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 여행스케치> 휴식과 체험이 있는 양평의 가을

‘수도권 청정 1번지’, ‘물 맑은 양평’. 양평을 소개할 때 꼭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 고장을 찬찬히 둘러보면 이런 수식어가 결코 낯설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양평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고장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로 큰 부담 없이 일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강, 호수, 들, 산이 보여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언제 찾아도 포근하고 매력이 넘친다. 여기에 팔당호와 남한강, 북한강을 끼고 도는 강변길과 길가의 카페, 고즈넉한 산사, 연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계곡숲, 격조 높은 예술품들이 전시된 화랑, 체험이 있는 인정 넘치는 마을 등 여행의 제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가을이 찾아온 양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수채화같은 두물머리

1한강이 만든 물과 꽃의 정원

양평 여행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시작하자.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국도 6호선에 붙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물(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큰 강(한강)을 이루니 양수리(兩水里)라 부르는 곳. 두물머리는 양수리의 옛 이름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강과 몇 척의 빈 나룻배, 수면 위에 엷게 드리운 물안개, 강변 산책로, 강을 지긋이 우러르는 껑충한 느티나무, 그리고 갈대 무성한 작은 섬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동화처럼 물들인다.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은 새벽녘이나 해질녘에 빛을 발한다. 새벽녘 강가를 휩싸는 물안개와 해질녘 산 능선으로 번지는 노을이 참으로 아름답다.

 

▲ 물과 꽃이 어우러진 세미원

 

두물머리 한쪽엔 수생식물원, ‘세미원(洗美苑)’이 조성돼 있다. 비록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이지만 태초에 생겨난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觀水洗心 觀花美心)’는 이곳엔 다양한 시설물들이 들어섰다. 1만9천여 평의 정원에는 연꽃, 수련, 부레옥잠 같은 수생식물이 자라는 6개의 커다란 연못과 산책로가 나 있다. 특히 한강물을 끌어들여 연꽃밭을 거쳐 다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한 정원은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한강물을 정화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고, 월요일은 휴관한다.

 

 

▲ 힐링 산책로로 좋은 서후리 숲길

예술의 향기 가득한 서종

세미원이 있는 양서면소재지에서 오른쪽으로 난 북한강길(서종 방면)을 따라간다. 세련된 카페와 화랑, 유럽풍 전원주택들이 즐비한 이 길은 도장리-문호리-명달리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문호리 문호천변에 들어선 ‘갤러리 서종’은 차 한 잔을 마시며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7월에 문을 연 ‘구 하우스’는 예술 애호가인 구정순(64) 디자인포커스 대표가 40여 년간 모아온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연 미술관이다.

 

▲ 힐링 산책로로 좋은 서후리 숲길

 

일 년 내내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서종면에는 국민 소설 ‘소나기’에서 영감을 얻어 꾸민 소나기마을도 있다.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황순원문학관에는 작가의 가풍과 성장환경, 가족관계, 작품의 탄생 배경, 연대별 대표작 소개 등을 살펴볼 수 있고 선생의 육필원고를 비롯해 서재, 졸업앨범, 책장, 서류가방, 안경, 시계, 각종 상패 등 유품, 유물 90여 점도 볼 수 있다. 소설 ‘소나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고 소설 속의 소년이 소녀를 업고 건넌 징검다리와 소년, 소녀가 비를 피하던 수숫단이며 광장을 둘러싼 야산 능선을 따라 산책로도 꾸며져 있다.

 

▲ 서후리숲에 있는 캡슐펜션

 

소나기마을이 정적인 공간이라면 서후리숲은 한편의 자연다큐멘터리 같은 곳이다. 20여 년 전부터 가꾸기 시작한 서후리숲은 근래 들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주말이면 소풍을 온 사람들로 제법 시끌시끌해진다. A코스(1시간)와 B코스(30분)로 나뉘어 있는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온갖 들꽃과 잣나무 숲, 자작나무 숲, 단풍나무 숲이 길동무가 돼주고 청아한 새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안내소 앞에 잔디밭이 있어 도시락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숲에서 운영하는 캡슐펜션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하룻밤 묵어가도 좋겠다.

