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군사안보전문가’ 김종대 의원-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종대 의원

 

- 박근혜 정부에서 배치를 추진 중인 ‘사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 한 마디로 실패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 국회특위를 긴급 구성해 검증을 하고 효율적인 작전여부와 주변국과의 관계, 외교에 미칠 영향 등 종합적인 분석을 위해 국회에서 공론화해보자는 제의를 했었다. 야당은 그동안 줄곧 주장했던 것인데, 국방부는 이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드를 성주로 갖고 가서는 주민들에게 무작정 찬성할 거냐 말 거냐 마치 항복 선언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몰아갔다. 국방부 하는 일이 거꾸로다. 무엇보다 사드에 대해 도대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검증해 봐도 어디서 들리는 소문만 난무할 뿐이다. 예를 들면, 사드가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모두 다 명중시킨다’는 등의 루머가 난무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도 없는데다, 실험을 통한 검증작업도 아예 없고 무기운영 개념조차도 모른다. 그러면서 성주 주민들에게 사드를 들이댄 것이다. 이런 정책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도 안 될뿐더러, 민주적 법적절차마저 무시한 일방적 조처다. 지난 7월8일 정부가 사드배치결정을 강행했을 때, 오히려 그 직후부터 북한과 중국 간의 무역액이 급증해서 지금은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안마저 완전히 무력화되어 버렸다. 사드로 인한 북핵 개발억제는 실패했고,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켰고, 중국과의 대외관계만 악화되어 국제 ‘고아’ 상태다.

 

 

- 사드, 정치권의 안보놀이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안보외교정책이 사드라는 괴물에게 잠식당해서 상호적으로 상쇄된 채, 지금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데드(Dead)’가 됐다. 이런 우매한 정권이 어디 있나. 안보가 무슨 아이돌 인기그룹 순위 정하듯이 언제는 사드에 몰려다니다가, 요즘은 원자력 잠수함에 꽂혀버렸다. 그러면서 또 ‘킬 체인’을 강화한다고 난리다. 킬 체인 사업은 전혀 실효성 없는 예산낭비 정책이다. 그것도 대부분 효율적이지 못한 지대지 미사일에 집중되어 있다. 이렇듯 안보문제를 어떤 특정한 무기체계를 통해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처럼 다루고 있어 국민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사드 배치는 진정한 군사 전략가라면 할 일이 아니다. 완전히 정치적인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무기를 사와야만 뭔가 국민에게 위로가 된다는 인기영합주의다. 그러면서 안보를 잘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이런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그런다고 우리 안보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 결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지 못한 정부가 뒤늦게 군사적 대응을 한다고 사드에 매달리고 쫓아다니는 동안 상황은 더욱 악화 될 전망이고 천문학적 국고 손실만 야기할 것이다.

 

 

- 작금의 안보정책에 ‘진정한 ‘방과 국민’이 있다고 보는가.

▲ 그동안 정부가 안보를 너무 감정적으로 해왔다. 또 희망적 사고와 검증되지 않은 공상에 의지해 안보를 하고 있다. 안보란 철저한 사실에 입각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길게 보고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치권의 안보행태는 안보를 하자는 게 아니라, 안보를 말아 먹는 것이다. 이건 이순신의 안보가 아니라, 원균의 안보에 비견된다. 원균이 얼마나 무모했는가. 또 진짜 군인다웠는가. 이순신을 하직시켜 놓았던 그가 부산을 함락한 왜군을 먼저 치자고 강성발언을 하며 마치 자신만이 구국을 할 수 있듯이 나섰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전략도 없이 무모하게 선제공격에 나섰다가 오히려 자기 목숨도 잃고, 조선수군이 궤멸당해 국가 운명을 말아먹었다. 반면에 이순신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북한 핵 개발에 대응한다면서 선제공격에만 매달린다고 그게 진짜 국방이고 안보가 되겠는가.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사드 안보정책은 과거 선조 임금과 권율, 원균이 보여준 공명심에 가득 찬 헛된 정책일 뿐이다. 그런데도 오로지 이들은 탐욕적인 정치권력 위신만 내세우려고 했지,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안위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정치권에 이런 ‘원균 식 안보’의 환영이 재현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 군 의문사 등 사상(死傷)으로 인한 전역자가 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국방부가 연 7000명에 달하는 군 피해자와 가족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만 강조하고 권리를 져버린 것이다. 군에서 사망이나 상해로 전역하는 인원이 연 1700명이다. 2015년에 의병제대자가 1587명이었고 군 내 사망자 수는 93명에 달했다. 이 중 피해자 가족들은 자비로 치료비, 소송비 등에 4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6000~7000여 명에 달하는 군 피해자와 가족 치료를 위한 심리치료·상담·법률지원 전담센터가 필요하다. 지난 9월26일 동해에 추락한 링스헬기 탑승자 유가족이 슬픔을 치유할 법률적 지원을 묻자 군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만족할만한 답을 드릴 수가 없다’가 고작이었다. 우리 군에는 이런 지원제도가 없다. 군에서 의문사를 당한 17사단의 허모 일병 유가족은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소송비, 유가족 치료비 등으로 1억 원 가까이를 썼다. ‘함께’의 대표이기도 한 공 여사는 훈련소에 보낸 아들 故 노우빈 훈련병이 사망한 이후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상담비 등으로 자비 4000만 원 이상을 부담했지만 군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군은 정신과 진료, 심리치료, 전문상담, 법률지원과 사후관리 등 다양한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가족인데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미군에게 방위비분담금으로 지급하는 1조원의 사업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 국민 혈세로 1조원을 지급하면서 어떤 사업에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는 눈 먼 돈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이월되는 만큼 방위비분담금 지급액 규모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이 늦추는 대로 사업은 지연되고 방위비분담금은 매년 그대로 이월된다. 2014년에도 현물지급분의 10%가 넘는 약 380억 원이 이월됐다. 2015년에는 군사건설비 현물지급분으로 정한 약 3650억 원 중, 약 341억 원이 이월되었다. 국방부는 1년 안에 끝나는 사업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업 이월사유의 절반은 ‘미군 측 설계변경’과 미군 측 설계지연’, ‘설계오류 정정’, ‘설계변경 승인 지연’ 등과 관련이 있다. 설계는 미군 측이 전담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지연에 국방부가 관여할 수 없다. 예산의 10% 가량을 이월하면서도 계속 증액하는 그런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나.

