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방산비리 연루자 대부분 무죄로…몸통은 놔둔 채 깃털만 건드려”
“군 방산비리 연루자 대부분 무죄로…몸통은 놔둔 채 깃털만 건드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11.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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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군사안보전문가’ 김종대 의원-1회

나라 ‘국’(國) 자를 파자하면, 군인이 칼과 창⋅활 등으로 무장해 적군으로부터 국토와 백성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 말은 수천 년이 지난 현재도 같다. 본래 국가의 국방과 외교정책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이 원칙이다. ‘멀리 있는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힘이 센 이웃한 국가는 경계하라’는 뜻이다. 통계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과거 세계 260여 개 국이었던 국가의 수는 지금은 200여개 국가로 줄어들었다. 이 통계에 따르면 60여개 나라가 없어진 것인데, 힘이 약하면 멸망하고 만다는 사실을 인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힘이 약하면 힘이 센 나라와 동맹을 맺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반도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안보와 경제를 지켜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냉혹한 약육강식의 국제정치 역학관계 속에서 2016년 대한민국 국방정책은 어떤가. 미국의 한반도 사드배치로 악화된 한⋅중 관계, 여기에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의 기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제5차 핵 실험과 SLBM 등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제20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현 정권의 국방정책과 안보실태는 한마디로 실망을 넘어 절망을 보여주었다는 지적이다.

 

▲ 김종대 의원

 

정의당 비례대표 초선의원으로 국정감사를 지켜 본 김종대 의원(국방위원회)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신성한 국감장에서 김제동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국감 흔들기’로 일관한 여당의 증인출석 요구사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다. 실패한 안보를 은폐하려 정치권과 군이 거짓된 정보를 들이대고, 미국 일변도의 국가안보정책으로 위기관리 무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김종대 의원이 보고 들은 국방 국정감사 실태와 국방안보 관계기관의 빗나간 군사정책,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적 긴장관계 등을 들어본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초선 의원으로서 첫 국감을 마친 소감을 말해 달라.

▲ 사실 국감시작부터 실망감과 좌절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여당의 기선제압으로 흐름이 꼬이다보니 정상회복이 다소 어려웠다. 뒤늦게야 정상으로 오기는 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못 미친 국방위 국정감사가 제대로 가동이 안됐다. 또 국감 중반에 느닷없이 불거진 ‘김제동 발언’ 문제가 돌출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이것이 기획적인 정치적 시나리오라기보다 전체적으로 무언가에 휩쓸린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의원으로서 처음 참석한 이번 국감현장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절반의 국감’이라는 말이 정확하다.

 

 

- 국방위원회 위원장 감금사태까지 벌어졌다.

▲ 여당의원들이 위원장을 하루 동안 감금했다. 야당이 아닌 여당이 그런 행태를 벌인 것은 국감이 부활한 13대 국회이래 처음 있는 해괴망측한 사건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감이 마비됐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국방위원회에서 엽기적인 일들이 일어나면서 정신집중이 어려웠다. 국감은 엄준한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 초선의원으로서 결연한 마음으로 국감에 임했지만 국감장에서 눈으로 보고 들은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국감을 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완전히 정치화된 국감장에서 국감은 실종되었다. 그런 와중에 비례대표 의원과 비교섭단체는 국회에서 어떠한 의사결정에 대한 개입이나 결정권이 없다는 점이 그저 안타까움을 뿐이었다.

 

 

- 국감에서 해군장성 부인들의 난잡한 ‘저도 파티’를 폭로하기도 했다.

▲ 제주 강정해군기지 반대로 주민들이 피눈물 흘릴 때 해군 고위 장성부인들이 대통령 휴양지인 ‘저도’에서 난잡한 파티를 벌인 사건이다. ‘저도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위해 예산과 함정, 현역 장교와 병사, 군무원 등 다섯 명이 시중을 들었다. 해군 참모총장 이하 해군의 모든 장성부인 40명이 ‘1급 보안시설’이 있는 저도까지 군함을 타고 이동했고, 750만원 예산까지 지원받았다. 파티 사진 30장을 봤는데 낯 뜨거워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군 특성상 술 마시고 춤추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총장 부인 앞에서 하급 장성 부인들이 바지위에 입은 팬티에다 총장 부인 이름을 써넣고 춤추며 충성맹세를 했다. 그럼에도 해군파티 사건에 대해 국감장에서 질문하지 않았다. 이건 국감에서 할 질문은 아니다. 단지 이런 문제를 국감사안도 아닌 ‘김제동 발언문제’를 비교해서 질타했더니, 오히려 이 파티 사건이 모든 언론에 터져버렸다.

 

 

- 방산비리 문제가 심각하다.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 역시 ‘먼지 털기’식에 불과했다는 지적인데.