 

▲ 중미산천문대

굽이굽이 이어진 고갯길을 따라

서종에서 길은 옥천-양평시내 쪽으로 뻗어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농다치 고갯길)은 저 지리산 횡단도로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산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자연휴양림과 천문대가 있는 중미산(해발 833m) 중턱. 먼저 중미산천문대에 들러본다. 울창한 숲 기운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매주 진행하는 천문 영상교육과 8인치 굴절망원경으로 행성과 성운을 관찰하는 천체관찰 프로그램은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천문대 바로 위에는 숲속의 집, 오토캠핑장, 야영장, 산책로, 등산로를 갖춘 중미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높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휴양림은 깊고 적막하다. 산 전체에 들어차 있는 침엽수림은 봄부터 가을까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울창창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청량해진다.

 

▲ 고요함이 흐르는 사나사

 

중미산휴양림에서 지그재그 고갯길을 내려오면 사나사 계곡 입구(이정표 있음). 계곡을 따라 절까지 오르는 좁은 길은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용문산 서쪽 자락인 이 계곡에 들면 마치 오대산의 한 귀퉁이를 보는 듯하다. 바위 사이로 넘쳐흐르는 계곡물과 크고 작은 소와 담, 울창한 수목,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오싹할 정도로 차다.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아담하고 소박한 사나사가 나타난다. 사나사는 1천1백여 년 전 신라 경명왕 때 세운 사찰로, 여러 고승들을 배출했으나 임진왜란과 6․25전쟁으로 전소됐다가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나사 계곡을 나와 가평으로 이어지는 37번 국도를 타고 용천골로 간다. 용천골 옆 안쪽 깊숙한 곳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설매재자연휴양림이 있다. ‘설매재’란 휴양림 정문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고개가 있는데 이 고개를 이르는 말로서 옛날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 눈 속에서 매화꽃이 피었다 하여 설매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자연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통나무집, 산장, 캠핑장, 매점, 야영장, 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다. 사전 예약 필수. 취사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휴양림관리사무소(www.snrf.co.kr, 031-774-6959, 서울사무소 02-478-7393).

 

 

▲ 용문사 경내

힐링과 치유와 사색의 공간

옥천면에서 용문면으로 간다. 양평 중에서도 용문은 천년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곳이다. 웅장한 용문산과 천년고찰 용문사가 풍기는 맑은 기운은 길손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준다. 용문사로 들어가는 숲길은 푸른 자연과의 동행길이다. 황토가 깔린 길은 매끄럽고 단단하다. 해서 맨발로 걷는 느낌이 아주 좋다. 길옆으로는 물길이 흐르는데, 이 물길은 해탈교에서부터 일주문까지 연결돼 있다. 절집 마당 옆에는 동양 최대의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 용문사 앞마당에 선 은행나무

 

용문산 동쪽 자락에는 중원산이 솟아 있다. 중원산은 그 밑으로 깊고 맑은 골짜기를 빚어놓았는데, 폭포와 기암을 둔 중원계곡이다. 중원산과 도일봉 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마치 지리산의 한 귀퉁이를 옮겨놓은 듯 우렁차다. 중원계곡의 정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중원폭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원폭포는 높이가 10미터도 채 안되지만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깊은 멋을 느끼게 한다.

