며 인권압살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살인적인 물대포로 그의 외침을 압살시켰다. 소통불능의 현 정부는 아직까지도 어떠한 반응도 없다.”

백남기 농민이 소속돼 있는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의 격앙된 목소리다.

“9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정부는 말도 없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정 회장,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의 3당이 나서달라고 청원까지 했지만 정국이 파행되면서 그마저도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도 정부는 농민들에 반하는 ‘거꾸로’ 정책들만 강행하고 있다. 식량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식량 수입에 올인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유전자조작 벼 재배까지 추진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 우리 밥상을 점령한 지는 오래다. “한국은 식용 GMO 수입국 1위다. 10년간 급증한 대장암과 원인모를 질병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회장은 “그럼에도 정부가 오로지 기업의 이윤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어 안타깝다”며 “GMO 완전표시제까지 거부하고 유전자 조작 벼 재배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주식을 GMO로 상용화한 나라는 한국이 세계 최초”라고 지적한다. 백남기 농민의 근황과 함께, 우리도 알게 모르게 매일 먹고 있으면서도 정작 잘 모르는 GMO의 진실, 그리고 GMO로 점령당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들어본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

 

- 지난해 11월 경찰 물대포 직격탄을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맨 지도 10개월이 다돼간다.

▲ 우리가 그동안 정부에 대해 할 수 있는 법적조치는 다했다. 여러 직능단체에서 고소고발과 헌법소원 조치를 했고, 청와대와 경찰청 앞에서 가족대표와 함께 시위도 하고 수사촉구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일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차라리 백남기 농민이 잘못했으면 처벌을 하고, 경찰이 잘못했으면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면 될 일이지만, 9개월이 훌쩍 지나도록 이뤄진 게 없다. 국민들은 무자비한 권력의 폭압적인 진압에 대한 심판으로 4.13총선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당은 국민과 유족들에게 사과 한마디도 없다. 현 정권의 독선과 오만, 인권말살을 여실히 보여주며 국민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 야당은 어떤가. 그리고 백남기 농민이 주장한 식량주권, 현정권의 태도는.

▲ 국민들은 야당이 박근혜 정부에 무력하게 끌려 다닌다고 성토하고 있다. 야당이 너무 미온적이다. 지난해 백남기 농민이 정부를 향해 그렇게도 식량주권을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폭압뿐이었다. 지금 한국의 농업은 몰락 직전이다. 농민이 무너지고 모든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해 먹는 한 식량주권은 영원히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먹거리를 남의 나라에 맡기고 있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 농정관료들을 향해 백남기 농민은 위기에 처한 우리의 식량주권을 되찾아야 할 것을 강하게 주장한 것이다. 이것은 백남기 농민 압살을 넘어 모든 국민들에 대한 압살이며, 인권압살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살인적인 물대포로 그의 외침을 압살시켰다. 소통불능의 현 정부는 아직까지도 어떠한 반응도 없다.

 

 

-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 백남기 농민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는 흐지부지 끝낼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풀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한국의 인권문제다. 이번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보도됐듯이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에서 벌어진 농민압살 사태이자 곧 인권말살 사태이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내방해 한국의 인권과 집시법 자유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 힘없는 농민이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뜻과 의지를 밝히는데 있어서 권력이 사람을 죽여도 무책임하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는 만년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다. 한 농민이 나서서 농정개혁을 외친 것을 폭압한 것은 과거 군부독재 시대로의 회귀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백남기 농민이 전하려 한 것은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총은 없어도 살지만 식량이 없으면 죽는다. 남의 나라에 먹거리를 의탁하고 있다가 어느 날 쌀 1kg를 1000만 원에 판다고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야권이 청문회에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저렇게 맥을 못 추고 있으니 답답하다.

 

 

 

 

- 문제 해결을 위해 야권의 3당 대표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 여당은 그렇다 하더라도 백남기 농민 문제에 대해 여러 번 야권 3당 대표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이번에는 입법부가 백남기 농민이 살아있을 때, 생전에 한이라도 풀어 드려야 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처리해 줄 것을 청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를 했건만, 이번 8.12 국회추경예산 심의와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관여했던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 핵심인물들에 대한 청문회 출석여부 문제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시간만 지나가고 파행정국 속에 다시 유야무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국민이 만들어준 야권의 의원 숫자가 월등한데도 야당이 보여주는 행보가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 ‘2016 통일농민대회’에서 통일을 대비한 ‘비무장지대 생태농업’에 남북한 농민들이 앞장 설 것을 강조했다.

▲ 현재 남북한 교류나 통일에 대한 교류가 모두 닫혔다. 개성공단도 폐쇄되었다. 남북 당국이 경색됐지만 민간교류만이라도 열어야 한다. 한때 농업분야에서 모판보내기와 남북 축구대회도 개최했지만, 이마저도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번 천주교 주교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 저희 가톨릭농민회에서 남북농민들이 비무장지대에서의 생태농업, 생명농업 공동경작에 대한 제안을 전해달라고 얘기했다. 한마디로 ‘통일농장’을 한번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물론 우리가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시국적으로 모든 분야가 맞아야 될 사안이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개성공단도 다시 살려야 하고 남북한 농민들도 장래 통일을 대비해 쌀만이라도 자급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통일이 되었을 때 식량주권 차원에서 쌀 수입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언젠가 정치적으로 풀릴 것에 대비해서 현재 60여개 시군이 자금을 모아 비료보내기 등의 형식으로 지원하려 하고 있다. 내년에는 100개 시군이 모여 통일모내기를 추진할 예정이다.

 

 

- GMO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최고 GMO농산물 수입국이다. GMO 표시조차 없는 식품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 GMO 연구는 본래 화학물 폐기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월남전에서 고엽제를 만든 미국의 화학기업 ‘몬산토(Monsanto)’ 과학자들이 연구 도중, 화학물질인 제초제로 범벅이 되었음에도 생존한 식물박테리아를 발견했는데, 이것을 유전자에 삽입해 1996년 최초로 상용화한 식품이 GMO 콩이다. 이 콩은 강력한 제초제를 흡수해도 죽지 않는다. 벌레도 없다. 이것이 우리가 먹는 GMO 농산물의 시초다. 전 세계 경작지의 13%를 점유한 GMO가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연구결과에서도 밝혀졌지만 GMO를 먹으면 그 사람과 그 가족의 아이 유전자까지 변형된다. 최근 늘어나는 대장암이나 각종 질병이 급증한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GMO 소비량은 45kg이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된장, 식용유, 과자 등 가공식품 원재료의 70%가 수입산이다. 그중 80%가 GMO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GM 쌀 재배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을 기본적으로 살리고 생태농업을 적극 권장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먹거리를 GMO로 대체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GMO 표시제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나라는 한국뿐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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