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이수호 칼럼

우리는 루스벨트 대통령이라고 하면 워싱턴과 링컨 등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 소아마비 장애인임에도 미국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잘 극복하며, 4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간을 대통령직을 수행하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운명했으니, 그 애틋함이 더 클 수밖에 없으리라 충분이 이해가 된다.

그가 대공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뉴딜정책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우리는 뉴딜정책 하면 많은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여하여 댐 공사 등 대단위 토목공사를 실시하는 등, 공공분야 사업을 확대하여 산업을 활성화시켜 침체한 경기를 되살아나게 하는 정도로 알고 있으나, 핵심과 본질은 그게 아니다. 지금 진행 중에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진보적 정책의제를 제안함으로 유권자의 많은 공감을 받았던 내용도,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에서 많이 차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샌더스 자신도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표한 사실을 알고 있다.

 

 

‘소외된 사람을 위한 새로운 정책’으로 불린 이 정책은, ‘부유한 사람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다’라고 할 정도로, 그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이 견지해 오던 시장중심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생산을 통제하고 소비를 끌어올리는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뉴딜정책의 핵심은, ‘사회보장법’을 만들어 다수 노동자, 농민들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1936년 재선된 루스벨트는 ‘와그너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였고 , 최저임금제와 주 40시간 노동제 등을 도입하였다. 이 뉴딜정책에 따라 노동조합의 수와 노조 가입률은 크게 높아졌으며 노동조합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결과적으로 그 힘이 미국 경제를 되살린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최근의 세계 경제도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한다거나 노조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대공황을 이긴 뉴딜정책이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만 역주행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조선이나 해운 산업 등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남북관계의 악화 등이 겹쳐 경제가 지극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 경영 책임자나 관리를 담당하는 은행 및 정부 관료는, 범죄행위에 버금가는 도덕적 해이로 부정부패 수준이 도를 넘고 있고,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청와대는 불통과 오만으로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안타깝고 한심스럽게도 그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취임 초부터 ‘통일대박’ 등 엉뚱한 소리로 북한의 붕괴가 곧 있을 것처럼 오판하며, 개성공단 폐쇄조치 등을 자행하여 수많은 참여업체와 노동자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더니,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때에 미군의 사드 배치를 준비나 소통도 없이 감행함으로, 이웃나라와의 불화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의 불만을 극도로 끌어 올리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어떻게 하고 싶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구도 속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국 내년 12월에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갖춘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국민들은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노동운동가를 자처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다음 대선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노동운동이 말살될 지경에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며 시작된 반 노동정책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종북으로 몰아 이데올로기 프레임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에 와서는 노동운동에 대한 적대시를 넘어 거의 말살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려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해고는 쉽게, 임금은 싸게, 비정규직은 양산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며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

필자도 우리 경제를 살려 노동자들도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통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이런 정도의 노동 관련 공약을 확실히 하고, 당선 시 반드시 관철시킬 의지가 있는 후보라면 좋겠다.

우선 헌법 상 노동3권의 확실한 보장이다. 공무원노조나 전교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가, 노조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대기업․재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법인세 등을 감면해 주었으나, 최근의 사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이,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노동자의 희생을 더욱 강조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결국 낙수효과를 노린 친 기업 정책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들어, 청년실업자만 거리에 넘치게 하고 있다.

둘째로 노동자를 운영의 파트너로 하기 위한 노동이사제와 노사공동결정제가 도입되고, 대통령 직속의 강화된 새로운 노사정 사회적합의기구가 설치 운영돼야 한다. 노동자를 실질적인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대화하며 공동 책임의 단계로 가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며 무슨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 알 수가 없다.

셋째는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개정해야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관철로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은 완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도 1만 원 이상으로 단기간에 인상해야 한다.

나아가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법의 철저한 준수로 임금체불, 산재사고, 성폭력 등이 근절돼야 한다. 아울러 산별 노조가 확대되고 산별교섭이 법제화 돼야 한다.

이 정도의 노동부문 공약이라면, 다른 부문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 보면 또 기회를 잃어버린다. 지금부터라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런 진정성과 경험을 갖춘 후보를 찾고 만들어, 그와 함께 노동 중심의 새로운 나라 건설에 우리 모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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