 

▲ 중원산 폭포

 

중원산에서 나와 홍천 방면으로 가다 보면 산음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휴양림이 있는 ‘산음리’는 문자 그대로 용문산의 그늘이 음지를 만든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용문산의 한 능선인 폭산과 봉미산 사이 좁은 골짜기를 일컫는다. 폭산은 높이가 992m, 봉미산은 856m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봉우리들이다. 휴양림은 폭산의 동북쪽 계곡에 있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서어나무, 층층나무 등 다양한 수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산음휴양림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치유의 숲이다. 4~11월까지 예약제와 당일 비예약제로 운영하는 치유의 숲은 5인 이상 가족이나 단체가 참여할 수 있으며, 해오름숲(2030 직장인), 차오름숲(중년 남성과 여성), 정다움숲(가족과 어르신), 나눔의숲(장애인, 청소년, 단체) 등 맞춤형 숲 치유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당일 비예약제는 5인 이상이면 예약 없이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매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산음 치유의 숲: 031)774-7687

 

▲ 소리산 힐링투어
▲ 때묻지 않은 소리산계곡
▲ 헬스투어하기 좋은 쉬자파크

 

한편, 양평군에서 진행하는 헬스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맑은 자연에서 코디네이터의 안내를 받아 혈압, 키, 몸무게, 스트레스 지수 등 몸의 변화를 체험하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소리산 코스, 물소리길+자전거길 코스, 쉬자파크 코스가 있으며 그 중 소리산 코스가 인기다. 당일과 1박 2일 일정에 따라 가격과 프로그램이 다른데, 마을(석산1리)에서 시작해 산음천과 소리산을 따라 하천 길과 숲길을 걷고, 숯가마 찜질과 건강한 밥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음휴양림에서 가까운 소리산은 산이 깊고 숲이 울창해 언제 찾아도 맑은 기운을 내뿜는다. 헬스투어 문의: 031)770-1004~5

 

▲ 푸름 가득한 들꽃수목원
▲ 남한강을 끼고있는 들꽃수목원 산책로

 

경의중앙선 오빈역 앞 남한강변에 들어선 들꽃수목원(원장 조재원)은 귀로에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되고 있는 토종 야생화 200여 종이 전시돼 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산 교육장으로, 연인들은 남한강 줄기를 따라 들꽃을 감상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허브향 가득한 허브열대 온실, 계절별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손바닥 정원, 연꽃과 수련 꽃창포 등 수생식물이 심어진 수상연못, 1급수에서만 산다는 금강모치 등의 어류와 다양한 곤충 표본이 전시된 자연 생태 박물관 등 눈요깃거리가 풍성하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 팁

◆가는 길=양평여행은 전철이나 버스가 편리하다. 서울-양평,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4회(06:15~21:30) 운행, 약 50분소요.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9회(06:50~20:15) 운행, 약 1시간 소요. 세미원은 경의중앙선 전철 양수역에서 700m 거리다. 용문역(773-7788)에 내려 7-4번, 7번 버스를 타고 20여 분 가면 용문사 입구다. 용문버스터미널에서 석산행 버스(2-2, 2-3, 2-5, 2-11번) 이용, 고북 정류장 하차,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설악 IC→홍천 방면 우측→설악면사무소→18km 직진 후 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약 2.5km 직진→산음자연휴양림.

◆맛집: 사나사 입구인 옥천은 옥천면옥, 옥천냉면황해식당, 옥천할머니냉면 등 냉면으로 유명하다. 두메향기 산(양서면 목왕로592번길, 고추장삼남매정식, 774-3114), 산앤들한정식(용문면 용문산로, 시래기나물산채정식, 775-9500), 산마늘밥(양서면 경강로, 774-4548), 광이원(용문면 용문산로, 뽁작장정식, 774-4700) 등.

◆잠자리: 곳곳에 흩어져있는 휴양림이 좋다. 단 예약 필수. 용문산자연휴양림(775-4005), 중미산자연휴양림(771-7166), 설매재자연휴양림(774-6959), 산음자연휴양림(774-8133) 등. 청운골생태마을(775-8171)의 너와집, 굴피집에서도 쉴 수 있다. 한화호텔&리조트 양평(772-3811), 대명양평콘도(771-8311) 등 콘도와 펜션도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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