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생명의 농민’ 백남기 ‘인권과 농업의 죽음’으로 압살”
“국가, ‘생명의 농민’ 백남기 ‘인권과 농업의 죽음’으로 압살”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10.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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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농부 출신’ 김현권 의원-1회

농업(農業)의 농(農) 자는 곡조 곡(曲)에 별 진(辰) 자로 조합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지을 때, 하늘 별자리 운행에 맞춘 24절기 농법을 해왔다. 농업은 곧‘하늘의 악보(樂譜)’다. 인간에게 농업은 아주 중요한 생명산업이다. 21세기 최대 산업 강국 미국이나 구미제국들도 갈수록 농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농업이 무너지면 국가 존망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유전자조작을 통해서까지 인위적으로 농축수산식품을 대량생산하며 세계 각국의 먹거리 산업을 장악한 상황이다. 과거 영국의 경우 20%였던 식량자급률을 70%로 끌어 올리는데 수 십 년이 걸렸다. 한국은 현재 23%에 불과하다. 국민 먹거리의 많은 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것은 물론 농업에 대한 장기적 마스터플랜 역시 너무 미흡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태도다. 농업에 대한 관심은커녕 위기의식도 실종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생명 농업’을 부르짖다 경찰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의식을 잃었던 백남기 농민은 정부의 철저한 방관 속에 지난 9월 25일 결국 세상을 떴다. 사과 한마디 없는 정부. 경찰은 한술 더 떠 사체에 대한 부검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현 정권의 농민과 농업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 김현권 의원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끄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다. 의원수가 300명인 20대 국회에 제대로 된 농업인 출신은 김 의원 단 한 사람뿐이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한 김 의원은 1992년부터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등 농업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누구보다 현장의 농정(農政)을 잘 안다.

“그동안 정부가 막대한 농업정책예산을 써왔지만, 농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때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다며 75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1인당 농가소득은 겨우 6만8000원뿐이었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한 일반농산촌종합개발 사업이 농촌현장에서는 예산낭비성사업으로 악명이 높다. 따라서 제 임기 중에 반드시 국가농업예산 50%를 직접지불제로 바꾸고, 농민 1인당 연간 300만 원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현재 가장 시급히 마련해야 할 법안으로 GMO 관련법을 꼽은 김현권 의원으로부터 농업정책 전반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GMO 학교급식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 올해도 풍년이다. 유래 없는 쌀값폭락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의 안일무사한 정책 실패 탓이다. 풍년 때문이 아니다. 올해 쌀 생육이 전년에 못 미쳤다. 올해 농촌진흥청이 밝힌 벼 생육상황을 보니 조생종과 중만생종, 만생종이 제곱미터 당 벼의 알 수가 평균 3만4385개로 전년 3만4587개보다 오히려 줄었다. 평년의 3만3555개보다 약간 늘어났을 뿐이다. 전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풍년이란 말이 무색하다. 문제는 국내 쌀과 수입쌀 재고량이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쌀값폭락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풍년이 아니라, 그동안 늘어난 쌀 재고 때문이다. 2014년 이후부터 급증한 쌀 공급과잉을 미리 예견했음에도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다. 당국이 발 빠르게 생산조정제와 자동시장격리제, 사회복지 쌀 수요 확대 등과 같은 불요불급한 수급조정정책 시행을 지지부진하게 했기 때문이다.

 

 

- 2011년 도입한 ‘자동시장격리제’가 쌀 수급안정에 영향을 주었나.

