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문제, 농민만의 문제 아닌 모든 국민들의 문제”
“농업문제, 농민만의 문제 아닌 모든 국민들의 문제”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9.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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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

 

- 농촌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쌀 개방 이후, 중국․미국․EU FTA를 거치며 농산물 완전개방이 된 실정이다. 그로 인한 도농 간 소득격차 등 후유증이 크다.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외국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농사지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봄에 매실에서부터 여름 과일과 채소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단가를 남기는 것이 한우농가 정도다. 다음이 비닐하우스 농가다. 그 외는 안 된다고 보면 맞다. 무엇보다 생산비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계속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FTA를 체결할 때마다,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도 한국만 무방비 상태다. 농촌은 지금 60~70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향후 10년 후면 농민이 자동도태 돼버린다. 노동력도 없다.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오게 하려면 농업기반 시설과 자녀 학교시설 등을 만들어 줘야 한다. 소득이 낮아 이들이 외면하는데다 문화혜택도 걸림돌이다. 여러 가지가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들어 올 조건은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았다.

 

 

- 현재 1000만 서울 인구의 대부분이 농촌출신이다. 왜 이런 과밀현상이 됐는지.

▲ 우선 1960~1970년대 시대를 알아야 한다. 그 당시는 박정희 정권시절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어려웠던 그 시대에 국민들이 보릿고개를 넘겼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왜곡된 것이다. 나도 새마을운동에 참석한 사람인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 운동으로 피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새로 도로를 만들고 길을 만든다면서 땅도 내 놓았고 인건비는 단돈 10원도 못 받으면서 희생만을 강요당했다. 농민들의 공은 전혀 없고 박정희 정권의 치적만 강조했을 뿐이다. 그래서 배고픈 농민들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전부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일부 진짜 농민들만 남아 있었고 대부분 도시로 떠났다. 그 새마을 사업 때문에 ‘농촌 엑소더스’가 야기되었다. 지금도 새마을사업을 외국에서 벤치마킹 하고 있다고 선전을 한다. 전혀 아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농민출신들이 공장근로자로 일하면서도 돈도 제대로 못 받고,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도 제대로 못 받던 때였다. 거기다가 농민출신들이 자본이 없다보니, 월남전에 가서 달러를 벌고 독일의 광부나 간호원으로 팔려나갔다. 정부가 이런 것들을 경제개발의 효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농민을 위해 해 준 것은 없다. 혹독한 노동만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렇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 나갈 것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 경제개발을 잘해서 현재 세계 10위권대의 경제대국이라고 말하지만, 이것도 그 당시에 고생한 국민의 피땀으로 이뤄진 것이다.

 

 

- ‘농민기본소득제’에 대한 방안은 없는가.

▲ 그 당시 경제적 번영의 열매를 골고루 나눠야 함에도 이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이들 세대가 이제는 모두 80~90대다. 이들이 노후에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살도록 이제 국가가 농민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옛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죽도록 고생만 하고, 친일을 하던 자손들은 모두 떵떵거리는 현실이다. 지금도 똑같다. 경제개발 당시에 힘들게 고생한 노동자, 농민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말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야당에서도 뚜렷한 방안은 없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농민소득, 또 다른 일부에서는 농업보너스라는 방안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여하튼 어떤 형태로든지 실질적으로 이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가톨릭농민회에서도 이런 사업계획을 입안해 야당에 제안을 하고 있는 상태다. 야당이 입법안을 추진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강원도 쪽의 잘살지 못하는 농민들은 여당편이다. 살만한 부산 경남지방은 야당을 편드는 현실적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경남 하동이나 합천, 함양 등 산골짜기 동네는 여지없이 여당 쪽이다. 그러면 여당이 농촌지역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 농산물 개방으로 국내 농업이 와해되고, 2036년에는 농업인구가 160만 명 이하로 급감한다고 한다.

▲ 국내 농업기반이 무너지는 현 상황에서 먼저 최우선적으로 식량자급법제 완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들의 농촌유입을 정책적으로 적극 권장해야 한다. 지금의 농촌 현실은 거의 외국인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농업현장 등엔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는 숙식해결 방법으로 이들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번다. 그렇게 저임금도 아니다. 대략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 한국사람 인건비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경우 쉽게 옮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만한 비용을 준다. 한국 사람은 필요할 때만 쓴다. 그것도 나이 든 사람들이다. 외국인은 보통 힘이 좋은 젊은 사람들이다. 일도 잘한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한국 사람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일당 6~7만원을 받고 지방에서는 4~5만원 선이다. 이만하면 인건비도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젊은이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식량안보 문제와 식량주권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 한때 영국의 식량자급률이 20%대에서 지금의 70%로 올리는데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은 25%에 불과한데.

