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미친개들을 어찌할 것인가
아∼이 미친개들을 어찌할 것인가
  • 김수복 기자
  • 승인 2016.11.0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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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의 시골살림 이야기>

“아따 그렇게도 당당했던 양반이 그날은 금방 자빠질 것만 같은디 참말로 안쓰럽더만 그려 잉?”

누군가의 그 한 마디에 내 가슴은 그만 폭발해 버렸다.

“병신 육갑 한다더니 당신 주둥이가 꼭 그짝이구만 잉? 그X이 그렇게도 안쓰럽다면 달려가서 기둥서방이라도 돼 줘라, 인마. 그러다가 뒈지는 줄도 모르게 뒈진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말야, 응?”

가슴이 터져버린 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덮어놓고 그렇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선방불패라더니 꼭 그짝이었다고나 할까. 불시에 기습을 당한 상대는 어리벙벙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한참이나 내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살짝 돌아온 나는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아 이런, 이런, 미안허요, 미안허요. 사람을 생각 없이 살아가는 동물로 만들어버린 방송국에 죄를 물어야지, 당신 같은 개돼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허헛 참, 내가 그만 잠시 미쳐버렸던 갑소. 한 번 더 미안허요, 미안헌디, 그래봐야 당신은 개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응?”

그때 나는 아마 맞아죽어도 좋다는 심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때려죽이기는커녕 ‘혼이 비정상’인 표정으로 멀뚱히 나를 쳐다보고나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리 썩 유쾌하지 못한 승자가 되고 말았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노랫말이 실감나게 와 닿는 날이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퍼렇던 나뭇잎들이 시뻘겋게 타들어가는 계절이었다. 선운사 근처에 다른 일로 갔다가 엉뚱한 일로 잠깐 술자리에 끼어 있던 참이었다.

십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질 새라 한두 마디씩 이른바 대통령이란 사람에 관한 최신소식을 전파하는 한편 저마다 평론들을 해대고 있었다. 지상파 방송을 종교처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텔레비전 뉴스의 힘은 역시 컸다. 최순실이다 우병우다 등등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언행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갑자기 접한 대통령이란 사람의 사과문 발표 장면은 너무나 뜬금없고 어리둥절하고, 그래서 일견 동정심이 발동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무릇 사람이란 동정심이 있어야 한다. 동정 없는 세상이란 그 얼마나 삭막하고 서글프고 무시무시한가. 하지만 아무 때나 그것을 발동시켜서는 안 된다. 동정심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어서 때를 잘 맞춰야지 안 그러면 뒤통수에 구멍 뚫기기 십상이다. 죄 지은 자의 죄를 혹독하게 물은 뒤에 끌어안는 동정심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지만, 아무 때나 가볍게 마구 퍼부어대는 동정심은 모두를 망하게 할 뿐이다.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망했다. 거짓말이 참말을 압도하고, 사기나 횡령, 배임, 도둑질 등등 남의 것 빼앗는 것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은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왜 이렇게 망했는가. 그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우리의 망함은 결정돼 있었다. 어미 아비가 모두 총탄에 쓰러졌다고, 이 얼마나 불쌍하냐고, 그러니 대통령이라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개돼지들의 그런 얼토당토않은 동정심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삼십 년 전으로 후퇴시켰고, 통일에의 희망을 시궁창에 처박아 버렸으며,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가볍게 보는 풍조를 낳았다.