▲ 그렇지 않다. 농림부가 5년 전 ‘쌀 자동격리제도’도입을 추진하다가 1년 만에 돌연 중단했다. 2011년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변동에 대비하겠다는 이유로 쌀 초과생산량 자동격리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2년에 쌀 생산이 20만 톤 줄어들자, 자동격리제도 도입을 돌연 중단해버렸다. 다시 1년 후에 쌀 생산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2015~2016년 쌀값은 분산격리와 뒷북격리 조치로 인해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았고, 오락가락하는 수급정책이 쌀값폭락을 초래했다. 단발성 시장격리 시책으로 쌀값폭락을 막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농림부가 통계청의 쌀 예상생산량을 432만 톤이라고 발표한 직후, 쌀 소비예상 대비 생산량을 35만 톤에서 20만 톤으로 시장격리를 발표했다. 그러나 쌀 가격 하락추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격리가 역효과를 낸 것이다. 쌀 가격 하락기인 수확기에 뒷북시장 격리와 두 번에 걸친 분산격리로 가격반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농민들의 자동격리제도 도입요구를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다.

 

 

- 무원칙한 비축미 매입가로 농민불만이 많다.

▲ 2005년 이후 건조 벼 우선지급금과 산정기준도 일관성이 결여돼있다. 지난해와 2006~2009년까지 전년도 건조별 우선지급금을 기준으로 정한 반면, 2011~2014년까지 8월 산지쌀값을 조곡으로 환산한 값의 90%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다 보니 2005~2015년까지 연도별 우선지급금은 전년도 산지가격대비 87.5%에서 109.9%까지 큰 편차가 난 것이다. 또 8월 산지 가격과 비교해도 우선지급금은 87%에서 107.6%까지 차이가 크다. 농림부가 2005년부터 공공비축미 매입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농민들에게는 우선지급금을 공공비축미 매입 때, 선 지급하고 2~3개월 후인 익년 1월에 정산하고 있다. 농민들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이 기준가격에 맞춰져 있어 수확기의 시장가격에도 못 미치니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부가 매입하는 벼 40kg기준 가격은 4만5000원이다. 그러나 산지 쌀값이 전남, 경남 등지에서 3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전월 산지평균가격의 90%를 상회한 선에서 우선지급금을 설정했기 때문에 크게 인상할 경우 환수사태 발생을 우려해 농민들은 적정수준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 전국 농협 RPC의 쌀 재고량이 얼마나 되는가.

▲ 쌀 재고는 해마다 심각한 문제다. 농협중앙회가 밝힌‘최근 2년 농협재고 현황 및 쌀값 동향’에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의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가 전년에 비해서 매월 7~8%씩 쌀 재고량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쌀 재고량은 전년대비 11.6% 늘어난 450만 톤이다. 특히 최근의 쌀값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7월 재고량만 33만8000톤에 달한다. 전년보다 24% 늘어난 데다, 8월 재고량도 47% 많은 22만5000톤으로 나타났다. 농협 RPC의 쌀 재고 부담이 전례 없이 급증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수입쌀 재고 증가도 큰 부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보유한 수입밥쌀 재고량은 2013~2014년산이 5만6719톤에 달하고, 2014~2015년 6만 톤이다. 이것은 2015년 말에서 2016년 상반기에 수입한 쌀이다. 총 수입량은 11만6719톤으로 전년의 9만1210톤보다 2만5509톤 많은 22% 가량이 늘어났다. 이러다 보니 수입 밥쌀에 대한 소비와 방출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 지난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결국 사망했다.

▲ 고인의 명복을 빈다. 300일이 넘도록 백남기 농민을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당국은 사과 한마디도 없고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없다. ‘밥쌀 수입 중단’ 촉구와 함께 대통령이 공약한 쌀값 21만원 보장을 요구했던 국민에게 최루액 물대포로 압살했다. 기껏해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밝힌‘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것도 개인 자격이다. 백 씨의 가족과 농민단체들이 강신명 청장과 관련 책임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백남기 농민은 가톨릭 농민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생존권 투쟁보다 평화와 생명, 공동체 운동을 이끌어 온 의인이다. 그런‘생명의 농민’을 국가는‘인권과 농업의 죽음’으로 압살했다. 문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자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사과조차도 없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300여 일 동안 ‘백남기’라는 이름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위정자들이 국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약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관계 당국은 밥쌀 추가수입을 강행하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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