▲ 지금 한국의 자급률은 24~25% 정도다. 내가 볼 때 앞으로 10년 안에 1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아직은 쌀이 지탱해주고 있다. 쌀은 주로 미국, 중국 등 일부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데 주로 미국에서 수입을 한다. 과거에 쌀을 국제공매 할 때는 가격이 싼 나라를 찾아서 경매를 받아 수입을 했다. 지금 한국의 쌀 수입은 농업강국들이 미리 갈라먹는 방식이다. 한 나라는 몇 톤, 또 다른 나라는 몇 톤 이런 방식으로 바뀌었다. 쌀 3000만석의 10분의 1인 300만석 중에서 미국이 몇 십만 톤의 쌀을 미리 갈라버린다. 우리가 엄청나게 불리한 것은 가격 조정을 우리 마음대로 못한다는 점이다. 국제가격이 일단 매겨지면 그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가 국제공매를 통해 저렴한 쌀을 수입해야 하지만, 이것이 차단되었다. 우리도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모든 정책적 역량을 동원해야 할 때다.

 

 

 

- 지상의 씨종자 자원을 말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몬산토가 국내 종자산업을 장악했다.

▲ 우리의 종묘산업이 무너져 미래 먹거리가 매우 불안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 우량종묘업체들이 헐값에 미국의 수중으로 모두 넘어가 버렸다. 당시 한농과 홍농종묘가 있었지만 외국에 넘어갔다. 사실 홍농종묘도 이미 우리 토종업체는 아니었다. 지분도 거의 외국에 넘어간 상태였다. 문제는 그 여파로 우리 농민들이 씨종자 문제로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는 점이다. 몬산토가 씨종자에 열매를 못 맺도록 유전자 조작을 통해 소위 ‘불임’으로 만들어버렸다. 불임이란 올해 고추를 심어서 씨를 받아 내년에 다시 심어야 하는데 그 고추종자에서 고추가 자라지 않게 조작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1회용 고추다. 매년 사서 쓰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농민들의 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된다. 옛날에는 씨앗을 갈라 쓰기도하고 토종종자는 수십 세대를 거치며 써왔지만, 현재 종묘회사에서 나오는 씨종자들은 한 해만 쓰면 끝이다. 다음해에 또 사서 써야한다. 이것은 고추, 오이, 배추, 무, 토마토 등 할 것 없이 채소종류 100%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임식품을 먹는 현대인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거기서 한발 더 나가면 바로 GMO다. 또 GMO 유전자 조작시 어떤 성분을 넣는가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 GMO 유전자에 제초제와 살충제 성분을 넣어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

▲ 거대 자본가들의 속성이 인류의 삶과 건강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인간 탐욕의 산물인 돈에만 욕심이 있을 뿐이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전체 인류의 건강과 생존문제를 먼저 걱정하고 자연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어떤 것이 돈이 되는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탐욕스런 유대계 거대 자본가들의 속성이 그렇다. 자본의 속성은 무섭다. 우리의 입맛까지도 바꿔 놓을 만큼 첨단기술을 통해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다. 장차 GMO 문제는 원전문제를 능가한다. 지금 현재 종자를 변형한 옥수수 유전자 안에 살충제와 살균제, 제초제를 집어넣어 살충제나 제초제를 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그러면 아예 벌레가 없다.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옥수수 꽃가루가 40km까지 날아간다. 그러면 그 지역의 생태계가 완전 파괴되고 벌레조차 없는 토양으로 변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상용화하기전까지는 완전히 밀폐된 곳에서 재배를 한다. 그렇게 꽃가루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데도, 한국은 너무나 엉성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야생 GMO가 유입되면 생태계 파괴가 현실로 다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이 그래서 제일 먼저 상용화 하려는 품목이 바로 GM 쌀이다.

 

 

-농업이 곧 생명이자 식량안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남긴다면.

▲ 식량은 바로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대로 가면 외국 국민에게 농업을 맡기게 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 전체 생명의 중요성을 개개인이 강조하고 있지만, 이 땅에서 내 생명 내가 지키려면 식량인 쌀만이라도 정치권이 법제화해서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생명의 근원인 먹거리 산업을 남의 나라에다가 맡겨야 하는 비극이 온다. 단순히 농업문제는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밥을 먹고 사는 모든 국민들의 문제다. 따라서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안전한 먹거리 특히, 외국의 수산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지금 과학과 의술이 발달되었다 해도 불치의 병들이 접점 더 만연하고 있다. 이런 질병들이 바로 먹거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오염된 외국의 GMO 농산물을 추방하는데 앞장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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