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

 

- 그렇다면 토종씨앗을 살려 외국산 농산물과 경쟁을 해야 하지 않는가.

▲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고 했다. 그만큼 씨앗이 중요하다. 토종씨앗만 있으면 거액의 비싼 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된다. GMO 씨앗을 살 이유도 없다. 토종씨앗을 쓰면 수확을 하면 할수록 생물다양성도 커지고, 우리 땅 풍토에 맞고 강하기 때문에 해로운 농약사용까지 줄일 수 있다. 길고 긴 세월동안 우리의 토종씨앗을 지켜온 농민들이 고독하게 이 땅의 먹거리와 미래를 지켜냈다. 하지만 개량종자와 화학비료, 농약, 기계를 쓰는 산업농이 대세인 시대에 대대로 이어져 온 토종씨앗의 74%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씨앗에 담겨진 우리 농촌 고유의 공동체전통도 없어졌다. 1960년대만 해도 80%였던 곡물자급률이 지금은 20%대다. 수입농산물에 식량을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의 삶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이 땅의 식량주권과 안전한 먹거리를 지켜낸 것은 우리 농민들이었지만 아직까지 정부나 정치권 모두 갈 길이 멀다. 국민들이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 정부의 ‘GM 벼’ 재배 및 상용화 강행으로 농민들은 물론 밥상이 위협받고 있다.

▲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가 “박테리아 유전자를 씨앗에 넣어 만든 것을 생명체라 부를 수 없다. 그것은 생명체를 오염시킨 것이다”고 말한 것처럼 GMO는 반인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계 처음으로 ‘유전자조작 쌀’을 상용화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9월 농촌진흥청 GM개발사업단은 ‘GM안전성심사’를 신청하고, 올해 7월부터 상용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 용도는 일단 ‘산업용’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밥상용 GM 벼’ 상용화로의 행보다. 그런데 재배신청과 승인도 농진청 소관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안전성 심사도 서류상 심사이고 동물실험을 했다지만 겨우 12주에 불과한 결과치일뿐이다. 미국조차도 주식인 밀에 한해서만큼은 GMO 재배와 판매, 소비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의 주식인 쌀만은 유일하게 자급하고 있는 만큼 곡물로서 건강한 밥상을 위해 마지막 보루를 지켜야 한다. 쌀이 무너지면 다른 작물까지도 GMO에 잠식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한번 잠식되면 식량주권도 없고 오로지 거대 GMO 기업들의 돈벌이 용도로만 존재할 뿐이다.

 

 

- 농촌진흥청의 GMO 농산물 시험재배도 문제다. ‘로컬 푸드’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 지금 농업진흥청이 수원, 고창 등 24곳에서 GMO 시험재배를 하고 있어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GMO 불안은 우리의 식탁을 넘어 들판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에 전체 26개 정부 산하기관과 공공․민간연구소는 벼와 고추, 콩, 감자, 사과, 유채 등 23개 품목에 대해 GM 시험작물 재배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GMO 안전성 검증이 미비하고 시험재배에 대한 관리도 매우 허술해 주변 인근의 농작물 오염은 물론, 전국토의 GMO 오염 위험수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농진청이 국내 최대 곡물생산지인 호남평야 한복판에서 GM 벼와 사과 등을 시험재배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 밀양에서도 ‘GM 벼’ 야외 시험재배가 지역주민에게 사전에 어떤 통보나 협의 없이 이뤄졌다. 더 심각한 일은 한국 땅에서 자생하고 있는 GMO다. GMO 농산물 수입․유통 과정이 허술하다 보니 수송 중에 낙곡된 것이 많다. 지난 2009~2014년 사이에 전국 59곳에서 떨어진 옥수수와 면화, 유채, 콩 등 184건의 GM작물이 발견되었고,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도 매우 위험한 단계다.

 

 

▲ 2013년 5월 25일 미국 샌디애고에서 벌어진 반몬산토 행진

 

 

- 최근 GMO 수입 대기업들이 GMO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LG의 경우엔 대규모 토마토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어서 논란이다.

