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탁금제도, 밥그릇 놓치지 않으려는 정권의 권력유지 수단”
“선거 기탁금제도, 밥그릇 놓치지 않으려는 정권의 권력유지 수단”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10.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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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 선진국과 달리 호별방문과 공개장소 연설ㆍ대담을 금지하고 있다.

▲ 공직선거법 제106조 1, 3항은 누구든지 호별방문 선거운동과 공개장소 연설ㆍ대담의 통지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 선거법을 모방한 것으로 서구 선진국에서는 그런 입법을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의 호별방문 전면금지는 1925년 이른바 ‘보통선거법’에 의해 도입됐다. 보통선거법은 당시 25세 이상의 일본국적 남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한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었지만 동시에 유래가 없는 기형적 제도들을 도입한 한계가 있다. 반면 영국과 미국에서는 호별방문을 비롯해 개인적 투표 권유 운동(Canvassing)을 시행하고 있으며, 독일도 하고 있다. 규제만 하는 일본선거법은 현대 헌법의 기본권 보장정신에 비추어 용인되기 어렵고 극히 비정상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선거법은 이 법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호별방문은 오히려 돈이 안 드는 선거운동이다. 이런 선진선거법이 재정적 기반이 취약한 국내 신생 군소정당을 위한 선거운동 방법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다.

 

 

- 기탁금제도 폐지, 어떤 이점이 있는가.

▲ 세 가지다. 첫째, 재정이 약한 후보자의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공무담임권이 보장된다. 둘째, 정치신인과 신생정당의 선거비용부담이 줄고, 의회진출 장벽을 낮출 경우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의 소리를 대변해 국민통합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탁금 납입 반환 귀속에 소요되는 선거관리절차가 간단해진다. 따라서 기탁금제도는 선거운동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조항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다. 일본과 우리나라만 있는 이 제도는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이었고 정치후진국의 전유물이다. 195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장기집권 차원에서 만들었고 제2공화국에서 폐지했다가 유신시대에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다당제-연립정부’를 주장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 결론은 명확하다. 낡은 정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통해서 결국 다당제 구조로 가야한다. 물론 대통령제에서도 연립정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남미 우루과이에서 보듯이, 대통령제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연합+대통령 결선 투표제가 도입되면 가능하다. 브라질도 대통령제지만 다당제 국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연립정부다. 이렇게 바뀌어야 정치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권으로 흡수될 수 있다. 정당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놓고 한판 경쟁을 하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지만 기득권 정치세력들은 밥그릇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1987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들의 근시안적인 태도로 인해 불발됐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들려달라.

▲ 유럽이 원산지다. 처음부터 이 제도가 정착된 건 아니다. 어느 나라든지 기득권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좋은 정치시스템을 가진 나라들도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의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은 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없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그런 노력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평등한 선거제도를 갖고 싶은 전문가들이 연구 끝에 정당득표율에 따라 공정한 의석수 배분방식을 고안해냈다. 1881년 벨기에의 법학자 ‘빅터 동트’(Victor d’Hondt)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한 방식인 ‘동트 식’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비례대표제 채택을 위한 개혁주의자협회’다. 이들의 노력으로 세계 최초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됐다. 이런 움직임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1906년 핀란드, 1907년 스웨덴, 1918년에 스위스가 이 제도를 채택했다. 결국 1920년대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이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 ‘1인 2표제’ 선거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 지난 4.13 총선을 치르면서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1인 2표제에서 1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는 정당에게 투표한다. 253석의 지역구 의석은 모두 1등을 한 지역구 후보자가 독차지 하고,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별로 집계된 순위대로 배분한다. 문제는 이런 내용을 유권자 절반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19대 총선 당시에도 1인 2표제를 유권자의 47.2%가 몰랐다고 했다. 1인 2표제에서 정당투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당정책을 보고 투표할 수 있는 투표가 정당투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것이 답답한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비례대표 후보자는 독자적 유세가 금지되어 있고, 정당지지 활동까지 원천적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물은 고이면 썩듯이 흘러야 한다. 원외 소수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좋은 정책을 인정받아 원내정당에 진출해야 정치가 썩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은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려 온갖 장벽을 쌓아 놓았다. 선관위는 1인 2표제에 대한 홍보조차도 방기하고 있다.

 

 

- 선거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난번 더불어 민주당이 선거연령 하향과 관련 입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사안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정치개혁 차원에서 하나의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한때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벼락치기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하면 선거연령 하향법안 달성이 어려워 질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선거구제도 개혁마저 힘들어 질 수 있다. 처음부터 제반적인 문제인식과 해법에 집중해야 풀어 갈 수 있는 일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소중한 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선거제도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기존 정당들이 40% 득표율을 얻기만 하면 원내 과반의석을 휩쓸어 버리는, 현행 선거제도가 가진 최대 맹점을 깨야 할 때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도 막아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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