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북한은 핵 실험을 계속하여 전쟁의 위험을 고조 시키고,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우리나라는 불편한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판사나 검사의 부정부패까지 들춰지면서 세상이 참으로 하 수상해졌습니다. 반계·성호·다산 같은 실학자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던 시대의 현실에 눈 감지 못하고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하지”라고 걱정하던 그때를 기억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그런 꼴이라면 정당들이라도 건전해야 하는데, 여당은 말할 것조차 없지만, 야당들까지도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가슴이 막힐 뿐입니다.

역사를 회고해 보면 훌륭한 위인들이 있었습니다. 율곡 이이(李珥:1537~1584)선생은 뛰어난 학자이자 경세가로서 시대의 질곡에 눈 감지 못하고 좋은 나라,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적극적인 시정책을 건의했던 정치가였습니다.
“이른바 시의(時宜)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통하여 법을 만들어 인민을 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 대개 법은 시대에 따라 제정하는 것이니 시대가 변하면 법도 달라집니다. 태조(太祖)께서 나라를 열고 세종께서 수성(守成)하고, 비로소 『경제육전』을 지었고, 성종 때에 『경국대전』을 간행하고, 그 위에는 수시로 법을 세워 속록(續錄)이라 불렀습니다”(萬言封事)

“법이 오래되면 폐가 생기고 폐가 생기면 고쳐야 합니다.… 모두 때에 따라 적합하게 법을 제정하는 것이지, 일부러 조종(祖宗)의 법도를 변란하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요즘은 조종의 법도 아니고 대개는 권간(權奸)의 손에서 나온 것이거늘 어떻게 그것을 선왕(先王)의 헌법과 같이 준수해야 하겠습니까 …”(東湖問答)라는 정책건의서를 통해 법과 제도를 고치고 바꿔 나라를 경장(更張)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건의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장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에는 ‘토붕와해(土崩瓦解)’의 불행이 온다는 경고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토붕와해란 땅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깨진다는 뜻이지만 어떤 사물이나 조직이 붕괴된다는 내용에 부합하는 표현입니다.

율곡보다 225년 뒤에 태어난 다산은 율곡을 많이 닮은 학자이자 경세가였습니다. 그의 『경세유표』 서문을 읽어보면 어쩌면 그렇게 세상을 보는 견해가 율곡과 비슷한 주장을 펼 수 있었을까요. “나라 전체가 병들지 않은 곳이 없다. 이제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하며 반드시 토붕화해에 이르고 말 것이라는 뜻과 완전히 부합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이 다가옴을 감지한 내용처럼 율곡은 그때 분명하게 역사를 바르게 읽고 변화와 개혁, 경장을 이루자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속된 벼슬아치들은 율곡을 헐뜯고 비방하면서 전혀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난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200년 뒤 다산은 또 망하기 직전의 나라를 제대로 살펴보고 통체로 나라를 개혁하자고 주장했지만 부패 관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를 유배지로 쫓아냈고 끝내 나라는 망하고 말았습니다.

전쟁의 공포, 경제적 위기, 부정부패의 창궐, 인사의 난맥상, 국론의 분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오늘, 역시 지금도 율곡이나 다산의 주장이 통하지를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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