▲ 현재 농약회사와 식품산업계, 가공식품업체의 로비로 인한 ‘GMO 장학생’들이 정부와 학계를 장악한 상태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전 방위 협력체계를 이룬 것이다. GMO 연구와 개발에서 한국 정부만큼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GMO 개발의 선봉장은 농업진흥청의 ‘GMO작물개발사업단’이다. 심지어 다국적 농업기업 신젠타와 손을 잡고 개발하고 있다. 몬산토와 다우 등 6개 회사도 회원이다. GMO를 홍보하는 ‘크롭라이프(Crop Life)’의 한국지부 대표도 농진청 관료 출신이다. 이 회사는 몬산토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에 연결하고 ‘몬산토’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국내 굴지의 GMO 식품 가공대기업체인 CJ제일제당과 삼양, 농심, 대상 등이 기부금을 냈다. 이런 자금으로 GMO 안전성을 홍보한다. 여기에 LG그룹까지 농업에 뛰어 들어 토마토 농장을 대규모로 재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소규모 토마토 영농을 하는 농민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어 농촌파괴가 심히 우려되고 있다.

 

 

- 미국 주도의 FTA 체제가 TPP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한국농업의 미래 어떻게 보는가.

▲ WTO와 FTA 무역체제는 주로 농업보다 산업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를 주도해오던 미국이 최근에는 TPP 체제를 통해 온 세계의 먹거리산업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TPP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농업분야를 압박할 것이다. TPP 가입은 까다롭고 요구사항도 많다. 미국은 각국의 농업보조금제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식량주권에 대한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특히 GMO 농산물에 대한 수입 강화를 요구하게 될 것인데, 쌀이 그렇다. 그래서 현재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작년부터 세 번에 걸쳐 쌀 수입을 했다. 이것은 다른 분야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사전조치적인 방편이었다. 우리가 농업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도 기업농, 대농 중심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농업기반이 열악하고 좁은 땅에 생산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식량자급을 이루려면 관세장벽을 높게 유지하고, 다른 선진국처럼 농업보호정책을 펴야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등으로 국제곡물 가격이 치솟게 되면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식량자급 법제화를 해야 한다. 미국도 과거에 무기 판매에 치중하다가 현재는 식량장악을 위한 무역거래를 추진하는 실정이다.

 

 

- 미국산 밀이 99% 장악한 실정에서 가톨릭농민회에선 토종 밀 종자 보급에 힘써 왔다. 현황은 어떤가.

▲ 처음에는 경남지역에서 토종 밀 보급을 위해 17가마를 시작으로 했다. 그런데 20~3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밀 보급률은 1% 정도다. 이유는 부드러운 미국산 밀에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번 농업을 외국에 빼앗기면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쌀도 마찬가지다. 미국 밀이 한국인에게 깊숙이 다가온 것은 그만한 역사가 있다. 6.25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굶주림으로 지쳐 있을 때, 미국이 도와준다고 보내온 물자가 밀이다. 당시에 미국 밀은 바다에 폐기해야 할 잉여농산물이었다. 처음에 미국이 인심 쓰며 도와주는 척하면서 처음부터 한국인을 미국산 밀의 목표 소비자로 삼았던 것이다. 이를 일반 국민과 농민들도 전혀 몰랐다. 아마 쌀도 이런 형태로 들어올지 모른다. 이제야 늦게 깨닫고 밀 살리기 운동을 했지만, 이미 99% 미국 밀이 장악한 상태다. 수입 밀에는 살균제, 방부제 등이 많아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과거 김영삼 정권 당시 YS가 청와대 보좌진들과 같이 국수를 먹는 액션을 취하고 했다. 밀 농업을 살리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이 YS를 불러다가 다그쳤다. 몇 십년간 공을 들여 밀 시장을 장악해놓았던 미국이 YS에게 다른 농업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게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온 대통령과 함께 밀 살리기 운동도 부도가 났다. 따라서 이 일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지금은 밀 가격도 3~4배나 올랐다. 거기에다 요즘 젊은 층은 부드러운 입맛에 길들여져 깔깔한 국산 밀은 먹지 않는 상황이다.

 

 

- 학교급식도 외국농산물이 장악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학생들의 질병과 건강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 지금 먹거리가 안전하지 못하다. 외국농산물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학교급식은 큰 문제다.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는 부모들이 밥상을 책임지지만, 일단 학교에 오면 국가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농림부가 제정한 것이 우수농산물(GAP)이라는 제도다. 반드시 깨끗한 국내산 농산물이어야 하지만, 정부의 우수농산물이라는 개념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여기에는 제초제가 섞이거나 GMO가 들어가도 상관이 없다. 이건 있으나 마나다.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모른다. 나의 주장은 학교급식만큼은 우리 농산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적인 교육감들을 만나 거듭 국가가 학생들의 급식을 우리 농산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언젠가 많은 농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농림부 차관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이런 말을 했다. 그 차관은 향후 GAP 공급을 50%로 올리겠다는 사람이다. 그래서 GAP와 화학농산물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차관은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래서 차관에게 학생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농산물로 눈속임 하지 말라고 호통을 친 적도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