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왜 김영란법인가’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지문 본부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지문 본부장

 

- 과거 월남이 무너진 이유도 부정부패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도 월남처럼 부패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 부패의 가장 큰 해악은 사회 구성원 간의 상호불신과 정부에 대한 신뢰 약화다. 지금 금수저니 흙수저니 이런 말들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누구는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안 되고, 누구는 부모의 청탁으로, 부모의 금전적 영향을 통해 취업한다면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만 증폭될 뿐이다. 사업을 할 때도 누구는 연줄을 동원해 부적절한 자리를 만들어 향응접대를 통한 부정 청탁을 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어느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는가 애초부터 규정도 질서도 없는 달리기 대회와 같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득권의 끝없는 부정부패가 계층 간에 골 깊은 갈등을 더욱 촉발시켜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심화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나타날 수도 있다.

 

 

- 우리 사회가 고쳐야 가장 큰 병폐는 무엇인가. 부패의 산물로 지목되는 세월호 참사가 대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무엇보다 관행적인 적폐(積弊)와 기본준법정신 결여가 문제다. 67% 국민들은 우리사회가 부패했다고 보고, 77%가 준법정신 결여를 들고 있다. 국민 57%는 부익부빈익빈 양극화를 우려하고, 51%가 학연과 지연으로 뭉치는 망국적인 ‘끼리끼리 문화’를 우려했다. 또한 국민들은 현재 기득권층을 ‘개혁의 대상’이자 ‘무능력한 집단’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치인은 신뢰도 최하위고 다음이 법조인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해 있다. 지도층은 한마디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좀비’ 상태다. 과거 구한 말 위정자들의 무책임한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월호 사태가 그런 반증이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할 의지가 실종되었고, 오히려 국민을 기망하고 숨기려는 데만 급급하다. 고위층 부패와 무능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한 국민들은 지금이 대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권력과 결탁해 이익추구에만 혈안이 된 대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국민을 빈곤층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은 지금 모든 부문에서 부패가 만연해 퇴보하는 중이다. 민주주의의 뿌리인 시민사회 자율성도 현격하게 떨어졌다. 정부는 죽어가는 시장경제를 살리고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정책을 공유하는 한편,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의지와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심판자’로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별로 대개혁을 완수하는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유통업계로 넘어가보자. 업계는 김영란 법의 상한선 제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추석을 앞둔 농축산업계도 막대한 피해를 우려해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 김영란 법의 내용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3년부터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들이 소속기관 자체의 행동강령에 의해 통상적인 관례 범위 내에서 제공되는 음식물과 편의, 직무 관련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받지 못한다. 물론 행동강령은 법이 아니지만, 위반할 경우 징계 대상이다. 법일 경우 위반 시에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니까 처벌 수위가 다르긴 하지만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들은 법 위반이 아니라 하더라도 행동강령 위반이 되면 징계가 된다. 이런 내용이 지난 10년간 공직사회에서 계속 반영되어 왔고, 실제로 한 수학여행 업체로부터 6만9000원짜리 밥 한 끼 접대를 받았던 교장 선생이 3개월 정직에,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이 김영란 법 제정 과정에서 언론사가 포함됨에 따라 언론사의 불만이 커져서 마치 유통업계 등 관련업계로의 피해가 과장되거나 왜곡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지 그 피해정도는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입장이다. 만일 그렇게 심하게 우려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부적절한 접대문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청탁금지법이 요청되는 것이다.

 

 

- 수산업계도 아우성이다. 전남도와 수협중앙회도 수산물 소비위축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요즘 공직사회는 명절이라고 해서 10만원 백화점 상품권이라도 잘못 받았다가는 징계를 먹고 과태료를 맞는다. 과거처럼 명절날에 5만 원 이상 선물을 함부로 보내거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공직사회의 일반적 경향이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불만들에 대해 관련공직자들이 이런 것에 대해 잘못됐음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주무부처로서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관련 정부부처까지 나서서 선물상한액을 올리자고 부추기는 것은 스스로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닌가 싶다. 만약 경찰이 음주단속을 매일같이 강화한다면, 국민들이 술 소비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술 소비가 급감해 주류업계가 힘들어지고 술안주 업계까지 힘들어지고 식당, 술집운영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음주단속을 하더라도 단속기준을 더 올려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술을 먹더라도 음주운전을 안 하면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내 돈으로 사 먹고, 본인 돈으로 선물을 사서 은사님이나 부모님,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제부패인식지수가 56점인데, 10점 상승할 경우 1인당 GNP 등 여러 부문별로 경제수치가 확연히 올라간다는 조사가 있다. 부패를 잡으면 잡을수록 오히려 국가경쟁력 체질이 강화되어 전체적으로 내수경제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김영란 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과 부패척결이 가져올 국제적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먼저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어릴 때부터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과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에 대해 체질화할 수 있도록 중고교 정규교육과정에 반부패 청렴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내부공익신고자에 대한 확실한 보호수단 마련이다. 신고를 해도 신고자 신변이 곤란에 처해진다면 하나마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재취업 지원 등 일자리까지도 제공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스스로 부정청탁과 금품제공을 하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뒷받침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력과 부패인식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OECD 나라들에 비해, 경제수준과 부패인식 지수와의 수준차이가 현저하게 크다. 이번에 시행되는 김영란 법 시행을 계기로 고착화 된 청탁문화와 접대문화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부패인식지수면에서 국제적 부패국가로 낙인찍힌 오명에서 벗어나 향후 20위 안으로 무난히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다.

 

 

이지문 본부장은?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박사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소장
호루라기 재단 상임이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정보센터소장
제4대 서울특별시의원. 민주당 교통위원회
현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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