 

 

잘못된 동정심이 폭탄으로 돌아오는 오늘날의 이런 비극은 박정희가 총탄에 쓰러진 직후에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달동네라고 이름 붙여진 산꼭대기 동네에 살고 있었다. 수돗물도 없어서 아침이면 물지게를 지고 물을 사러 다닐 정도로 가난하다 못해 비참한, 새끼줄에 연탄 두 장씩을 꿰들고 종종걸음을 치는 게 일상인 사람들이 그날 도처 곳곳에서 눈물을 뿌리며 제 가슴을 탕탕 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아주머니는 공중변소 앞에 퍼질러 앉아 엉엉 소리를 내며 오줌을 벌벌 싸지르고 있기도 했다. 공중변소가 아니면 볼 일을 볼 곳이 없어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와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에 문득 대통령이 총 맞아 죽었다는 얘기를 떠올리고는 그만 다리에 힘을 잃고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던 중에 덜컥 오줌이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 온전한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사람이 총 맞아 죽었으니 슬퍼함이야 인지상정이라 해도,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을 하는 등의 행위는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박정희가 서민들의 삶을 진정한 애정으로 살펴준 적이 있었던가? 그게 아니라는 것은 그나마 자기 땅과 집을 갖고 있던 농민들이 서울로 와서 달동네나 천변에 판잣집을 짓고 화장실 하나도 없이 목숨이나 간신히 유지하는 빈민으로 전락해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잘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빈민들이 오히려 더욱 열성적으로 박정희의 죽음을 비통해 했다.

사람들의 생각을 마비시키는 기술은 아마 나쁜 권력자들의 주된 관심사항일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의 충복이 되기를 앙망했던 박정희는 그 어떤 잣대를 들이댄다 해도 좋은 권력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생각할 틈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은 아예 마비시켜서 자신의 모든 언행에 대해 박수를 치도록 만들어버린 박정희는 사이비 집단의 교주 그릇은 될지언정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기에 적합한 대통령 그릇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는 감히 영원한 대통령이 되고자 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그 대의원들로 하여금 대통령을 선출하게 하는 만용을 아예 취미처럼 즐겼다. 대통령 자신이 대의원을 임명하고, 그 대의원들로 하여금 대통령을 뽑게 하는 소꿉놀이 같은 정치를 즐긴 것이다. 국체가 민주공화국인 나라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대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하는 이런 기상천외하게 뻔뻔한 발상은 기층 민중들의 생각하는 힘을 완전히 빼버렸다고 자신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을 잃어버린 개돼지 민중들은 이제 박정희의 장난감이 되어갔다. 가끔 한 번씩 머리에 밀짚모자 쓰고, 바지 걷어 올리고, 논바닥에 들어가서 모심기 흉내를 내면 그 장면을 이른바 언론이라는 것들이 대서특필한다. 그러면 생각없는 민중들은 대통령께서 손수 모심기를 다 하셨다고 박수를 치며 눈물을 찔끔거리다 못해 가슴을 부여잡고 기도를 드리는데 언론은 다시 이 장면을 대서특필해서 대통령의 귀여움을 받는다.

