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장-1회

최근 유럽에선 녹색당의 ‘녹색 열풍’이 뜨겁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독일 청년들의 생태환경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녹색당 출신의 젊은 교사가 주지사에 당선되는가 하면, 지난 5월엔 오스트리아 최초로 전 녹색당 벨렌 당수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녹색당의 대약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벨렌 당수는 유권자 과반수 득표를 했고, 그 이유로 불신이 극에 달한 극우정당의 카르텔 정치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자는 소외되고 자본가 이익만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빈부의 양극화, 극심한 청년실업 그리고 노동악법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켰다. 거기다가 소통이 안 되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체제 때문에 산적한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 대안으로 다당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이 제도는 득표율에 따라 의원수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제도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장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장(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문제는 현 정치시스템이 군사정권 당시에 만들어져 정치변화가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는다.

“21세기 인류의 삶과 복지를 위한 다양성과 복합성을 풀기 위해서는 과거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양당제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또 보수언론과 학계가 국민에게 더 좋은 정당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왜곡과 세뇌를 해왔다.”

그는 “이들은 다당제가 경쟁과 정치혼란만 초래한다는 식으로 덮는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삶의 질이 높은 나라는 대부분 다당제다. 한국처럼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을 통해 만들어진 난립정당들을 다당제라 볼 수 없다”며 “이제는 이런 낡은 체제를 과감히 바꿀 때다. 이를 위해 녹색당을 창당했고 정치개혁을 위한 가치와 정책 제시는 뚜렷하다. 이를 실현할 정치적 유연성을 갖춘 정당은 녹색당뿐이며 녹색당의 다당제가 21세기 대한민국을 강력한 선진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얼마전 녹색당 운영위원장직에서 물러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시스템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주인이 될 것인가’를 국민에게 묻는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중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로부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블로그에 선거 관련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 사건과 관련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칼럼 망명’을 선언했다.

▲ 예비후보 등록 이전부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블로그에 ‘녹색의 눈’과 ‘선거의 속살’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다. ‘녹색의 눈’은 기득권 구조해부와 대안제시를 목적으로 올린 것이다. 7차례 글을 통해 기성정당의 국고보조금 낭비와 전직 국회의원들의 특혜성 지원금 청와대 세월호 관련기록 은폐, 예산관련 정보 비공개, 교육부 예산낭비와 누리과정 예산 등에 대해 다뤘다. ‘선거의 속살’은 현행 선거제도와 선거문화 문제점, 예산낭비, 관피아 권력남용, 안전과 노동ㆍ부채ㆍ복지문제 등의 정보공개와 함께 정책대안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인선위)가 지난 1월 29일경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올린 블로그 글이 ‘선거 90일 전부터 후보자 명의 기고금지’ 규정위반을 했다며 회부 심의를 통보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런 조치는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는 법률로서만 제한이 가능하다. 인선위의 이러한 조치는 ‘훈령’에 불과한 하위법이다. 훈령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은 엄연한 ‘헌법위반’이며 ‘공직선거법 제8조 5, 6항’도 위헌이다. 이 조항을 보면, 인선위가 포괄적 심의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백지위임이나 다름없다. 국회 법률로 정식 입법을 해야 할 사항을 인선위에 떠넘긴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 불복해 헌재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칼럼망명’을 통해 녹색당 홈페이지와 개인 블로그를 활용, 정보공개와 정책대안 제시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예산낭비 공화국, 이권공화국, 불안공화국, 관료사회에 만연한 예산낭비, 관피아 삶과 복지 환경문제 등에 관한 내용들을 다룰 예정이다.

 

 

- 소수정당 ‘활동위축과 기회균등 침해’ 관련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소정당의 활동위축과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공직선거법 조항위헌을 지적하고 당시 비례대표 경선 당선자 5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녹색당이 지목한 위헌조항은 5가지다. 고액기탁금 제도와 비례대표 후보자 유세금지, 선거관련 문서·도화 배부·게시 규제, 선거기간 중 호별방문금지 등이다. 특히 고액의 기탁금제도가 문제다. 총선후보자는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한다. 이 돈은 웬만한 일반국민이 쉽게 조달하기 어려운 액수다. 과거 제2공화국 당시 폐지되었다가 유신정권에서 부활한 이 법은 오늘날에는 돈 많은 재력가의 정치적 등용문으로 작동하는 반면 재정이 열악한 후보자들에게는 정치적 꿈을 펼 수 없는 걸림돌이다.

 

 

▲ 헌법소원 기자회견

 

- 87년 민주항쟁 이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선거법과 정당법은 그대로다. 하 위원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치법과 선거법 개혁은 어떻게 추진할 방침인가.

▲ 현행 선거법엔 군소정당의 손발을 묶는 위헌적 조항이 너무 많다. 공직선거법 제79조 제1항을 보면, 지역구 후보자만 연설과 대담이 허용되고 비례대표 후보자는 못한다. 또한 1인 2표제 구현을 위해서는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대표 후보자간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런 식이면 한 지역구에서 2~3명의 후보자를 배출하는 거대정당과 군소정당 간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다. 현행법은 선거 180일 전부터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추천을 초기부터 막고 있다. 거기에 정당명이나 후보자명이 포함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를 금지한 제93조 제1, 3항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건과 대상이 ‘누구든지’로 되어 있다. 너무 막연하고 무차별적이다. 180일이면 6개월이다. 거의 반년동안 정당과 후보자 관련내용을 차단시키면 시민들은 정보를 알기 어렵다. 따라서 시대에도 맞지 않는 이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심대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106조 1, 3항도 호별방문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의 기본권 보장정신에 비추어볼 때 용인하기 어려운 규제다. 이렇듯 민주주의 정신의 원리와 근본적으로 어긋난 현재의 선거법과 정당법은 민주항쟁 이후 30여 년이 지났어도 그대로다.

 

 

- ‘선거구 미확정 입법 공백 사태’에 대한 헌법소송도 진행 중이다.

▲ 지난 4월28일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미 획정 입법부작위’가 위헌임을 알면서도 결정 선고가 늦어졌다며 각하시켰다. 이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재판관 9인중 4인은 선거 40일 전까지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고 했지만, 나머지 5인은 ‘선거구 획정이 심각하게 지연된 것이 헌법상 입법의무를 합리적 이유가 없이 지체시킨 것이지만 뒤늦게나마 선거구획정이 이뤄졌으므로 청구인들의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파기했다. 헌재가 스스로의 임무를 포기한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을 지난 1월5일에 했었고, 여러 예비후보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을 때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한 날이 3월2일로 2개월 여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헌재는 신속한 심리를 하지 않고 선거가 끝난 후에야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유권자 선거정보 접근권의 기본을 깬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선거구 미획정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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