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왜 김영란법인가’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지문 본부장-1회

인간은 본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속성이 강하다. 특히 어둡고 음성적인 ‘부패(腐敗)’만큼 강력한 유혹은 없다.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지속적이고 습성화 된 부패 경향은 타락의 사슬로 영혼을 옭아매어 자기정화를 어렵게 한다. 부패는 곧 뇌물(賂物, Bribe)이다. 전 세계 뇌물규모는 연 1조억 달러 정도다. 한화로 1100조 4106억 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GDP의 3%에 달하는 수치다. 한 국가의 부패는 정권과 경제, 환경, 민주화 등 다양한 분야에 악영향을 주고 글로벌 차원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유엔에서도 부패를 어떤 단일 범죄보다 더 큰 손실을 부르는 것으로 평가했다. 청렴하지 못한 사회는 스스로 붕괴한다.

1992년 백마부대에서 ROTC로 복무하던 이지문 중위는 3월 22일 치러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1번 후보를 찍으라는 상관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한 뒤 불법적인 투표행위가 벌어진 군대 내 부재자투표 부정선거의 실태를 폭로했다. 이 중위는 징계를 받아 파면됐지만 법정소송에서 이겨 중위로 전역했다. 입대 전 정해졌던 삼성그룹 입사도 무산됐다. 당시 한국사회에서 이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중위의 ‘의로운 폭로’로 군대 내 부재자투표가 영외투표로 바뀌고, 그해 대통령 부정선거 시비를 처음부터 막아내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 청렴운동본부 이지문 본부장

 

그 이지문 중위는 현재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다. 168개국 중 37위로 꼴찌수준이다. 또한 OECD 34개국 중 27위다. 한국경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공직자 부정부패는 후진국 수준이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세월호 참사’도 결국 부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권력과 언론, 기업의 부패는 국민의 눈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본부장은 한때 정치권에 진출, 1995년 민주당소속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임기 후 공익제보자 모임, 호루라기 재단 등에서 시민사회운동가로서 ‘청렴한 미래한국’을 위해 청렴교육 강의를 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한국청렴운동본부를 설립한 계기와 현재 활동상황은.

▲ 한국청렴운동본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2년 전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로 출범했다. 올해 초 총회에서 공익신고로 국한된 활동에서 탈피해 좀 더 적극적인 청렴운동을 지향하자는 의미에서 단체명을 한국청렴운동본부로 변경했다. 처음 단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단체는 공익신고자, 특히 내부공익신고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상담 지원과 신고자 실태조사 등을 통한 보호제도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서울시교육청과 전남 영암군청,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여섯 개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신고위탁, 청렴특강, 청렴레터 제공 등 기관내부의 투명하고 청렴한 문화 확산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대상 공익신고제도, 청탁금지법 등 청렴교육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 한국 사회의 부패지수, 어느 정도인가.

▲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초 발표한 ‘2015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결과를 보면,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168개 조사대상국 중 37위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 중 27위로 부끄럽게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2014년 무역순위 4위를 나타냈고, 전자정부 평가에서도 3위를 하는 등 경제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치권과 공직자, 기업인 등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볼 때, 아직까지 구미 선진국과 비교하면 너무나 암울한 현실이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세월호 참사’도 결국 관료들의 뿌리 깊은 부패와 무책임, 무능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책임자 처벌도 없고 사고수습도 흐지부지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문,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는 권력기관과 언론, 재벌기업의 부패한 소식들뿐이다. 국민들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한국사회를 눈으로 보고 들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 법이 ‘청탁관행과 접대문화’ 척결의 보루가 될 것이라고 보는가.

▲ 김영란 법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뿌리 깊은 청탁문화와 고질적인 접대문화로 인한 부패 친화적 문화자체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바꾸자는 것이다.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관습적인 행태로 진화해 온 낡고 썩은 불법관행들이 김영란 법 하나만으로 쉽사리 근절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법이 제정돼 고질적인 부패척결의 큰 계기가 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한국사회는 뿌리 깊은 혈연, 학연, 지연 등 이른바 ‘연줄사회’다. 이를 이용한 청탁관행은 암묵적으로라도 지속되지 않을까.

▲ 이 법에서는 금품과 결부되지 않은 부정청탁 역시 처벌대상이 된다. 지금까지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이 금품을 받지 않았더라도 학연, 지연, 혈연, 종교연(宗敎緣), 직연(職緣) 등 각종 연고에 따른 청탁에 대해 개인적으로 거절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거절하면 그러한 연고에 기반을 둔 모임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공직자 역시 그러한 모임을 통해 자신의 승진과 관련한 청탁의 악순환이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김영란 법은 이러한 부정청탁의 연결고리를 원천적으로 끊기 위해 그러한 공직자 등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일한 부정청탁 건을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신고를 하지 않아도 징계사유가 된다. 그리고 제3자를 위해 담당자에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 공직자 등의 경우 30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고, 일반인은 2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전에는 제3자에게 부탁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도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했고, 연고에 따라 처리하던 것을 이제는 형사 처벌대상으로 바뀌었다. 이런 점에서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에 대한 인식이 대폭 달라질 것이고, 적발 시에 쌍방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이 점차적으로 퇴출 될 것으로 본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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