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한 방에 화염 가득한 정치권, 이후는?
'회고록' 한 방에 화염 가득한 정치권, 이후는?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6.10.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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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안보정국

정치권이 때 아닌 ‘안보정국’으로 발칵 뒤집혔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으로 시작된 여야의 대결구도는 냉각을 넘어 협의점을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저마다 상대편의 전현직 지도부를 향해 막말 표현을 하며 내년 대선을 향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를 정치의 파트너로 삼기는커녕 ‘내통’, ‘정신 나간 것 같다’는 등의 원색적인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적한 현안들과 해결이 시급한 진실 규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큰 고비마다 불거졌던 ‘북풍’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으로 시작된 대결 국면을 살펴봤다.

 

 

여야 정치권이 ‘안보 정국’으로 매일 같이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당장 수장들부터 진실 규명보단 극한 표현을 사용해가며 공세를 퍼붓는 형국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사실상 북과 내통했다”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대단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국어사전을 보라. 이건 국내에서도 내통이란 말이 통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괴물이 되지 말고 정치 이전에 사람이 좀 되어 달라”며 “이 대표에게 묻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번 ‘내통’이라고 해보시라. ‘대통령님, 왜 내통하고 오셨나’라고 해보라”고 역공을 펼쳤다.

대결 전선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대표가 2003년 대북송금 사건을 재차 거론하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요즘 정 원내대표가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그 동안은 양비론을 펼쳐왔던 국민의당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정부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표가 평양에서 김정일과 나눈 대화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4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경보음을 울렸다.
 

박지원, ‘청와대’ 정조준

정청래 전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서도 극한 표현이 오갔다. 참석자들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작살낼 놈은 작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력 후보의 암살이 있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막말에 대해서도 공갈협박 ․선거법위반 등을 따질 수 있지만 또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고 비아냥댈게 뻔하다”며 “그들의 막말과 위선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하신 이유를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고 선을 넘나드는 말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진실규명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대결 국면은 도를 넘어선 측면이 적지 않다”며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지나치게 기선 제압에 신경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에 대해서도 “지난 단식 과정에서 보여준 허점에 이어 또 다시 막말로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이미지에 상처가 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 플랜을 보여주며 새로운 로드맵 제시에 집중하던 문 대표로서도 일정 부분 발목이 잡히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 싱크탱크와 함께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를 준비하는 시점이었다.

야권에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흠집이 생긴다면 다른 주자들로서는 따라잡을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야권의 구심력은 또 다시 약해질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색깔론’에 집중되는 만큼 여당의 종북 프레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동안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입장을 취해왔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문 전 대표가 진실을 밝혀서 빨리 논란이 정리돼야 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사태로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층의 결집이 한결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책이 완성도가 높다. 전 외교부 장관으로서 쓸만한 비망록”이라고 평하면서도 “문 전 대표가 직접 관여한 것은 없는 만큼 오래 지속될 사안이 아니다. 문 전 대표가 대응하지 않는 것은 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서 시작된 안보정국의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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