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말기 ‘낙하산 인사’ 경보음

금융권에 ‘낙하산’ 부대가 몰려오고 있다. 올 하반기엔 금융 공기업 기관장과 시중은행장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이와 맞물려 임기 후반부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 ‘노른자’를 차지하기 위한 낙하산 인사가 대거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융권 공공기관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 곳은 10곳에 육박한다. 전현직 관료들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불안한 조짐이다. 금융권에 불어닥치고 있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살펴봤다.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부를 맞아 금융권에 또 다시 ‘낙하산 인사’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 등의 후보군엔 차관급 관료들이 자연스럽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업은행장으로 낙점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낙점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홍영만 사장의 후임으로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출신 관료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재임중 성과를 감안해 홍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가능성은 낮다.

얼마전 마감한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 공모에는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과 내부 출신인 한종관․권태흥․권영택 전 신보 전무 등이 지원했다. 예탁결제원은 유재훈 사장 후임으로 김용범 사무처장, 유광열 FIU원장,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금융위 관료들이 후보로 떠 오르고 있다.
 

“노골적 보은인사 반대”

시중은행들도 수장 교체 가능성으로 어수선하다.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의 임기 만료가 내년 초까지 연이어질 전망이다.

KB금융은 2년여간 이어졌던 윤종규 회장행장 겸임체제가 계속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기업은행장 설이 나도는 현기환 전 수석이 국민은행장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지난 2011년부터 신한금융을 이끌었던 한동우 회장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적으로 밝힌 상태여서 차기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외에도 제3의 인물 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함 KEB하나은행장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조의 통합 결의 등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이 무난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올 연말 완료 예정인 민영화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낙하산 인사들이 실제로 투입될 경우 금융권은 한바탕 몸살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내부승진을 우선시했던 금융기관들도 정권 말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미 성과연봉제 등을 놓고 노조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어서 낙하산 인사는 뜨거운 뇌관이 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51.8%를 보유한 국책은행이어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와 관련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에서 근무했고 노동계 출신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을 앞장서서 추진한 인물”이라며 “노골적인 보은인사를 하겠다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용보증기금도 낙하산 인사로 시끌법석하다. 특히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이 유력한 이사장 후보로 떠오르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내부 반발이 시작됐다. 노조는 출근저지 투쟁과 업무거부 등 강경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자본시장 60년 역사에서 가장 최악의 낙하산 인사가 강행됐다”며 “새 이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모든 업무를 거부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부위원장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인수위 때에는 경제 1분과 전문위원을, 정권 출범 후에는 금융위 부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졌고, 이후 산업은행장과 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약방의 감초’처럼 이름이 거론됐다.
 

전문성․도덕성 ‘잣대’

금융권에선 한국거래소 인사를 기점으로 낙하산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2013~2016년 임원 현황’과 ‘2014~2016년 공직자 취업제한심사 결과’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따르면 무려 204명에 달했다.

금융기관별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계열이 14명, 한국자산관리공사 13명, 한국주택금융공사 12명, IBK기업은행 계열 10명, KDB산업은행 계열 및 예금보험공사 각 9명, 기술보증기금 8명 등이었다.

금융권에선 관료와 정치인 출신을 의미하는 ‘관피아’나 ‘정피아’가 공공연한 단어가 됐다. 역대 정권 임기 후반부에 그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임기 후반부로 치닫고 있는 시점이어서 내부 인사보다는 보은인사 차원의 낙하산 인사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전문성이나 도덕성에 문제 있는 인사들이 낙점된다면 갈등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미 조선․해운업계의 몰락 과정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증명이 됐다. 금융권에 이어 한국수력원자력, 석탄공사, 에너지공단, 근로복지공단, 농어촌공사 등 공기업들도 CEO들의 임기가 만료될 것으로 전해진다. 낙하산 인사의 진원지가 될 금융권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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