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1회

국정교과서는 1974년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에 태동했다. 국민을 통제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후 많은 논란 끝에 사라졌던 국정교과서가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 ‘제2의 유신(維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게 될 국정역사교과서가 오는 28일 얼굴을 내민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수립(건국)’으로 못 박은 국사편찬위는 자문위원의 이름조차 비공개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들은 1919년 3·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반 헌법적 역사교과서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역사문제와 함께 민주주의와 경제·안보 상황도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박근혜 정권이 역사교과서에 ‘1948년 건국절’을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독립운동 역사를 지워버리고, 친일세력들을 근대화와 건국의 주역으로 세우려는 역사세탁이다. 봉건 왕조시대에도 없었던 괴이한 사건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뉴 라이트’ 등 보수 세력들에 의한 국정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또 “21세기 미래를 위한 교육은 없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망국적인 역사교과서가 국민을 세뇌하고 억압하고 있다”며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고 이대로 밀어 붙인다면 분노한 국민에 의해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한용 실장으로부터 왜곡된 근현대사 역사문제, 한·일 관계 등 최근의 정세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 지난번 광화문에서 민족문제연구소와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사학회 등 47개 학회와 단체들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들이 국정교과서를 극렬히 반대함에도 그동안 정부가 밀어붙인 이유가 ‘종교적 이유’로 밝혀져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고대 봉건사상 교육도 아닌, 그보다 훨씬 후퇴한 교육 때문에 ‘백년지계’가 망가져 왔다. 그럼에도 국정화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제 국민의 힘으로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금까지 강행했던 외교·안보·국방 등 일련의 정책들이 모두 비정상적 ‘비선실세’에 의한 무능국정으로 드러났다. 잘못 기술한 역사내용만 수백 가지가 넘는 오류투성이 역사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봉건 왕조시대에나 있을법한 사건들이 터지고, 수구 기득권 세력들에 의한 국정역사교과서는 21세기 나라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망국적인 행태다. 정부는 하루속히 국정화를 폐기해야 한다.

 

 

- 정부가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建國節)’이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기로 했다.

▲ 현 정권이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단독적으로 기술했다. 현 정권이 지속적으로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은 선열들의 비장했던 독립 운동사를 역사에서 아예 빼버리고, 일제식민지 당시 일본에 친일행위를 했던 자들을 근대화된 나라의 건국 주역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기술한 ‘1948년 8·15 건국절’은 곧 ‘1948년=대한민국 수립(건국)’을 말한다. 이것이 수구세력들이 말하는 ‘건국절’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1945년 8월15일 이후로부터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했던 ‘건국공로자’로 탈바꿈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제국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고도 해방된 1948년 이후, 단독정부 정부수립에 참여하지 못한 모든 독립 운동가들은 오히려 ‘반국가사범’이 되는 꼴이다. 이는 명백히 제헌헌법에 명시된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성과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민족반역자 세력 친일파를 건국주역으로 세우려는 엄연한 역사세탁이다. 이렇듯 선열들의 독립운동과 제헌헌법 정신을 모독한 역사교과서는 오직 정권의 입맛에 맞는 하나의 관점만 강요하는 잘못된 교과서다. 이는 사상과 역사교육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과서일 뿐이다. 일본제국주의 입장에서 교과서를 쓰고 과거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내용을 축소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후세대에게 뒤틀린 역사를 물려줄 수는 없다.

 

 

-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무엇이 다른가.

▲ 광복절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거다. 그러나 진정한 정부수립일은 1919년 4월 11일로 봐야 한다. 수구세력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립을 진정한 건국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상 국가는 영토와 국민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의 임시정부는 제헌헌법은 있었어도 국민과 국토가 없어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거시적으로 역사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향후 통일을 향한 민족주의적 역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국가주의적 역사인식이다. 70년이 넘도록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아직도 후손들은 이념차이로 단합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식민국으로 온갖 고통을 당해 왔으면서도 과거 역사에 머문 채, 영구히 분단국가로 남는다면 장차 남북한 통일은 요원해진다.

 

 

- 박정희 판 ‘친일’과 최순실 표 ‘역사농단’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진정한 역사라면 왜 떳떳하게 집필을 못하는가. 뭔가 두렵기 때문에 복면집필을 한 것이다. 얼굴을 가린다고 역사가 바로 세워지는가. 국정역사교과서는 한마디로 친일 박정희와 유신을 미화한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국민들은 국정교과서에 ‘최순실 표’ 역사개입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금 시국은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및 집권여당 게이트’다. 새누리당 내에 비박계가 있지만 이들에게도 역사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 국민들이 이들에게 수많은 문제점들을 제기했지만, 이번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단번에 입장이 바뀌지 않았는가. 집권여당과 친박도 그렇다. 자신들도 함께 공조해 놓고 이제 와서 오리발 내미는 극 파렴치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지금 도마뱀처럼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지만, 산위의 집이 숨겨지지 못하듯이 양파껍질처럼 수면아래에 잠겨있던 문제들이 벗겨지고 있다. 여기에 과거 방산비리 무기로비스트 린다 김까지 흘러나온다. 문제의 근본은 현 정권에만 따로 연결된 것이 아니다. 캐고 캐면 정치권 모두가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최순실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고 싶은 거다. 식물이 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동정심을 얻어내고,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얄팍한 꼼수를 부릴 것이다. 국민 저항이 더 거세지기 전에 몇 가지 큰 사건만 빨리 덮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미 미르재단 등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이미 개인차원을 넘어 정치권의 구조적인 문제와 서로 뒤엉켜져 있다. 어디로 불똥이 튈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또 보수언론들이 정권의 지지를 끌어내려고 일종의 ‘시국 컨트롤’ 작업을 하지 않겠는 가다. 그렇게 해서 또 친일기득권 세력이 또 다시 고개를 쳐들고 나오려 할 것이다. 한마디로 다음번 뱃사공만 바꾸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국민여론은 이것을 먼저 감지하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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