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암울한 자화상, “올 겨울이 더 두렵다”
한국 경제 암울한 자화상, “올 겨울이 더 두렵다”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6.09.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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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법정관리’ 기업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은 서막에 불과한 것일까.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 해운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다른 업계로까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 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는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고 그러다 보니 한계기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무려 1150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 악화로 인한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를 향한 경보음도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상황을 살펴봤다.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법조계에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562개로 같은 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540개사를 넘어섰다.

파산 신청도 401건으로 전년 동기(362건)보다 10.8%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전국 14개 법원 파산부가 관리하는 법정관리 기업은 사상 최대인 1150개로 1년 전보다 100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평균 80개 가까운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셈이다.

더구나 자산 규모 6조 7000억원에 달하는 한진해운처럼 덩치 큰 기업까지 부실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에 회자됐던 ‘대마불사’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의 운명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증가 양상은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 동안 곯았던 고름들이 일제히 터져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도미노 법정관리’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은 그 원인과 사후 관리를 비롯 경쟁력에 따라 미래가 판가름나지만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법원은 회사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하면 법정관리를 개시해 채무 조정을 통해 갚아야 할 돈을 줄여주게 된다.

채무상환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경영 정상화를 이룬 기업은 자기 자리를 찾게 되면 법원의 간섭에서 벗어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실제로 웅진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4개월 만인 2014년 2월 법정관리 체제를 졸업했다.

하지만 채무를 계획대로 갚지 못하면 법원은 남은 자산을 채무자에게 돌려주고 기업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자력 갱생이 어려울 경우 법정관리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은 인수합병이다. 올 들어 삼라마이다스그룹이 법정관리 상태인 성우건설을 인수했다. 두바이투자청은 쌍용건설을 인수했고 세운건설은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팬오션, 동양시멘트, 팬택 등도 지난해부터 M&A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들로 분류된다. 업계에선 조선, 해운업계와 함께 건설업계가 인수합병의 어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주요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정관리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격적인 위기는 올 겨울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법정관리 신청이 도미노식으로 현재처럼 진행된다면 인수합병 물줄기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 성공사례

한진해운과 STX조선해양을 비롯 중소기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부분은 무리한 투자나 문어발 확장, 혹은 경영 판단 착오 등으로 문제에 직면했다.

업종별로는 소비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 해운 건설 등이 일차적인 대상이다. 하지만 전자와 통신, 유통, 패션, 식음료 등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

최근 6개월 동안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접수된 법정관리 신청기업 162개를 분석한 결과 전자․통신(46개)과 유통․패션(37개)이 건설․건축(27개), 금속․철강(8개), 조선․해운(5개)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위기는 전방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선 현재처럼 법정관리 신청 기업이 급증한다면 향후 5년 내 법정관리 기업이 2000개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한계기업은 더욱 위험해진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한계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늘어나게 하는 요소다. ‘부적절한 특혜’ 의혹으로 휘청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선 성공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현대건설과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대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LG카드(현 신한카드) 등도 모두 어려운 시기를 거쳐 부활했다.
 

‘정부 역할’ 중요

이처럼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뒤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조정은 구체적인 로드맵없이 임기웅변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의 입김이 구조조정에 방해만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역 민심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없도록 새누리당이 만들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경제 전반에 드리운 ‘법정관리’와 ‘구조조정’의 먹구름이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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