 

 

- 미국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론이 우려를 사고 있다.

▲ 미국은 북한 선제타격에 대한 계획을 안 가진 적이 없다. 원래부터 계획을 추진하고 발전시켜 놓은 나라다. 단지 요즘 나오는 얘기는 미국이 이를 실행에 옮기느냐 안 하느냐 문제다. 이 말이 최근에 튀어나온 배경은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내 군사안보 전문가 집단이 차기 정부에게 정책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선제적 타격론을 들고 나와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개인과 집단들이 돌출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트럼프와 힐러리의 선동적인 정치판에서 이런 얘기가 먹혀든다. 따라서 이런 특수한 점 때문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정책은 대선이 끝나고 내년 4월쯤 지나야 대외정책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다.

 

 

-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임명제에 대한 견해는.

▲ ‘군피아’를 막기 위해 군 출신 인사의 국방장관 임명을 제한하는 정부조직법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퇴역한 장군은 10년이 지나야 국방장관 임용을 허가하고 있다. 군 장성 출신만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현 제도에 대한 개정안이 민간인 국방장관이 탄생할 초석이자 근본적으로 국방부를 혁신하는 ‘안보 민주화’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국방장관은 대부분 ‘육사출신⋅4성 장군⋅60대 남성’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부터 시작된 예비역 장성의 국방장관 임용관행이 23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군피아는 각 군에서 엘리트로 통하는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나 군 내․외부 유력자 사이에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 각종 군 내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문제는 군피아 독식이 패권적 국방운영체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들은 진급과 보직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나눠먹기 인사문제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방산비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문민통제가 발달된 노르웨이나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국가는 군 관련 경험이 없는 여성정치인까지도 국방장관직을 수행하고, 심지어 스페인에는 임신한 여성이 국방장관직을 수행한 카르메 차콘이 있었다.

 

 

- 마지막으로 한반도 주변국 동향과 안보상황을 짚어본다면.

▲ 미⋅소 냉전이 종식되고 26년여의 세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강대국 정치에 편승해서 겨우 연명하는 초라한 안보정책은 무언가 국가정책이 너무 잘 못되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국력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어느 면에서도 한반도를 스스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실력과 격을 갖춘 나라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북한에게 협박을 당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고, 중국과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가야 하는가. 과거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이나 한반도 평화정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했을 때는 일본이나 러시아가 우리의 눈치를 봤다. 6자 회담에도 끼워달라고 할 정도였다. 6자 회담에 우리가 넣고 빼고 하는 문제를 우리가 결정을 하는 우선권이 우리에게 있었다. 평화프로세스를 통해서 우리의 비전과 구상을 가지고 주변국을 설득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주도를 했다. 그런데 지금 정권에서 안보문제가 나오고 핵과 미사일과 북 선제공격설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아무런 주도권을 쥘 수 없다. 이중에 어느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안보상황이 악화되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새로운 포스트 냉전 시대가 예고되는 시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국제적 고아로 전락하는 구한말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애써 쌓아 왔던 평화공존 정신을 부정하고 다시 안보국가, 기지국가, 군사국가로 회귀하려는 것은 중견국가를 바라보는 한국의 입장에서 대단히 불행한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도를 못하게 된다. 이것은 안보를 망치는 것일 뿐 안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지난 냉전시대 역사를 되돌아보고 무엇이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길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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