민중을 데리고 노는 아비의 이런 행위를 보면서 훗날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박근혜는 아마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배운다는 생각도 없이 배웠을 것이고 그것은 곧 그녀의 피와 살이 되었을 것이다. 툭하면 시장바닥으로 달려가서 흔해빠진 고춧가루를 가리켜 귀한 것이라는 둥 터무니없는 발언기술(?)을 언론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해 온 그녀의 정치행위는 그 아비를 고대로 빼닮았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박정희보다 나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그 이유가 대체로 수긍할 만하다. 박정희의 허물을 완전히 벗겨내고 나아가서 친일 부역자들의 뿌리를 죄다 뽑아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국민이 모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해서 그나마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사람에게 대통령 자리를 맡겼는데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나쁜 ‘새끼’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뒤에 등장한 대통령 노무현은 엉뚱하게도 무슨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당시 박근혜 대표에게 망신만 당하는 등으로 에너지를 몽땅 소비해버리고는 끝내 그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으니 이 또한 나쁜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진보를 자처하는 이른바 민주 인사들의 못된 버릇은 자기가 무슨 예수 플러스 석가모니라도 된 것처럼 착각한다는 점이다. 사랑으로 그들의 거짓말을 용서하고 자비로써 그들의 도둑질을 한 번 더 용서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용서이지 실상은 뜯어보면 그렇지도 못하다. 결단력이 부족한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사랑이니 뭐니 하는 관용어를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일제에 부역한 자들을 처단하지 못하고 끝내 그들을 이 땅의 주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이승만이 너무너무 나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진보 진영 인사들의 부족한 결단력 때문이었다. 결단력 부족이 정보의 부재를 낳았고, 정보의 부재가 신속한 결단을 방해했으니 이는 곧 무능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민주진영 인사들의 이런 엉거주춤한 행태가 결국은 구십 퍼센트에 달하는 개돼지 민중들의 태반을 기회주의자로 만들어버린다. 진보가 뭐 별것이던가. 민주가 뭐 별것이던가. 개돼지로 폄하되는 민중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도 사람이다 하는 자긍심이다. 자긍심만 있으면 민중들은 얼마든지 열심히 즐겁게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적어도 진보를 부르짖는 사람이라면,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정치 지도자라면 민중들에게 이러한 자긍심 정도는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긍심은 남의 것 빼앗는 기술밖에 없는 재벌과 고급관료들을 완전히 발가벗겨서 이것들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러한 자긍심은 오래 전에 이미 물 건너 가버렸다. 어쩌면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재벌들에게 매수돼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자긍심을 잃어버린 개돼지 민중들은 이제 돈으로 시선을 돌렸다. 돈만 있으면 된다 하는 절망적인 가치관이 유행을 타던 시기에 등장한 사람이 저 유명한 이명박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거짓말도 약이 된다. 거짓이라도 좋으니 희망을 달라. 이런 말없는 외침을, 이런 절망적 희망을 이명박은 정확히 꿰뚫어보았다.

 

 

이명박에 이은 박근혜 체제 팔 년 동안 이 나라는 완전히 물에 빠진 개들 천지가 되고 말았다. 개들은 산야를 달리거나 집을 지켜야 하는데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나 있으니 이게 시끄럽기만 할 뿐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마사지숍이 주된 놀이터였던 웬 아주머니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는가 하면 그 아주머니가 예뻐하는 광고감독 따위가 장관을 만들어내고, 그 장관이 만들어내는 돈벌이에 광고감독 자신이 참여하는 이런 환장도 못할 구조는 대통령이 임명한 대의원이 대통령을 선출할 당시의 구도와 너무도 흡사하다.

아, 이 자들은 어찌 이리도 구태의연하기만 한가. 그러면서도 입은 달렸다고 창조가 어떻다는 둥 외쳐대며 이곳저곳 온갖 곳에 이명박의 녹색성장 어쩌고 하는 것과 똑같은 아지트를 구축해놓고 돈을 빨아들여 갔다. 그들이 빨아들여간 돈의 구십 퍼센트는 당연하게도 구십 퍼센트에 달하는 개돼지 민중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아, 이 미친개들을 어찌할 것인가.

한탄 따위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고민도 필요치 않다. 미친개가 물에 빠졌다면 당연히 두들겨 패야 한다. 중국의 루쉰은 백여 년 전에 이미 이런 것들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루쉰 당시의 중국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매우 흡사하다. 썩어빠진 관료와 부자들이 판을 치는 이런 세상을 그대로 둘 것인가.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장 몽둥이를 들고 달려가서 물에 빠진 개들을 두들겨 패야 한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개가 불쌍하다고, 얼른 건져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아무런 계산도 방비도 없이 손을 내민다면 개는 그 사람의 손을 물어버릴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그 졸개들의 하는 짓은 그 속이 너무도 환히 드러나 보인다. 입으로는 철저한 조사 운운하면서 몸뚱이로는 감추고 꾸며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저 거짓말 기술자들의 하는 짓이 어쩌면 그렇게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개와 흡사한가. 이런 개가 안쓰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주둥이를 가차없이 찢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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