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는 콩대불에 구워야 제 맛’
‘전어는 콩대불에 구워야 제 맛’
  • 허철희 기자
  • 승인 2016.10.1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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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희의 바라래 살어리랏다> 전어

해마다 가을이면 칠산바다에 전어떼가 몰려온다. 이때가 되면 어부들은 신바람이 나고, 인심도 후해져 포구마을은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몇 해 전에는 전어가 얼마나 푸졌던지 한 다라이를 단돈 만원에 사다가 동네잔치를 벌인 적이 있다.

이렇게 전어가 몰려들 때의 시대별 포구풍경도 많은 변천을 해왔다. 지게바작으로 퍼나르는 모습이 60년대 풍경이라면, 70년대에는 리어카, 80년대는 경운기, 지금은 트럭이다.

 

 

전어는 은근한 콩대불에 재를 잔뜩 뒤집어쓰고 구워져야 제 맛이라고 한다. 콩대불은 아니더라도 비늘도 긁지 않은 채 통소금에 한 시간정도 절였다가 아궁이불에 석쇠 얹어 구우면 기름이 지글지글 흘러나오고, 냄새는 동네방네 퍼져나가 이웃들 후각까지를 자극한다. 오죽하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노르스름하게 익은 놈을 살 발라 먹는 맛이라니.

살을 발라 먹을 때도 기술이 요구된다. 전어의 머리 부분을 잡고 통째로 입안에 밀어 넣고, 앞니로 아가미 밑 부분을 지그시 누른 상태에서 잡아당긴다. 그러면 영락없이 살은 입안에 남고 뼈만 고스란히 발라져 나온다. 전어를 뼈째 잘게 썰어 야채, 초고추장 등을 넣고 찬밥에 비벼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전어의 참맛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전어속젓이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밤젓이라고 한다. 내가 젓갈을 좋아하는 줄 아는 식당 아주머니가 귀한 거라며 몰래 내놓곤 하여 전어속젓에 맛을 들이게 됐는데, 언젠가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고흥으로 시집 간 누이가 보내왔다며 내놓아 전어속젓 예찬론을 편 적이 있다.

전어는 동물성, 식물성 클랑크톤과 바닥의 유기물을 뻘과 함께 먹는데, 위가 모래주머니 모양으로 되어 있어 위벽이 두텁기 때문에 이를 다 소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모래주머니째 내장으로 젓을 담그면 골콤하니 뻘이 약간씩 씹히는 게 밥에 비벼 먹거나 야채를 쌈해 먹으면 맛이 아주 일품이다.

 

 

전어는 우리나라 동서남해안과 일본 중부이남해역, 발해만 동중국 해 등에 분포되어 있다. 연안의 표층∼중층에 사는 근해성 어종으로 큰 회유는 하지 않지만 보통 6∼9월에는 바깥바다에 있다가 10월에서 5월까지는 연안의 내만으로 이동하여 생활한다.

산란기는 3∼6월경으로 입하전후로 떼를 지어 몰려와서는 풀 밑의 개흙을 먹으며 연안의 얕은 바다, 특히 만내의 밑층에 산란한다. 산란기는 봄철이지만 여름철에 충분한 먹이활동을 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을 전어가 가장 맛이 좋다.

그런데 요즈음은 전어가 귀하신 몸이 되어 ‘가을 전어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 해마다 가을이면 ‘누구네가 전어어장으로 얼마를 날렸네’ 하는 소문만 자주 들을 뿐이다. 조금 잡히는 것은 며칠씩 대기하고 있는 수족관 차들이 도시로 다 실어가 버리고 산지 횟집에서 쓸 양도 부족하다고들 한다.

전어 없는 부안의 가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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