▲ 한마디로 ‘방탄재판’이었다. 비리 연루자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났다. 그동안 정부가 수사를 의욕적으로 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몸통은 놔둔 채 깃털만 건드린 ‘먼지 털기’식 수사였다. 또 기소를 했지만 무죄율이 거의 50%에 달한다. 50%는 엄청난 수치다. 핵심 정책결정자는 대상에서 모두 빠지고 하위 계약실무자들만 잡아들였다. 그들은 윗선에서 시켜서 한 것뿐이다. 윗선은 수사에서 제외됐다. 합참과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했던 방산비리수사는 허상이다. 굿판에서 무당질을 한 거다. 더 큰 문제는 재수사할 의지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주범 구속은 몇 건도 안 된다. 군에서 무기구입 확정단계를 ‘소요결정’이라 부른다. 이것이 정해지면 예산이 나오고 계약과 함께 납품을 한다. 내가 무기로비스트라면 소요결정 단계에서 로비를 집중할 거다. 왜냐면 나머지 과정은 저절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금 수사방식은 소요결정 단계에서 건드린 적이 없고, 하부 실무자들의 계약상황과 서류상 절차확인 여부를 두고 기소했지만 결국은 모두 무죄다. 통영함 등 해군의 굵직한 주요사업들이 그런 식으로 거의 면죄부를 받았다. 결국 방산비리의 심각성만 부각시켜놓고 군 개혁조차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국정감사는 너무 늦은 사후 약방문이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 방위사업청이 9년간 추진해온 연구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인데.

▲ 국방을 위한 일은 못하고 돈만 낭비해온 방위사업청이 추진한 ‘신개념기술시범사업(ACTD)’이 헛돌고 있다. 그것도 민간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군에 적용하는 다소 쉬운 사업임에도 높은 실패율로 사업자체가 의심받고 있다. 2008년에 시작한 ACTD사업은 총 56건에 53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추진된 사업은 10건에 불과했다. 26건은 아예 착수도 못한 채 중단되고, 나머지 46건에 대한 예산 404억 원은 불용되거나 업체로부터 환수했지만 결국 혈세만 낭비하고 말았다. 2013년 감사원이 ‘무기체계 획득 및 관리실태’에서 지적한 ACTD는 사업결과에 따라 군이 요청하면 전력화 여부를 결정한다. 군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과제로 선정한 것을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 1970년대 초반 육군이 도입한 헬기 중 절반이 낡아 장병들 생명이 위태롭다고 한다.

▲ 육군헬기가 불안하다. 노후 된 헬기들을 성능개량해서 수명을 연장하던지 과감히 도태시켰어야 했다. 그동안 육군은 공격용 전력에만 집중했고 기동헬기 등 수송전력 대비에는 미온적이었다. 앞을 내다보지 못한 육군이 귀중한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물론 육군은 2013년에 낡은 UH-1H 헬기를 대대적으로 대체하는 국산헬기 교체사업을 추진했다. 국산 ‘수리온’ 헬기개발을 완료해 현재 50여 대를 배치했지만, 3차까지 총 162대까지 완료되려면 2022년이 되어야 한다. 6년이나 남았다. 최신 기종도 45년을 꽉 채워 현역으로 날아야 한다. 500-MD 헬기도 2031년까지다. 500-MD 대체사업으로 오는 2022년에 개발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소형무장헬기는 2024년이 되어야 1호기를 납품한다. 2031년이 완료 시점이다. 현재 육군 헬기 550대중 절반 정도인 230여대가 30년 이상 된 고령 헬기다. UH-1H 기동헬기는 1973년에 들여와 44년이나 됐다. UH-1H 헬기가 지난 2월15일 추락해 승무원 3명이 치료 도중에 사망하기도 했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헬기가 장병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문제는 어떤가.

▲ 북한의 SLBM에 대응한 해상작전헬기 2차 도입사업이 부실한 추진으로 대잠작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추락한 해군 ‘슈퍼링스’ 헬기를 대신할 차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Wild Cat)’ 도입사업은 반쪽짜리 작전요구 성능으로 인해 무산위기다. 영국 현지에서의 최종 인도단계 수락검사과정에서 어뢰와 대함미사일 등을 무장한 채 최대 비행시간을 평가하지 않은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와일드 캣 4대를 해군에 인도하는 과정의 주요 형상별 비행시간에서 ‘디핑소나’(음향탐지기)만 장착 시 3시간 이상, 디핑소나와 어뢰 1발 형상 2시간 이상, 대함미사일 4발 장착 형상은 2시간30분 이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 최대비행시간 평가는 디핑소나만 장착한 형상만을 체크했다. 다른 형상은 와일드 캣 제작사인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사가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분당 연료소모량 4.5~5kg을 적용해 추정한 수치다. 실제로 해상작전헬기 최대비행시간 관련 작전요구 성능 항목은 ‘디핑소나 장착기준 최대 체공시간 0시간 00분’이 전부다. 소나로 포착한 적 잠수함을 어뢰로 공격하는 탐색과 타격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해상작전헬기임에도 불구하고, 무장한 상태의 최대 비행시간이 작전요구 성능에 반영돼 있지 않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김종대 의원은…

1993~2000 제14?15?16대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
외교안보지 디펜스21+ 발행인 겸 편집장
2002~2003 제16대 대통령 인수위 국방전문위원 
2003~2005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공군본부 정책발전위원
육군본부 정책자문위원
국방부 병영혁신위원회 위원
국방부 병영문화 자문위원 
흥사단 정책자문위원
군인권센터 운영위원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2015) 
제20대 국회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2016)
정의당 정책미래내각 외교안보부 본부장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정의당 원내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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